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입소문을 타고 '핫'해진 곳이죠,
세상의 모든 '구제'들을 저렴하게, 다양하게 구매할 수 있는 동묘앞 구제 시장에 다녀왔습니다.
근처를 지날 때 한 두 번 안쪽을 들여다 본 적이 있었는데요,
인파가 너무 많아 차마 엄두를 못내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큰 맘 먹고 다녀왔습니다.
아마도 제 인생에 처음 보는 풍경들이 연속해서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이 곳은
저한테는 정말 신세계였어요.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얼마나 했는지.
아무래도 구제시장의 '꽃'은 옷과 신발으로 대표되는 패션 아이템들인가봅니다.
이제 겨울을 맞아 많은 겨울 외투들도 볼 수 있구요
그 사이에서 '보석'을 찾기 위한 사람들의 쉴 새 없는 손놀림도 계속되었습니다.
헌 것이라면 빼 놓을 수 없는 헌책방도 곳곳에 있었어요.
뒤져보면 왠지 어렸을 때 보았던 손 때 묻은 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아마도 이 구제시장의 하이라이트는 이 순간이 아닐까요?
구제 옷들이 무더기로 쏟아지면 한 순간 달려들어 최고의 '득템'을 해 내는 것
저도 뛰어들고 싶었지만 치열한 어깨싸움이 만만치 않더군요.
이색적인 쇼핑과 함께 빼 놓을 수 없는 이 곳만의 매력으로
시간이 멈춘 듯한 이 거리만의 풍경을 들 수 있겠어요.
이제 어느덧 저도 '옛날'을 추억하게 되는 나이에
이 곳을 걷다 보면 어릴적 부모님 손 잡고 걷던 시장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아니, 그 보다는
나이만 든 제가 다시 그 길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이라는 게 맞겠네요
동묘앞 구제시장 길은 유심히 보지 않으면 금방 방향을 잃을 정도로 크고 복잡합니다.
좁은 골목길에도 상점들이 가득한데다 길들이 다른 듯 비슷해서요.
그래도 걷다보면 아까 본 길이 다시 나오니,
그냥 시선에 걸음을 맡기는 것도 좋겠습니다.
길을 걸으며 느낀 것은
새삼스레
세상에 정말 많은 인생들이 있구나,
그리고 그 하나하나의 무게가 정말 대단하구나
라는 생각들이었어요.
지나치는 분들 한 분 한 분마다 그 인생의 깊이가 느껴졌습니다.
아마 이젠 너무 잊혀져버린 아름다운 아이템들이 가득한 이 곳.
그리고 사람들,
인생의 무게?
혹은 시간의 위대함.
즐거움을 찾은 곳에서
너무 많은 의미들을 보고 왔네요.
다음엔 유쾌하게 쇼핑하러 가고 싶지만
그 때는 그 날까지 제가 더 걸어간 시간만큼
더 많은 것들이 보이고 느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