입소문과 몇몇 방송 프로그램을 탄, 이름부터 무시무시한 '내장 파괴 버거'
입이 떡 벌어지는 화려한 비쥬얼과 그에 걸맞는 엄청난 칼로리로 화제를 끌며 많은 분들이 찾아 드시는 메뉴입니다.
이 수제 버거의 유명세 때문에 해방촌과 이태원 일대에도 수 많은 유사 수제 버거집이 들어서게 되었죠.
평소 인스턴트 음식의 대명사인 햄버거를 꺼리는 편입니다만, 왠지 이 날은 이 내장 파괴 버거의 느낌을 느껴보고자 홀린 듯 해방촌을 찾았습니다.
이 일대 많은 수제버거집 중 손에 꼽히는 자코비 버거입니다.
유명세 때문에 저녁시간이나 주말에는 한참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평일 오후에는 역시나 한가합니다.
실내를 보니 대기가 긴 이유도 좀 알겠습니다. 점포 크기에 비해 테이블이 비교적 적습니다. 그래서 오래 기다려야 하지만 먹는 동안은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태원, 경리단길과 인접한 해방촌의 느낌을 충분히 살린 실내 그래피티 인테리어가 인상적입니다.
식사 내내 시끄럽게 흐르는 클럽 음악까지, 이 곳은 식당이기보단 햄버거를 파는 클럽이나 바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밤이 되면 어두컴컴해질 것 같은 까만 실내도 그렇고요.
재미있었던 것은 이 곳의 메뉴 주문 시스템
20여가지의 메뉴 중 원하는 버거 종류를 고르고 패티 종류부터 굽기, 양파, 치즈 종류, 토마토, 사이드 메뉴 추가까지 커스텀 오더에 가까울 정도로 상세하게 조절이 가능합니다.
처음 가는 분은 이런 점이 오히려 혼란스러울 수 있겠습니다만 - 최적의 '셋팅'을 모르니까요 - 오면 올 수록 개인이 선호하는 맛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게 느껴졌습니다.
일부 선택 메뉴, 예를 들면 치즈나 패티 종류, 숫자에 따라 추가금이 발생합니다.
안그래도 비싼 이 내장 파괴 버거의 가격이 자칫 레스토랑 스테이크 수준까지 올라갈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든 길고 험난한 주문 선택을 마치고-
이제 버거를 기다립니다.
계산은 선불이고, 이 날 내장 파괴 버거의 가격은 26000원이었습니다.
으- 기다렸던 이 비쥬얼
근데 이 녀석, 제 내장까지 파괴하기에는 어쩐지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TV에서의 그 무지막지한 비쥬얼은 트릭이 있었던지, 분명 우리가 알고 있는 햄버거 따위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지만
26000원짜리 메뉴라기엔 조금 부족해보이기도 하네요.
버거로서는 대단, 가격 생각하면 글쎄?! 입니다.
어쨌거나 그림(?)은 좋네요, 어딘가 인증샷 용 음식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수제버거답게 직접 만든 패티와 다양한 내용물, 애초에 우리가 알고 있는 손으로 먹는 방식은 무시한 듯한 저 흘러 내리는 소스 등 시선을 압도하는 것들이 분명 있어요.
워낙에 크다보니 이렇게 받자마자 해체 작업(?) 후에 식사를 시작해야 합니다. 두 장의 패티를 기준으로 위 아래로 분리해서 드시면 되겠습니다
아랫쪽은 매운 칠리소스의 매움매움 버거
윈쪽은 새우 튀김으로 느끼한 맛을 더한 흐 느끼버거
개인적으로는 아랫쪽 칠리버거가 맛있었습니다.
내장 파괴 버거라는 이름만큼 엄청난 내용물과 보기만 해도 살이 찌는 것 같은 패티, 치즈, 소스, 튀김 등이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켰지만,
사실 맛보다는 이 '내장 파괴'라는 단어의 상징성에 집착해서인지 음식이 처음부터 끝까지 상당히 헤비합니다. 물론 제가 이런 음식에 익숙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이 나눠 먹었는데도 한동안 굉장한 느끼함이 남았던 것을 기억하니 말이죠.
물론 직접 만든, 엄청난 두께의 패티는 수제버거만의 맛이 느껴져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크게 만족하지 못한 이유는 가격을 생각하면 양도 그리 넉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장 파괴라는 말은 칼로리 얘기였을뿐 든든함으로는 우리를 공격할 수 없나 봅니다.
해방촌, 그리고 이태원만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뭔가 색다른 먹거리를 경험하는 기회로서는 한번쯤 즐겨볼만한 음식임이 분명하지만,
굳이 이 곳을 찾아와서 먹기에는 여러모로 다른 효과적인 대안이 많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흔히 '수제'라는 말이 '웰빙' 혹은 '건강'과 연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내장파괴 버거의 경우에는 좀 예외이고, 한 번쯤 칼로리 사치를 만끽하고 싶으신 분의 '미션' 정도로 생각하시면 유쾌하게 즐기실 수 있겠습니다.
어쨌거나 한 번의 식사는 좋은 경험이기에,
이 정도로 자코비 버거에 대한 평가를 마쳐봅니다.
저도 즐겁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웰빙' 버거집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