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기다리고 나면 그 기다림에 대한 보상까지 더해져 두 배로 멋진 날씨를 선물받게 되죠.
특히나 가을비는 그 보상이 더욱 후합니다.
비가 그친 후 가을이 한결 더 무르익던 날,
은행나무 길로 유명한 아산 곡교천을 다녀왔습니다.
멀리서부터 알아볼 수 있는 끝 없는 황금빛 길을 보니 먼 걸음의 피로도 잊고 무척 설렜습니다.
마치 '오늘 오길 잘 했어'라는 듯 온통 노란 은행나무길,
일직선으로 뻗은 반듯한 길에, 인파를 감싸는 화려한 은행나무 행렬, 그리고 바닥까지 빈틈 없이 황금빛을 채운 은행잎 풍경까지
가을에 볼 수 있는 것을 모두 채워 넣은 멋진 프레임이 완성됩니다.
이른 시간에도 이미 많은 분들이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추억을 남기고 계셨습니다.
특히나 곡교천의 이 길, 이 풍경은 많은 사진가들이 일년 내내 기다리던 바로 그 순간이니까요.
현충사까지 이어진 황금빛 길엔 산책하는 사람들, 데이트하는 연인들, 저처럼 걸음 닿는 대로 찾아온 이
그리고 그들의 추억을 담아주는 분들까지
많은 분들이 함께 행복한 장면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날씨도 무척 좋았던 이 날, 전 날까지 내린 가을 비바람에 은행잎까지 곱게 내려앉아 차마 발을 떼지 못하고 계속 바라보게 되는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혼자 걸어도 더 바랄 것 없이 좋았으니까요.
봄 벚꽃과 가을 은행길은 아주 섬세한 예술가 같아서
조금만 시기가 이르거나 지나도 그 '절정'을 보기가 힘든데
아마 이 날이 올 가을 곡교천의 Best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감동적인 풍경이 가득했습니다.
때마침 가을 하늘도 새파랗게 뽐내고
구름도 하나하나 조심히 놓은 듯 조화로워서
네시간 여를 걷고 걷고 또 걸었습니다.
아마 저와 같은 감정들,
이 곡교천의 가을 풍경이
언젠가 '가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장면으로 새겨질 분들이 많지 않을까요?
으레 가을이면, 때가 되면 오는 줄 알았던 가을 풍경이
사실은 이 날이 아니면 다신 볼 수 없을지 모르는
최고의 순간이기도 합니다.
가을을 상징하는 이 황금빛 은행나무길,
곡교천의 가을길은 그 빛나는 색 이상의 특별함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립니다.
가을의 절정, 그 찰나의 순간이 지나가버리기 전에
꼭 한 번 다녀오세요!
LEICA M
Summilux 50mm asph./ Summicron 35mm as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