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이렇게 뜨거웠던 여름이 또 있었나 싶어요. 십 년 전쯤 서울 낮기온이 40도에 육박했던 일이 기억 나는데 그때도 이렇게 뜨겁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망각 때문이겠죠?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요즘같은 때는 시원한 실내에서 문화 생활 즐기는 게 현명합니다. 그래서 저도 시간 날 때마다 근처 사진미술관과 사진전을 찾아 다니고 있어요. 최근에 다녀 온 곳은 경기사진센터입니다. 2026년 3월 오픈한 따끈따끈한 신상 사진미술관이에요.


일반적인 사진미술관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공공 사진전문기관의 역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거든요. 지역민들과 합작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도민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경기상상캠퍼스 내에 위치합니다. 과거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수원캠퍼스 건물을 리모델링해 사용한 것도 앞서 언급한 지역 상생 취지에 들어 맞습니다. 방문해보니 외가에 있던 초등학교 건물 생각이 나서 정겨웠어요. 수원역에서 그리 멀지 않고 주변으로 녹지와 정원이 넓게 조성돼 있으니 주말, 여가 시간을 내서 방문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경기사진센터 GYEONGGI CENTER FOR PHOTOGRAPHY
모든 생명체가 사진으로 통하는 곳 A Place Where All Life Meets Through Photography
gcp.or.kr
전시 촬영용으로 선택한 탐론 35-100mm F2.8 렌즈


사진미술관을 방문할 때는 감상 못지 않게 공간, 작품 촬영하는 데도 신경을 씁니다. 감상 당시의 생각들을 메모해 두는 방식으로 말이죠. 작품을 걸어 놓은 위치, 벽의 색과 질감, 조명 배치 등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요. 보통은 전시실을 최대한 넓게 찍기 위해 광각-초광각 렌즈를 챙기지만 저는 망원까지 커버하는 표준줌 렌즈를 선호합니다. 현장의 공간감을 표현하기에 유리하거든요. 탐론의 표준 줌렌즈 28-75mm와 35-100mm 중 35-100mm F2.8을 챙겼습니다. 함께 챙긴 12-20mm 렌즈 덕분에 망원에 여유를 둘 수 있었어요. '도시 여행가의 렌즈'로 명명한 이 렌즈에 대한 정보는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고민될 땐 주로 이 렌즈에 손이 갑니다.
도시 여행가의 렌즈. 탐론 35-100mm F2.8 (소니 A7R4)
도시 여행가의 렌즈. 탐론 35-100mm F2.8 (소니 A7R4)
*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올해 출시된 탐론의 새로운 표준 줌렌즈입니다. 28-75mm F2.8 시리즈가 충분히 자리를 잡고 G2 버전에서 화질, 성능까지 인정 받은 뒤
mistyfriday.kr
탐론 35-100mm F/2.8 Di III VXD A078 for Sony E-Mount - 썬포토
sunphoto.kr

강의동을 활용한 전시실

입구에 붙은 '경기사진센터'를 AI로 지운다면 평범한 건물입니다. 주변 녹지 때문에 시골 폐교 느낌도 나고요. 실제로 센터의 건물은 대학 캠퍼스에서 사용됐던 것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배움터였다는 센터 소개글을 보아 강의동 또는 연구실로 쓰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건물은 총 두 개로 큰 건물은 전시실과 교육 시설, 다른 건물은 사무실로 쓰이고 있습니다. 위 사진은 사무실이 있는 작은 건물입니다. 다른 건물은 규모가 커서 35mm 렌즈로는 다 담기가 어렵더군요. 아래는 함께 가져간 12-20mm 초광각 렌즈로 촬영한 것입니다.

건축 촬영에는 초광각 렌즈가 필요하단 것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12mm의 광활함은 파노라마 촬영 못지 않게 시원시원해요. 하지만 망원 렌즈의 장점도 있습니다.

위 사진처럼 함축적인 표현이 가능합니다. 메인 건물 외벽에 붙은 전시 포스터와 대형 프린트 된 외부 전시물로 시선을 유도하기에 적합합니다. 전시 기록에선 이렇게 제 시선이 머문 곳을 확실히 부각시키는 쪽을 선호해요. 물론 양쪽 다 챙기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죠. 앞으로 종종 언급하겠지만 탐론 12-20mm, 35-100mm 렌즈 조합은 여행과 일상 모두에서 대단히 효율적입니다.


센터 앞에는 개관특별전 《빛나는 얼굴들 : 아이콘에서 우리로》 에 걸린 작품들 중 일부가 세워져 있습니다. 배우 안성기, 김혜자, 손석구 등 익숙한 얼굴들이 보여 반가웠고 설치 작품 형태로 보는 것도 신선했습니다.
투박한 건축과 섬세한 작품들의 대비

해가 가장 뜨거운 오후 한 시쯤 경기사진센터에 방문해 두 시간 전시를 즐겼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간과 작품들의 조화였습니다. 옛 건물에 남아 있는 흔적들이 일단 반갑더군요. 낡고 낮은 돌계단, 노란 점박이 무늬의 콘크리트 바닥 같은 것들요. 작품 속에는 유명 배우, 셀럽들이 지금보다 젊은 모습들로 기록돼 있었는데 그것이 공간과 잘 어울렸습니다.

