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만에 찾은 광주,
그 땐 마냥 신기하고 낯설었던 동네였다. 그래도 반갑게 맞아주는 친구가 있어 좋은 기억이 많았던 곳.
오늘은 그 기억을 더듬어, 스무살의 나 대신 혼자 걸어본다.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문질러 없애버리기 전, 이른 아침에.
아무도 없는 골목은
그 때와는 너무 달라 기억을 더듬는 것조차 불가능하고
지난 밤의 흔적 만큼이나 많은 것들이 쌓이고 바뀌어
이제는 그냥, 처음 걷는 길이 되었다.
그나마 옛 모습과 닮은 풍경에서
있지도 않은 그 때의 기억을 꺼내 맞춰보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사는 곳보다 조금 더 사람 사는 풍경 같았던 길.
걷다보니 어느새 추억밟기를 포기하고
알 수 없는 길과 처음 보는 풍경에 즐거워했던 시간.
아마 이 골목도
언젠가 나 걸었을텐데.
그래도 어느새
계속 걷다보니
눈에 들어온다,
아, 여기.
그 때 거기.
부지런한 사람들이 모여 일찍 휴일을 여는 풍경 속에
스무살 내 감상은 끝나고
사람 사는 곳 광주의 풍경에 빠진다.
추억은 이 정도면 충분히 찾았으니까.
새로운 곳에서 익숙한 것을 찾는 것은 즐겁다.
모든 게 처음인 곳에서는 더더욱.
나 혼자 이방인인것 같은 기분이 나쁘지 않다.
내 스무살의 고향 같은 곳
광주에서
혼자여서 더 즐거웠던 시간
웃으며 이제 놓고 온 추억
2013. 7. 27
@ 광주
LEICA 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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