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쓰는 카메라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2년여간 쓰고 있는 라이카 M 35mm Summicron 렌즈입니다. 많은 사진가들이 가장 많이, 널리 사용하는 35mm 렌즈로 라이카 M 시스템을 대표하는 렌즈이기도 합니다. 가장 작은 M 마운트 렌즈 중 하나로 작은 크기에도 뛰어난 해상력과 샤프니스, F2의 밝은 조리개 값 등 그야말로 라이카 M 시스템의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M8과 M9, M240을 거치면서 35mm 렌즈는 빠짐 없이 제 곁에 있었습니다. 칼 자이스의 ZM 렌즈이기도 했고, 라이카 35mm Summicron 현행 이전 제품인 4세대 렌즈, 그리고 오늘 소개할 이 현행 asph 렌즈까지 종류는 달랐지만 늘 35mm를 사용하고 있죠. DSLR을 사용하던 때부터 M9을 사용하던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저의 주력은 늘 50mm 렌즈였습니다만, RF 시스템에 적응하면서, 그리고 사진이 쌓이고 제가 원하는, 좋아하는 사진의 장르가 정해지면서 50mm는 사용 빈도가 크게 줄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 35mm 렌즈를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죠. 오랜 시간동안 사용하면서 이제는 꽤 적응이 되어 잘 교체하지도 않습니다.
오늘 소개할 이 렌즈는 라이카 M 렌즈의 스테디셀러인 Summicron-M 35mm 렌즈 시리즈의 가장 최신 모델인 5세대 asph 버전입니다. 비구면 렌즈가 채용되어 왜곡과 해상력에서 큰 발전이 이뤄진 모델이라고 하죠.
렌즈의 대략적인 사양은 위와 같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기본이 되는 35mm 초점거리가 눈에 띄고 F2의 비교적 밝은 조리개로 부족한 조명 환경에서의 촬영이나 심도 표현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죠. 길이가 34.5mm에 불과할 정도로 크기가 매우 작아 DSLR 시스템보다 상대적으로 부피가 적은 RF 시스템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렌즈입니다. -DSLR의 35mm 렌즈 크기를 보시면 이 렌즈의 매력을 알 수 있죠- 라이카 M 시리즈 렌즈 답게 최단 촬영 거리가 70cm에 이르기 때문에 근접 촬영은 포기해야 합니다. 이건 대부분의 M 마운트 렌즈가 해당되는 이야기이니 이 렌즈만의 단점은 아니지만요. 실버와 블랙 모델이 있는데 재질 차이로 실버가 약 100g 가까이 무겁습니다. 실제로 들어보면 '어? 이 작은 쇳덩이가?' 할 정도로 묵직합니다. 그래서 M 시리즈의 가벼움을 즐기시려는 사용자들은 블랙을 선택하시죠. 저는 힘이 좋기도 하고, 카메라가 실버 모델이라 렌즈 역시 실버 색상으로 선택했습니다.
사진은 지금 사용 중인 M Typ240 이전에 사용했던 M9 스틸 그레이 모델과 함께 촬영한 것입니다. 사실 스틸 그레이와 실버 색상의 톤이 매우 달라 디자인 상으로는 어울리지 않지만, 라이카 M 카메라와의 조합에서 이런 핏(?)이라는 것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역시나 눈에 거슬리는(?) 스틸 그레이 색상과의 이질감, 하지만 실버 모델이 출시된 M8이나 M9p, M Typ240 실버 모델과는 그 색상이 꼭 맞아서 매우 아름다운 조화를 보입니다. 사양대로 그 크기가 매우 작아서 전체 시스템이 작아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풀 프레임 DSLR 카메라와 35mm F2 렌즈의 조합을 상상해 보시면 라이카 M 시스템이 얼마나 작은지 알 수 있죠. 물론 자동 초점도 되지 않고, 성능도 한참 떨어지지만 시스템의 소형화 자체만을 생각한다면 확실히 라이카 M 시리즈는 아직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최근 소니 A7 시리즈 등 초소형 풀 프레임 미러리스 시스템이 탄생하면서 이런 장점도 옛날 이야기처럼 되어 버렸지만, 아직까지는 몇몇 장점이 남아 있는 것으로 우겨(?)봅니다. 제가 라이카 M 시리즈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이 바로 이 시스템의 소형, 경량화와 기계적 완성도였거든요.
다시 렌즈 외관 이야기로 돌아오면, 실버 렌즈는 황동 재질로 제작되어 블랙 렌즈보다 매우 무겁습니다. 외관의 아름다움은 아무래도 실버가 낫다는 의견이 많지만, 그것을 위해 이 무거움을 감수해야 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가 되겠죠? 이 렌즈를 받고 가장 놀랐던 것도 바로 무게였습니다. 지금은 뭐 '이렇겠거니' 하며 적응이 되었지만요. 그래도 이 렌즈는 제 눈에 블랙보다 확실히 '예쁩니다'. 그리고 재질의 내구성에도 좀 더 신뢰가 가구요.