35mm 렌즈로 전시를 촬영한 것은 오랜만인데 아무래도 공간을 넓게 연출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경기사진센터의 전시실 구조가 탁 트인 형태도 아니고 해서 내부 촬영은 12-20mm 렌즈에 많이 의지했습니다. 아래는 12-20mm 렌즈로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같은 공간을 12mm, 35mm로 촬영했을 때의 차이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12mm 초광각은 공간을 담는 데 유리합니다. 프레임이 시야보다 훨씬 넓기에 여기저기 움직이면서 담지 않아도 원하는 것들을 모두 기록할 수 있어요. 이미지를 모두 21:9 와이드 비율로 편집했는데 이는 위, 아래 공간이 너무 많이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천장에 있는 조명과 에어컨 등의 시설이 작품에 머물러야 할 시선을 빼앗거든요. 초광각의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과 공간의 조화를 담기에는 35mm가 낫습니다. 전시실 구조를 담기엔 답답할 때도 있지만 작품 배치와 그 주변 분위기를 기록해 두기엔 충분해요. 그러고보니 라이카 카메라를 쓸 때는 전시장에서도 35mm를 씁니다. 미러리스 카메라에서는 유독 35mm를 좁다고 여기는데 요즘 사람들 눈에 광각이 너무 익숙해져서 그렇습니다. 찍어 보면 35mm도 광각이에요.




초광각 렌즈로 하기 힘든 연출도 가능하죠. 개방 촬영에서의 얕은 심도 표현입니다. 주로 작품이나 시설 내 장치를 촬영할 때 사용하게 됩니다. 이에 더해 초점거리를 망원으로 설정하면 공간감이 극대화되죠. 전시실을 그럴듯하게 찍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런 것들이 전시 관련 포스팅, 기사에서 메인을 차지할 때가 많죠.
두 개의 개관 특별전


공간을 둘러본 후에는 진행 중인 전시, 작품들에 집중했습니다. 2026년 3월 개관과 함께 두 건의 사진 전시가 진행중이었어요. 메인 전시라고 할 수 있는 《빛나는 얼굴들 : 아이콘에서 우리로》 는 이번 주말, 8월 9일까지라고 하니 주말에 시간 내서 다녀오셔도 좋겠습니다.

《빛나는 얼굴들 : 아이콘에서 우리로》 전시는 대중에게 유명한 연예인과 예술가들을 찍은 인물 사진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국민배우 안성기, 김혜자, 강수연씨부터 현재도 활발히 활동 중인 전지현, 배두나, 이정재씨의 얼굴을 사진 전시에서 보게 되니 반갑더군요. 얼마 전 세상을 떠나신 분들도 계셔서 더욱. 사진에 크게 관심이 없는 분들도 가볍게 관람하시기 좋은 전시입니다.

배두나씨가 왜 그렇게 많은 작가들에게 사랑을 받는지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참여한 작가는 총 일곱 명입니다. 구본창, 조세현 등 이미 유명한 작가들이에요. 개인적으로 김용호 작가의 작품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크기도 가장 컸고 두 사진의 공통점과 연결성을 유추할 수 있는 경험이 흥미로웠어요..

조세현 작가의 작품들에선 인물의 아우라가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익숙한 영화의 포스터에 사용된 사진들도 걸려 있더라고요. 그래픽인 줄 알았던 장면이 실제로 찍힌 사진이었다니. AI 시대가 오면서 직접 찍은 사진의 가치가 오히려 더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전시의 주인공은 유명인에서 이름 모를 시민들의 얼굴들로 바뀝니다. 실제 경기도민들과 협업해 제작된 작품들이라고 해요. 지역기반 문화플랫폼의 취지를 잘 보여준 전시였습니다.

두 번째 개관 특별전 《파밀리아 : 가족과 가족사진》에선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국제결혼, 반려동물 등 현대의 가족상을 기록한 사진들을 통해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타인의 사적인 공간, 생활상을 엿보는 기분도 들었고요. 여섯 작가의 각기 다른 시선, 남의 사생활을 엿보는 듯한 경험이 인상적이었어요.


일반 시민의 삶을 기록한 것에서 이 센터와 잘 어울리는 전시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방문 전에는 새로운 사진 문화 공간에 대한 기대 정도였지만 개관 특별전 역시 만족스러웠습니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신상 센터고 에어컨도 빵빵하니 이번 주말에 다녀와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메인 전시는 이번주 일요일까지입니다. 편하게 몸만 가도 좋겠지만 카메라 챙겨가면 사진을 더 깊이 즐기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