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계획 중인데 지금 쓰는 스마트폰 바꿔야 할까요?" 스마트폰 사진 강좌에서 많이 듣는 질문들 중 하나입니다. 예전엔 DSLR 카메라 추천 요청이 많았는데 이제 중심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이동한 것에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대체로 저는 굳이 교체하실 필요 없다고 답합니다. 삼성 보유국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고성능 스마트폰 사용자 비율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교체 주기로 빠르고요. 길어도 4,5년에 한 번씩 폰을 교체한다면 카메라 화질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지고 있는 카메라를 어떻게 쓰는지가 중요합니다.

여행지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잊지 않고 하는 일이 있습니다. 아이폰 카메라의 설정을 '여행 모드'로 바꾸는 것. 조금 더 좋은 화질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방법이자 촬영 실패를 줄일 수 있는 팁입니다. [설정]이란 단어를 보고 머리가 아플 수 있겠지만 사실 딱 두개만 설정합니다. 물론 모두에게 추천하진 않습니다. 백업, 클라우드의 어려움과 싸울 각오가 돼 있으신 분, 지난한 후보정 과정을 견딜 자신이 있는 분들께 적합해요. 평소에 사진을 즐겨 찍는다면 그리 높은 벽은 아닐 겁니다.
나만의 여행 모드 - RAW와 노출 조절

제가 설정하는 여행용 설정은 RAW, 노출 조절입니다. RAW 파일은 가공을 거치지 않은 원본 데이터입니다. 이것이 장치 내에서 압축, 보정 과정을 거쳐 익숙한 JPG, PNG, HEIF 등의 이미지로 출력되는 것입니다. 압축하지 않은 원본 데이터라 용량이 매우 크고 그냥 쓰기엔 색감이나 노출이 영 심심해요. 후보정을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방해가 되지만 제대로 사진을 만져 보겠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아쉽게도 프로 모델만 지원합니다."

설정-카메라의 [포맷] 메뉴에 ProRAW 및 해상도 제어기를 설정합니다. RroRAW 포맷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JPEG 무손실(높은 호환성), JPEG-XL 무손실, JPEG-XL 손실입니다. 화질이 중심이라면 가장 위에 있는 JPEG를 선택합니다. 이때 파일 용량이 매우 큰 것을 유의해야 합니다. 아이폰 17 프로 기준 한 장에 약 75MB입니다. 저장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JPEG-XL 무손실도 괜찮습니다.

설정 이후 카메라를 실행 시키면 왼쪽 상단에 ProRAW/해상도 제어기가 표시됩니다. 파일 포맷은 HEIF 또는 JPG 그리고 RAW입니다. 저는 여행 사진을 대부분 RAW로 촬영합니다. 해상도는 가장 높은 4800만 화소로 설정하고요. 말 그대로 최고 품질의 원본을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대신 백업을 위해 여행 기간 중에는 아이클라우드 용량을 확장하고 외장하드도 챙겨요. 그 가격보다 두고 두고 열어 볼 여행 사진들의 가치가 더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폰 12 프로 이상을 추천해요.

다년간 아이폰으로 여행 사진을 찍어 본 결과 ProRAW가 지원되는 아이폰 12 프로 이상을 쓰는 것이 좋겠단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는 아이폰 11프로, 13프로를 썼는데 13 프로의 사진들은 지금 봐도 좋지만 11 프로의 사진들은 확실히 열악하거든요. 그런 이유로 제가 추천하는 여행 사진용 아이폰은 아이폰 12/13/14/15/16/17프로 및 프로맥스 모델입니다. 일반 모델은 ProRAW를 지원하지 않고 카메라 숫자도 적어 사진에선 아쉬움이 있습니다. 아이폰 Xs 또는 아이폰 4,5시리즈같은 구형 모델의 독특한 느낌을 선호하는 분들의 취향도 존중합니다만 오래 간직할 사진을 원한다면 화질이 좋은 카메라를 쓰는 게 낫습니다.