그리고 실버 렌즈의 폰트는 빨강색으로 되어 있습니다. 블랙은 노랑색으로 되어 있으니 취향대로, 혹은 카메라 색상에 맞춰 선택하시면 되겠죠? 참고로 가격도 실버가 높습니다.
바디 재질과 톤의 차이는 있지만, 렌즈 디자인은 확실히 아름답습니다. 렌즈 크기와 구경이 작아 M 카메라와 무척 잘 어울리는 모양이에요. 이전 세대와의 구분은 전면에 씌여있는 ASPH 표시와 대물렌즈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비구면 ASPH렌즈를 사용했기 때문에 대물렌즈가 볼록하지 않고 평평한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라이카 다운 아름다움'이라면 현행보다는 오래된 올드 렌즈를 꼽는 분들이 많으신데, 확실히 현행 렌즈는 세련되고 멋지긴 하지만 '아름답다'는 평가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재미가 없는 디자인이라고 하는 게 맞겠죠?
실버 필터를 제외한 길이를 보면 카메라 두께보다 짧아 보입니다. 35mm F2의 사양을 생각하면 정말 기적처럼 작고, 그럼에도 그 단단함 등의 완성도는 매우 뛰어납니다. 그래서 라이카 렌즈를 이야기 할 때 '기계적인 아름다움'을 빼 놓을 수 없는 것이겠죠? 종종 렌즈 성능은 두 번째로 논하게 될 만큼 그 자체로 아름다운 렌즈들이 라이카에 몇몇 있죠, 비록 역사 속의 그 아름다움에는 비할 바가 못되지만 이 작고 아름다운 실버 렌즈 역시 라이카 M 사용자들을 매료시키기에는 충분합니다.
라이카 하면 흔히 검정 카메라에 특유의 빨강 로고를 상상하게 되는데, 실버와 빨강색의 조화도 그에 못지 않게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개인적으로 블랙 렌즈에도 빨강색의 글씨 색이 적용되었으면 좋겠는데, 아쉽게도 그건 블랙 페인트 렌즈나 소수의 한정판 모델에게 뺏겨버렸죠.
초점링을 쉽게 돌리기 위한 탭, 흔히 까치발 모양이라고 하죠? 저 홈에 손가락을 넣으면 편하게 초점 조절이 가능합니다. 실버 모델이지만 이 탭은 검정색으로 되어 있습니다. 미관상으로는 없는 편이 나은데, 이게 없으면 확실히 빠르게 초점을 변경해야 하는 환경에서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조금 더 무거워지더라도 저 탭도 실버 색상으로 해 줬으면 좋았을텐데요
기본 후드는 이렇게 플라스틱 사각 후드가 사용됩니다. 39mm 구경에 맞는 앙증맞은 크기로 M 마운트 렌즈의 상징같은 사각 후드가 귀엽습니다. 이 후드는 이전 모델인 4세대 35mm 렌즈와 호환된다고 하죠? 개인적으로 사각 후드를 좋아해서 내장 원형 후드를 사용하는 50mm Summilux 렌즈보단 이 렌즈가 더 마음에 듭니다.
M 카메라에는 이 렌즈 크기가 가장 적절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표 렌즈로 인기를 끌고 있는거겠죠?
이미 35mm 렌즈를 사용하던 중에 이 렌즈를 구입한 것이라 처음 제품을 받고 느낀 감동은 확실히 이전보다 덜했지만
이 렌즈가 준 감동은 실버 색상의 아름다움과 M 카메라와의 완벽한 조화였습니다. 실제로 현재 쓰고 있는 M Typ240에서 가장 아름다운 렌즈가 이 렌즈였습니다.
라이카 M Typ240과 Summicron-M 35mm asph. 렌즈의 조합입니다. 동일한 실버 색상이라 제 짝인 양 조화가 무척 좋고 기존 M8,M9 시리즈에 비해 크고 무거워진 M Typ240 바디 때문에 렌즈가 한결 더 작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마 제가 사용한 렌즈 중 가장 오랫동안 사용 중이며, 단 한 번도 부족함을 느낀 적이 없는 렌즈가 이 Summicron-M 35mm asph. 렌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국 마지막으로 선택한 라이카 M 시스템과 35mm 렌즈라는 상징적인 의미, 거기에 실버 색상의 아름다움과 빈 틈 없는 완성도, 비구면 렌즈의 향상된 화질 등 현재까지는 저를 위한 단 하나의 렌즈로 확실히 자리 잡았습니다. 물론 상세히 이야기 하자면 다소 오래 된 출시 년도 때문에 현재의 고화소 M Typ240에는 조금 부족한 해상력 등이 아쉽지만, 그것이 이 렌즈를 방출할 이유는 되지 못합니다. -그건 렌즈 사용 후기에서 이야기 해 볼께요-
오랫만에 하는 카메라, 그리고 렌즈 이야기는 이렇게 제 '단짝'의 외모를 보여드리는 것으로 마무리 하고, 다음 포스팅에서 그 동안 이 렌즈로 찍은 사진과 소감을 적어 보려고 합니다. 제 짧고 긴 많은 여행에 늘 함께한, 그리고 오늘도 제 곁에 있는 이 렌즈는 이제 카메라보다 우선이 되었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