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사진찍기 좋은 계절이라면 흔히 꽃피는 봄을 떠올리지만 저는 가을을 가장 좋아합니다. 긴 무더위 끝에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걸음을 경쾌하게 만들거든요. 종일 걸어도 지치지 않으니 사진 찍으러 다니기에도 좋습니다. 매일같이 곳곳에서 열리는 축제, 하루가 다르게 물드는 단풍을 보고 담는 즐거움도 있고요. 언제 그런 장면을 마주칠지 몰라 가방에 늘 카메라를 챙깁니다. 제 가방은 가을에 가장 무겁습니다.

일산에 간 날이었습니다. 서울 근교지만 오히려 강릉보다 자주 못 가는 동네라 여행하듯 짐을 챙겼습니다. 오후 업무를 마치고 해가 질 때까지 근처를 산책하면 되겠다고. 마침 주엽역 근처가 호수공원이라 장소를 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은 주엽역에서 가까운 빵집과 카페를 찾았습니다. 가을 소풍을 준비하는 기분으로. 가방 속 카메라는 제 장비 중 가장 작은 소니 A6400 그리고 탐론 17-70mm F2.8 렌즈. 가벼운 일상 기록용으로 애용하는 조합입니다.


주엽역 바로 앞에 있는 베이커리 레이크에서 북해도 생크림 바게트를 샀습니다. 이집에서 잘한다는 크루아상, 뺑 오 쇼콜라를 살 생각이었습니다만 계절 한정 메뉴처럼 보이는 생크림 바게트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이 집 빵 종류도 많고 바게트 맛있었습니다. 추천해요.

카페는 올댓커피를 점찍어 놓았는데 하필 리뉴얼 공사 중이더라고요. 상호명까지 바꾼다는 것을 보니 대대적인 개편이 있나 봅니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그길로 호수공원 산책길을 걸었습니다. 사방으로 푸르른 풍경에 둘러 싸여 있는 데다 가방에 빵이 있으니 정말로 소풍 나온 기분이었어요. 손에 카메라를 들고 주변을 유심히 살피며 걸었습니다. 이때만 해도 요즘처럼 해가 짧아지기 전이라 네 시부터 여섯 시 넘어서까지 꽤 긴 시간을 햇살을 맞을 수 있었어요.

이 시절 제가 가장 좋아하는 피사체들 중 하나인 억새. 파란 가을 하늘과 함께 찍으면 가을 느낌 물씬 나는 이미지를 안겨 줍니다. 이날은 공사 중이라 가까이 다가가진 못했어요.


반영이 유난히 선명한 계절이기도 하죠. 물 속 식물들과 물에 비친 풍경이 얽혀 만드는 기묘한 혼재를 좋아합니다. 거기에 소금쟁이가 움직이며 물결파까지 만들어지면 저도 모르게 다가가 그 미약한 움직임들을 한참 바라보고 사진을 몇 장 찍어 둡니다.

이 사진을 찍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내가 산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어쩌면 산책로 바닥의 녹색 때문일 수도 있겠다고.



저마다의 형태로, 각자의 습관대로 계절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들도 아름답죠. 이런 장면들은 정말로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터라 마침 손에 카메라가 있으면 촬영의 쾌감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는 것과는 달라요.

중간쯤 걸었을 때 이 구조물을 보고 예전 기억이 떠올랐어요. 십 년 전쯤 혼자 출사 와서 이걸 찍은 적이 있습니다. 여전히 그 자리에 있어 반가웠고, 언젠가 이날을 또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찍어 뒀습니다.

같은 것을 찍은 사진은 못 찾았지만 그날의 사진을 한 장 찾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사진들 중 하나인데 파일 정보를 확인하니 2014년이네요. 직장을 그만두고 혼자 여기저기 촬영 핑계로 놀러 다녔던 때였는데 지나보니 백수 시절이었어도 이 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억새 사이에 서 있는 작품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역광에서 발생하는 플레어, 그리고 F2.8 개방 촬영의 얕은 심도가 마음에 든 사진. 이런 결과물은 스마트폰으로 얻기 힘들어요. 날씨가 좋으면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그 역시도 카메라에 미치지 못합니다.