노출 조절 기능은 사진의 밝기를 조절하는 옵션입니다. 설정-카메라의 [설정 유지] 메뉴에서 '노출 조절' 옵션을 선택하면 됩니다. 촬영 화면 왼쪽 상단에 표시된 EV 아이콘을 터치해 밝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 기능이 없어도 화면 터치 후 해 아이콘을 쓸어 올리거나 내려 사진 밝기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점/노출을 따로 설정하기 번거롭고 매 사진마다 노출을 지정해야 해서 번거로워요. 노출 조절 수치를 조절해 두는 쪽이 많은 수의 사진을 찍을 때 유리합니다. 대표적으로 여행 사진을 꼽을 수 있죠.
일부러 어둡게 찍습니다. 값은 -0.7

거기에 하나 더해서, 사진을 조금 어둡게 찍기를 권합니다. 저는 -0.3 또는 -0.7로 밝기를 낮추고 촬영해요. 물론 날씨에 따라 오히려 밝기를 높일 때도 있습니다만 대체로 사진을 어둡게 찍는 편입니다. 물론 이것도 RAW 촬영과 후보정까지 염두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보정 없이 쓰려면 굳이 어둡고 칙칙하게 찍을 필요가 없죠.


위 사진의 하이라이트(명부) 부분을 확대한 것입니다. 빛이 과해 색 데이터가 올바로 기록되지 못하고 그 결과 흰색으로 표현됐죠. 태양이나 강한 조명 등에서 흔히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이렇게 흰색으로 손실된 부분은 후보정으로 살리기가 어렵습니다. 전문가용 카메라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스마트폰 카메라에서는 특히 이 부분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화면 속 가장 밝은 부분에 화이트 홀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출을 설정하는 것이 후보정에 유리해요. 물론 위와 같은 환경에서는 태양에 노출을 맞추는 게 현명하진 않습니다만 태양 주변이 어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죠.


반면 그림자(암부)는 상대적으로 복원하기가 수월합니다. 원본에선 시커멓게 보이는 부분도 RAW 촬영 후 노출 값을 보정하면 제법 환하게 만들 수 있어요. 노이즈가 있지만 하이라이트 보정보다는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하이라이트 보존을 위해 사진을 어둡게 찍고 밝게 보정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RAW 그리고 어둡게 촬영. 준비는 이게 끝입니다. 이후론 노출, 구도 정도만 신경 써서 촬영하면 나머지는 후보정에서 자유롭게 수정/보완할 수 있어요. 사진 앱의 편집기도 괜찮지만 RAW의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아무래도 전문 툴이 좋습니다. 저는 라이트룸을 쓰고 있고요. 앞으로 보정/편집 팁까지 차근차근 정리하겠습니다.
필수는 아니지만 해 두면 좋은


필수는 아니지만 해 두면 좋은 옵션, 첫 번째는 격자입니다. RAW 파일은 색보정의 폭이 넓어 촬영 때 컬러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노출도 어지간하면 카메라의 자동값을 믿어도 되고요. 그만큼 구도 선정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은데 이 때 격자 옵션이 큰 도움이 됩니다. 격자 활용에 대해서도 앞으로 이야기 하겠습니다. 일단 설정해 두고 눈에 익혀두는 것을 추천해요. 아직 안 쓰고 있다면 말이죠.
다음은 아이폰의 Fusion 카메라 설정입니다. 메인 카메라의 프레임을 24/28/35mm로 바꿀 수 있는 건데 저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이미지 주변부를 잘라낸 크롭 방식이라 굳이 써야 할 이유를 못 느껴요. 괜히터치 잘못하면 몇 번을 더 눌러 24mm로 바꿔야 하고요. 물론 촬영 때 구도를 완벽하게 짜겠다면 말리지 않겠다만 제 경우엔 기본 24mm 촬영 뒤 보정하는 것이 나았습니다. 심혈을 기울여 구도 만들 시간을 여행지 구경에 쓰는 게 낫더라고요. 물론 이 둘은 선택입니다.

결론을 한 줄로 요약하면 'RAW가 JPG보다 훨씬 좋다.' 또는 '여행사진은 RAW로 찍자.'입니다. 앞서 설명했듯 이건 모든 분들에게 추천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수고스럽더라도 후보정에 공을 들여 폰으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아웃풋을 쥐어 보겠단 각오가 있는 분들을 위한 팁이에요. 다음엔 RAW 촬영의 장단점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왜 여행 사진은 RAW로 찍어야 하는지 설득이 돼야 하잖아요.
[아이폰으로 촬영한 이미지(iPhone 13Pro, 15 ProMax, 17 Pr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