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문도는 입소문을 타고 어느덧 많이 알려진 홍대 앞 맛집입니다.
커피와 일본 가정식, 디저트를 주메뉴로 하고 있고, 미리 알고 가지 않으면 찾기 힘들 정도로 골목 구석에 위치하고 있죠
물론 그 흔한 간판 하나 없이 건물 2층의 굳게 닫힌 철문의 어색함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알음알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데다, 최근에는 방송 출연도 해서 이젠 숨은 맛집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진 곳이기도 합니다.
마치 채 공사가 끝나지 않은 건물을 남몰래 올라가는 듯한 이 기분은 웬만한 맛집 탐방에선 느끼기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입구에 놓인 소파마저도 그런 느낌을 물씬 풍기고 있네요.
'여기가 맞긴 맞나...?'
OPEN 이라 씌여 있고 아래 del mundo라고 덧붙어 있으니 잘 찾아왔군요.
정돈되지 않은 분위기는 입구 풍경뿐만은 아닙니다.
오래된 식당에 온듯 어두운 조명과 오래된 느낌 물씬 풍기는 가구, 집기들, 통일되지 않은 인테리어 등
깔끔하지는 않지만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홍대 앞 맛집답습니다.
맛집 프로그램에선 혼자 오기 좋은 맛집으로 소개됐었죠?
가게 한 구석에 방송에 나온 1인 테이블도 보이고, 밝지 않은 조명과 독립된 테이블이 혼자 방문해 차나, 혹은 식사까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혼자 밥 먹기 좋아하는 저한테는 썩 맘에 드는 실내였습니다.
테이블 모양이나 크기, 주변 분위기가 모두 달라 앉는 곳에 따라 다른 느낌이고 구석에는 좌식 테이블도 있었습니다.
어딘가 계획이라기보단 자리 나는대로, 테이블 생긴대로 만든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나쁘지 않습니다, 홍대 앞이니까요.
직접 그린 그림과 글씨로 만든 메뉴판 역시 친절하고 재미있습니다.
점심식사를 목적으로 방문한 터라 식사 메뉴를 위주로 보았는데, 일본 가정식과 오야코동, 카레라이스가 주메뉴로 종류는 많지 않았습니다.
지인은 델문도 카레라이스를 추천했지만, 이 날은 이미 검색 후 기대하고 간 일본 가정식을 주문하기로.
식사가 준비될 동안 둘러본 매장 한 켠의 플리 마켓
직접 제작한 소품들과 사용하던 물건들을 설명과 함께 판매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홍대 문화가 이렇게 이곳저곳 자리잡고 있는 거겠죠.
이 날 주문한 메뉴 두개입니다.
첫번째 사진이 오야코동, 두번째 사진이 일본 가정식 밥상.
사실 오야코동이야 익숙한 메뉴인데다 여기저기서 먹어본 메뉴라 크게 평가할 정도의 특별함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홍대 앞에서 방문해 본 여러 일본 음식점 중에 델문도의 음식이 준 인상은
'적은 양과 비싼 가격, 다소 짠 음식'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입맛이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 입에는 맞지 않았어요.
같이 주문한 일본 가정식 역시 만삼천원의 가격에 비해 양이 매우 적고 맛에서도 큰 인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여성분이시라면 한끼 적당히 드실 수 있겠지만, 저는 바로 점심 2차를 먹으러 갔을 정도였으니까요.
전반적으로 아쉬운 음식들이었습니다.
아쉬움에 후식으로 주문한 푸딩은 그래도 디저트가 맛있다는 이 곳에 대한 평을 다시 떠올리게 했습니다.
다른 곳의 디저트에 비해 단맛이 강했습니다만, 디저트는 달콤해야 하니까요.
일본 음식점이 많은 홍대 앞이지만 정통 일본 가정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간판도 없고 찾기도 쉽지 않은 델문도가 적지 않은 인기와 입소문을 끈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편하게 방문해서 쉬며 즐길 수 있는 분위기 역시 홍대 앞의 개성에 맞는 장소다웠지만
음식 맛에서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식사 후 차와 디저트를 즐기기 위해서라면 다시 방문할 수 있겠지만요.
하지만 앞으로 이런 편안한 곳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 del mun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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