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첫 주말, 큰 맘 먹고 전주 한옥마을을 찾았습니다.
3-4년 전 마지막으로 이 곳을 찾았을 때의 여유롭고 소박한 정취를 떠올리며
가을에는 왠지 더 멋진 것들이 저를 반겨줄 것 같아 찾아갔지만
그 날 그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짧은 시간동안 한옥마을은 망가져 있었습니다.
걷기만 해도 좋은 가을 날씨에
주말마다 축제가 열리는 10월의 전주에 사람이 가득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만
주말의 한옥마을은 그냥 동네 한옥마을이나 북촌을 찾는 것이 낫겠다 싶을 정도로 사람뿐이었습니다.
정작 한옥은 구경도 하기 힘들 정도로 시선 안에 온통 사람만 가득했어요. 밤에도, 낮에도 차이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아름답던 전동 성당의 모습은 그대로지만
이것도 이제 성당이라기엔 너무 그냥 '인증샷용 배경'처럼 되어버려서
오히려 주말 미사를 위해 찾으시는 분들이 많이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게다가 이제 셀카봉 때문에 똑바로 걷기도 힘들고 그저 피해다니기에 바쁩니다.
이 날은 소리 축제가 열려 경기전 앞 무대에서 각국의 전통 음악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것 때문에 사람이 더 많았었나 싶어요.
가을과 전주에 어울리는 전통 문화 행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한 번씩 걸음을 멈추고 생소한 소리들을 듣고 즐길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아마 외국인들이 정말 좋아할만한 한복 입은 행인들의 풍경
전통문화 마을인만큼 이렇게 자연스럽게 녹아든 한복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사람이 정말 미어 터질듯 많았지만 이렇게 높이 올라서 보니 나름 또 평온해 보이네요.
그나마 경기전에서는 좀 여유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밤에도 사람이 참 많은 한옥마을,
그나마 해가 지니 주변을 둘러볼 여유 정도는 생기더군요.
최근 전주의 명소로 떠오른 청년몰도 다녀왔습니다.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 다양하고 독특한 문화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다음에 혹시 또 방문하게 된다면 한옥마을보단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크게 기대하고 찾은 가을의 전주 한옥마을은
본래의 취지는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각종 군것질 가게들이 거리 전체를 점령해 버린데다
한옥 마을이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마카롱, 아이스크림, 츄러스, 닭꼬치 등의 음식점들이 대부분을 차지해
이제 이름뿐인 한옥마을이 되었습니다.
그저 뚜껑만 기와모양일 뿐 명동이나 종로같은 번화가와 다를 것이 없더군요.
게다가 주말에는 인파가 너무 몰려 가을 정취 따위는 잊고 그저 행인들의 어깨와 셀카봉을 피해 걷기에 바빴습니다.
아쉽지만 아마도 다시 이 곳을 찾을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자랑스러운 한국의 명소 하나가 너무 변질되어버려 아쉬운 이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