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5일 금요일부터 7일 일요일까지, 2박3일의 짧은 여행의 첫날은 정말 눈깜빡할 새에 해가 저뭅니다.
반가움에 신기함에, 그리고 호기심에 오후 내내 도톤보리와 신사이바시를 걷다가
문득 그래도 어딘가 가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게 되구요.
일본 먹거리의 출발, 구로몬 시장
난카이 난바 역에서도 멀지 않은, 니폰바시 역에 있는 구로몬 시장은
100년이 넘은 오사카 최고의 전통시장으로 도톤보리의 수많은 맛집들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들어가자마자 느껴지는 뭔가 익숙한 분위기,
한국의 전통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입니다.
각종 주방용품들을 저렴하게 파는 상점과, 꼼꼼히 장을 보시는 어머님의 모습도 많이 익숙한 느낌입니다.
섬나라와 반도의 차이랄까요?
구로몬 시장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식재료는 생선과 게 등의 수산물입니다, 그 외에 장아찌류가 많았구요.
오래전이지만 어머니 손잡고 갔던 시장을 떠올려보면 한국 시장에는 '풀'이 많았거든요.
한국인도 머리를 갸우뚱하게 되는 기막힌 한작(韓作)?
이때가 대략 저녁 일곱시쯤이었는데 아쉽게도 대부분의 상점들이 파장 분위기라
기대했던 활기찬 전통시장 풍경은 볼 수 없었지만,
그만큼 여유있게 시장 분위기와 신선한 식재료들을 보며 갈 수 있었고,
하루를 마감하는 시장 상인들의 표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식재료 상점 뿐만 아니라,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튀김이나 떡 등을 파는 곳도 있으니
먹거리에 관심 많으신 분은 도톤보리의 화려한 식당가를 즐기시고
그 맛집들의 '뿌리'로서 꼭 한 번 들려보실 만한 코스라고 생각합니다.
오사카를 가장 먼저 만나는 곳, 난바 파크스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급행열차를 타고 가장 먼저 닿는 곳 난카이 난바역과 연결되어 있는 난바 파크스는
이름에 걸맞게 공원처럼 예쁘게 꾸며진 종합 쇼핑센터입니다.
여러 의류매장과 잡화, 악세서리 상점과 장난감가게, 카페와 식당이 있고 극장까지 있는
서울로 치자면 타임스퀘어와 비슷하다고 해도 될 듯 합니다.
건물 하나하나가 예쁘고 깨끗한 난바 파크스는 쇼핑을 즐기기에도, 카페에 앉아 사람들 구경하기에도 좋은 곳이고,
상점들의 고급스런 분위기 답게 가격도 다소 고가였습니다.
사실 구로몬 시장에서 덴덴타운, 그리고 난바 파크스는 서로 상당히 근접해 있어서 구로몬 시장을 본 후에 와서
쇼핑이나 식사는 하지 않고 벤치에 앉아 깨끗한 거리를 보며 종일 걷던 다리를 쉬고, 둘째날 스케쥴을 계획한 곳이었는데
시간이 부족해 좀 더 자세히 둘러보지 못한 것이 이제와서 아쉬울 만큼 멋진 곳입니다.
게다가 1층에는 커다란 장난감 가게가 있다더군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깨끗하고 예쁜 난바 파크스에게서는 참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도톤보리의 밤.
지난 여행때의 도톤보리의 밤은 평일이라 그런지 9시부터 상점이 대부분 문을 닫고 길도 한산한 그야말로 썰렁한 분위기여서
'밤에는 재미없는 도시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여행에서의 도톤보리의 밤은 전혀 달랐습니다.
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도톤보리 다리에도 사람이 가득했고,
의류나 식당들은 역시 일찍 문을 닫았지만, 오락실이나 가라오케, 술집 등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아직 초저녁이잖아?!'라고 말하듯 화려함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열시에 호텔에 들어갔다가, 못내 아쉬워서 다시 카메라를 들고 나왔는데
사람도 워낙 많고, 특히 일찌감치 주말을 즐기려는 젊은 사람들이 길을 가득 채우고 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사카 사람들은 밤에 표정이 밝아지더군요...? ^^
잠들기 아까운 저같은 사람들을 반겨주는 오락실의 인형들
젊은이들의 주말문화는 '향락'의 문화도 있겠지만,
길 곳곳에 문을 연 술집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웃음소리와 가게 앞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 주방장 아저씨의 표정,
그리고 길가에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젊은 여성의 맑은 노래소리와 맥주 두캔을 사들고 노래를 경청하는 청년의 뒷모습까지.
익숙한 듯 하면서도 새롭고 재미있는 도톤보리 거리의 밤 풍경이었습니다.
열두시가 가까운 시간까지 도톤보리에는 이제 퇴근 후 술한잔 한 직장인 무리들과, 이제 막 나와서 밤새 젊음을 즐겨보려는 젊은이들로 가득했습니다.
아마도 밤새 꺼지지 않을 듯한 네온사인처럼 무척이나 활기찬 모습이었고,
'물의 도시'답게 도톤보리를 중심으로 오사카의 밤도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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