장미 가든은 가을에도 선명하게 물들어 있더군요. 일산 꽃축제를 목전에 둔 때라 그랬을 수도 있고요. 탐론 17-70mm F2.8 렌즈는 70mm 망원에서 F2.8 개방 촬영이 가능해서 위 사진들과 같은 배경 흐림을 손쉽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분수 사진에서는 셔터 속도를 1/4000초로 설정해 물방울의 형태를 생생하게 촬영합니다. 이때도 렌즈의 조리개 값이 중요합니다. 충분히 밝아야 고속 셔터에서도 낮은 ISO 감도를 설정할 수 있고, 그 결과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다행히 날씨가 화창했고 1/4000초, F2.8, ISO250으로 촬영했습니다.

아 근데 세찬 분수를 보며 왠지 안타까움 마음이 들더군요.

하늘이 노란 빛으로 물들기 시작할 때 즈음, 호수가 보이는 벤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앞에 있는 나무가 만든 옅은 그늘이 드리운, 명당이었어요. 자리에 앉자마자 생크림 바게트를 꺼내 먹고 음악을 들으며 윤슬을 바라 봤습니다. 9월 한 달을 무척 바쁘게 보내서 이 여유가 꿀맛 같았어요.


어느 시점이 지나자 중천에 떠 있던 해가 자성에 끌리는 것처럼 빠르게 지평선으로 떨어졌고 공기가 몰라보게 차가워졌습니다. 그런데도 일어나기가 싫더라고요. 이날의 노을을 끝까지 바라 보면서 중간 중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새까만 밤이 된 후에는 장노출 촬영으로 호숫가 야경을 찍었습니다. 삼각대가 없을 때는 평평한 난간을 찾아 이용해요. 카메라가 떨어질까 불안한 곳에선 촬영하는 동안 스트랩 끝을 한 손으로 붙잡고 있습니다. 핸드헬드 야경 촬영도 좋지만 아무래도 장노출 촬영만큼 깔끔하고 아름답진 못하죠. 화려한 빛갈라짐 하나만 봐도 차이가 납니다.

산책의 마무리는 맛집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평냉집 양각도 본점이 일산에 있어요. 그래서 이날 저녁 메뉴는 이미 결정돼 있었습니다. 예전엔 상암동에 분점이 있어서 자주 갔는데 일산점만 남은 뒤로는 입맛만 다셨습니다. 오랜만에 먹는 양각도의 냉면을 폰으로만 찍기는 아쉽죠. 카메라를 꺼내 반가운 재회를 기록합니다.

이후로도 이 카메라와 렌즈는 거의 매일 제 가방에 있었고 맛집, 카페에서 일기처럼 제 추억을 담아 줬습니다. 최근 방문한 라멘집들 중 가장 좋았던 담택에서도 어김없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고요.

업무 사이에 짬을 내서 방문한 카페에서도 예쁜 커피를 보니 그냥 마실 수가 없어서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여긴 가끔 종로 갈 때 방문하는 곳이에요. 연어가 신선하고 괜찮습니다.


음식 사진에서는 망원 + 근접 촬영 성능이 좋은 렌즈를 선호합니다. 이 조건에도 17-70mm 렌즈가 잘 맞습니다. 그래서 벌써 2년 넘게 일상용 렌즈로 활약하고 있고요.

계절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사진으로 기록해 두면 더 선명하게 추억할 수 있잖아요. 그리 무겁지 않은 카메라, 렌즈라면 부담스럽지 않게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사진 찍기 좋은 계절, 가을에는 그렇게 해 볼 가치가 있고요.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로 촬영한 이미지 (소니 A6400)]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B070 for Sony E-Mount - 썬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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