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이 겨울처럼 차갑고
옷장 속에서 나오지 못할 것 같은 가을 옷들이 처량해 보이지만,
옷깃을 조금 여미고 보면 이제 온 땅이 가을로 물든 것을 보실 수 있어요.
그 중 오늘 소개해드리고자 하는 곳은
서울에서 가을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고궁,
그 중에서도 창덕궁의 가을 풍경들입니다.
'나 몰라? 가을이야'
라고 뽐내는 듯한 파란 하늘과
밤 새 누가 몰래 색을 덧칠하고 다녀간 듯
그 색이 더욱 빛나는 모든 빛들
아마 고궁은 그 찬란한 색과 빛을 가장 강렬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어요.
평일 이른 아침에도 많은 분들이 이 곳을 찾은 것 역시 그런 이유겠지요.
가을 데이트 장소로 고궁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 역시
가을 하늘 아래서, 단풍과 어우러지며 그 멋이 더해진 건축물들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특유의 멋과 더불어,
삭막한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걷는 것 만으로 느낄 수 있는 여유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좋은 사람과 고궁을 찾았을 때는
관람 코스 말고 건물 뒷편을 찾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마치 시간이 수백년 전으로 돌아간 고요한 풍경 속에서
어딘지 모르는 설레임, 조금 더 특별해지는 감정들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어쩌면 우리는 고궁에 멋진 고궁의 건물들을 보러 간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서울에서 가장 계절이 빨리 찾아오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직 조금 이른 가을이지만 이미 곳곳에 가을빛이 내려앉아
시시각각 그 색이 화려해지고 있어요.
그리고 그 풍경들을 담기 위한 눈과 손도 분주합니다.
처음 찾은 창덕궁의 가을 풍경은
그 동안 찾았던 경복궁, 창경궁에 비해 조금 더 소박하고 옛 정취 그대로를 잘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다음, 그 다음 가을에도
이렇게 가을이 막 물들기 시작할 때 쯤이면
잊지 않고 이 곳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
LEICA M, Summilux 50/ Summicron 35mm as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