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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7
서울동물원, 과천
유난히 길었던,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눈 깜짝할 새 지나갔던 비의 계절이 지나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시절, 몇 년만에 찾은 동물원.
3년만에 찾은 동물원,
놀랍게도 그대로인 곳곳의 모습.
기린과 마주보기
단란한 한때.
무더위에 지친 사막여우의 낮잠.
이제 막 태어난 아기 원숭이의 호기심과
그를 바라보는 회한의 눈빛들.
어딘가 슬퍼보이는 두 눈빛도,
무신경 해 보이는 걸음걸이도
매일같이 돌아가는 동물원의 그저 같은 일상의 한 조각.
두꺼운 가죽을 가진 동물들은
아마도 이 여름이 더 힘겨운 듯한 눈빛.
힘들어하는 표정이 보이고
물 위를 헤엄치며 무더위에서 잠시 피해본다.
찾아주는 이들을 위한 춤과
멋진 표정연출.
저마다의 사연까지.
사슴의 눈망울은 보는 사람의 맘까지 맑아지게 하는 것 같다.
모성애.
짧은 다리로 열심히 뛰어다니는
저 아무것도 없는 우리 안에서
저마다 무언가에 몰두한 모습.
때로는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얼굴이라도 보고싶을 때가 있다.
반달가슴곰은 특히나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이 매력.
아무래도 여름은,
모두에게 힘든 계절이 아닐까.
그게 동물의 왕일지라도.
무신경한 듯한 눈빛이지만,
언젠간 다시 찾아주길 바란다고,
적어도 난 그렇게 믿으며.
오늘 하루 나를 소년으로 만들어준, 착한 영혼들이여
그때까지 건강하게, 걱정없이 잘 지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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