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간편하게 한 끼 식사가 가능한 김밥은 대표적인 한국의 패스트 푸드로 손꼽힙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을 위해 쌀과 채소 등 주요 재료에서 좋지 않은 재료들을 많이 사용하면서 이제 많은 분들이 가급적 피하는 음식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밥과 각종 채소가 들어간 김밥은 영향 균형이 좋은 음식인데 말이죠.
김밥을 좋아해 평소에 자주 먹는 편인데 중국산 쌀, 비위생적으로 만들어지는 단무지 등에 대한 소식으로 먹으면서도 마음이 불편한 적이 많았는데요,
좋은 재료로 만든 김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어 먼 길을 다녀왔습니다. 이영돈의 먹거리 X 파일에도 소개된 일산의 '알라딘 가족 밥상'이란 곳입니다.
다른 곳과는 달리 깨끗하고 안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고, 믿을 수 있는 음식으로 TV에 나온 집이라 뭔가 다를 거라는 기대를 한 것도 사실입니다만
분위기는 여느 학교 앞 분식집 혹은 식당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규모도 크지 않고, 테이블도 많지 않습니다만 어딘지 정겨운 느낌입니다. 처음으로 찾는 곳인데두요.
제대로 찾아왔는지 테이블에는 '착한 식당' 인증패가 놓여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곳의 마스코트인 '알라딘'이 벽에 붙어있고
평일 오후 사람들이 점심 식사를 한바탕 끝내고 빠져 나간 식당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사실 첫인상은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음식 재료와 도구, 기타 기물들이 여기 저기 빈 공간을 채우고 있어 다소 어수선한 느낌이 강했고,
이런 건 보통 잘 되지 않는 식당에서 보게 되는 풍경이기 때문이죠. 조금 정리가 되었다면 좋았을거란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익히 알려진 좋은 음식에 대한 고집과 그것을 느낄 수 있는 벽의 이런저런 출력물들은 음식을 먹기 전 혹은 후에 읽어보기 좋았습니다.
다행히 손님이 많지 않아 바로 주문을 할 수 있었습니다.
먼 길을 달려왔으니 김밥도 평소보다 많이, 세 줄 주문했어요.
가격은 일반적인 김밥보다 다소 비싼 편입니다.
종류별로 다르지만 4천원에서 5천원으로 김밥 한 줄 치고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죠.
좋은 재료를 고집하기 위한 가격이라고 생각하고, 그만큼 김밥을 '한 끼 때우는 음식'이 아닌 '제대로 된 한식'의 하나로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이기도 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밥 세줄이 나왔습니다.
가격 때문인지 보통 김밥보다 크기가 좀 더 큽니다. 내용물에 대한 기대가 들 만큼 빵빵한 김밥이에요.
반찬은 직접 담근 피클과 어묵국물입니다.
무산김을 사용한 김과 기름 때문에 김밥에 매끈한 윤기가 돌아 더욱 먹음직스럽게 보입니다.
일단 첫인상은 합격점!
다른 김밥보다 두툼한 이 곳의 김밥 속에는 밥보다 각종 채소와 단무지, 햄이 더 많이 들었습니다.
야채, 소고기, 멸추(멸치+고추) 이렇게 세 줄을 시켰는데요 멸추 김밥은 고추의 매운맛 때문에 깔끔한 맛이 매력적이고, 소고기 김밥과 야채김밥 역시
각 재료의 맛이 잘 느껴지는 점이 좋았습니다. 눈으로 보이는 것 뿐 아니라 씹으면서도 신선한 재료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어요.
특히나 중요하게 봤던 단무지도 기존의 색소를 사용한 노란 단무지가 아니라서 다행이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오이와 당근을 좋아하지 않는데, 다른 채소보다 당근이 많이 들어가있어 제 입맛에는 Best! 까지 되지 못했습니다.
다분히 개인적인 평이 되겠군요 :(
직접 담근 피클은 단순히 시고 짠 맛이 아니라 새콤하면서도 끝맛이 달콤해 평소에 피클을 전혀 먹지 않는 저도 몇 개 집어먹게 되더군요.
사실 이 곳의 좋은 음식에 대한 노력은 김밥보다 이 피클에서 더 확실히 눈에 띄었습니다. 너무나도 차이가 많이 나니까요.
좋은 재료는 별다른 조미료와 테크닉 없이도 맛있는 음식을 완성합니다.
유별나게 자랑하지도, 떠들썩하게 자리한 맛집도 아니지만,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 좋은 재료와 좋은 방법으로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이런 곳이 새삼 고맙고
이렇게 먼 길을 찾아와야 하는 것에 대해서 아쉬움이 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분식집에서 흔히 떡볶이, 순대, 라면과 함께 먹던 그런 자극적인 김밥 맛은 아니지만 김밥을 제대로 된 한국 음식으로 대우해 준 식당이 아닐까 싶습니다.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