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요즘엔 스마트폰 지도 앱에도 개화시기를 알려주니 출사 일정 잡기가 수월합니다. 모처럼 휴일 하루가 생겨 카메라 들고 나서봤어요. 장소는 계절이 바뀔 때면 늘 생각나는 양수리 두물머리. 꽃은 4월 3일쯤 핀다고 써 있었지만 그래도 부분 부분 봄 색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은 이릅니다. 기온만 봄이지 색깔은 그대로예요.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렌즈 - APS-C의 존재 가치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렌즈 - APS-C의 존재 가치
디지털 카메라 시리즈의 주류는 완전히 풀프레임이지만 여전히 APS-C가 유리한 영역이 있습니다. 시스템 전체 부피와 무게를 줄일 수 있다는 것, 저렴하게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을 꼽을
mistyfriday.kr
언제나처럼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 ZV-E10와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렌즈를 챙겼습니다. 작은 크로스백이나 슬링백이면 충분한 조합이라 가벼운 출사에 애용합니다. 날씨 좋으면 풀 프레임 못지 않게 사진도 잘 나오고요.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

세미원과 두물머리는 매우 가깝고 다리로 연결돼 있어서 함께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세미원의 운영 시간이 저녁 6시까지라 순서는 세미원-두물머리가 좋고요. 세미원은 연꽃으로 가장 유명하지만 봄, 여름, 가을 각각 볼만한 풍경이 있습니다. 동절기에는 좀 썰렁하고요. 이날 방문해보니 아직 봄단장 전이더라고요. 4월 이후에 홈페이지나 SNS의 소식을 보고 방문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세미원의 입장료는 성인 기준 7천원. 저렴한 편은 아닙니다만 양평사랑상품권 2천원, 시설 내 카페 천원 할인 쿠폰이 포함돼 있습니다. 양평사랑상품권은 양평 내 일부 식당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요. 뒷면 QR코드를 통해 사용 가능 점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두물머리에 있는 연잎핫도그를 사먹을 때 보탰습니다.


한때는 세미원이 사진 동호회 모임, 출사의 성지처럼 여겨졌었죠. 지금도 해마다 연꽃철이면 큰 카메라와 삼각대 어깨에 멘 사진가들로 북적이는 곳입니다. 저도 매해 연꽃 사진 찍으러 방문하는 것 같아요. 다만 연꽃에 다가가는 데 한계가 있어 망원 렌즈는 필수로 챙겨 가셔야 합니다. 200mm 이상은 챙겨야 원하는만큼 크게 찍을 수 있어요.

서울은 미세먼지로 난리였지만 조금만 빠져 나와도 제법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봄철에 근교 나들이를 추천하는 이유입니다. 태극기가 새겨진 불이문을 들어서면 작은 연못과 징검다리가 소풍객을 맞습니다. 아직 겨울잠에서 다 깨지 못해 물길이 중간중간 마르고 낙엽도 말라 있지만 도시를 빠져나온 기분 내기엔 충분했어요.

처음 사진 취미를 가졌을 때 가장 좋아했던 세미원 입구의 작은 분수. 장독의 뚜껑에서 물이 솟아 나오는 연출이 특징입니다. 요 몇년 해외를 좀 다녔더니 이제 이런 풍경 보면 외국인들이 참 좋아하겠다,라는 생각부터 들더군요. 십 년 전엔 여기서 한시간 넘게 사진을 찍느라 정작 세미원 내부는 제대로 둘러 보지 못날 날이 있었습니다.



셔터 속도를 1/4000 또는 1/8000로 설정하고 고속 연속 촬영을 하면 물방울의 모양을 생생하게 담을 수 있거든요. 이날도 오랜만에 옛날처럼 분수를 촬영해 봤어요. 그때는 캐논의 1D급 DSLR을 사용했는데 지금 쓰는 소니 ZV-E10로도 촬영에 무리가 없더군요. 연사 속도는 좀 느리지만 1/4000초의 순간 포착은 유효합니다. 마지막 사진은 물이 솟아오른 모양이 나쁜 손가락같군요.



오후 두시가 되니 등이 따끔거릴 정도로 기온이 높았지만 세미원에는 봄이 오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더라고요. 연꽃이 피어있던 호수는 바닥까지 바싹 말라있고 구석엔 새카맣게 마른 연근이 정처없이 떠 있었습니다. 설치해 둔 구조물에는 녹이 슬어 있었고요. 그만큼 사람도 드물어서 산책하기엔 오히려 좋았습니다만 예쁜 풍경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으니 조금 더 기다리세요.




그래도 미리 심어 둔 꽃들이 구석구석 있어서 마냥 심심하진 않았습니다. 자칫 입장료 7천원 날렸다 생각할 뻔했는데 다행이죠. 꽃사진은 주로 70mm 최대 망원, F2.8 최대 개방으로 촬영합니다. 꽃술이 작은 꽃들은 F4로 조리개 값을 높여 해상력을 보완합니다. 이 렌즈는 망원, 개방 촬영에서 해상력이 미세하게 저하되기 때문입니다. 블로깅이나 SNS용으로는 무방하지만 3000만 화소 이상 카메라를 사용한다면 이점에 유의해야합니다.
[F2.8 최대 개방 촬영 이미지]

제가 사용하는 ZV-E10의 이미지는 2400만 화소라 어지간히 확대를 하지 않는 한 F2.8에서도 특별히 화질 저하가 눈에 띄진 않습니다. 70mm F2.8에서만 누릴 수 있는 얕은 심도가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아래는 70mm F2.8로 촬영한 이미지입니다. 이 렌즈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설정입니다. 심도 조절에 불리하다는 APS-C 포맷의 약점을 상당 부분 보완할 수 있습니다.


[조리개 값에 따른 심도 비교 (F2.8-8)]




70mm에서의 조리개 별 심도는 이만큼 차이 납니다. F2.8과 F4을 비교하면 F2.8은 배경 흐림에, F4는 해상력에 강점이 있습니다.


세미원에서는 사각 프레임이 강조되는 포토 스팟을 여럿 볼 수 있습니다. 연인과 가족, 친구들이 함께 앉아 계절의 색 완연한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도록 만들어 둔 장치입니다. 아직은 준비가 덜 된듯 하지만 당장 몇 주만 지나도 봄꽃과 이파리로 발길 붙잡는 포인트가 되겠죠. 한달쯤 지나 다시 한 번 가볼까봐요. 똑같이 사진 찍어 비교하면 재미있겠죠.


시설 내부의 식물원은 대대적인 리모델링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추가로 눈길을 끈 것은 세미원네컷. 인생네컷류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동형 스튜디오를 설치해 뒀습니다. 바깥 풍경이 제일이긴 하겠지만 이렇게 기념 사진 남기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양평사랑상품권을 여기서 쓸 수 있다면 딱일텐데 따로 관리인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세미원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팟은 물가에 있는 사랑의 연못, 모네의 정원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유럽풍으로 꾸며 놓은 작은 정원인데 그보단 여기서 보는 두물머리의 모습이 근사해서 좋아합니다. 사진 찍기에도 좋고요.


세미원은 두물머리에서, 두물머리는 세미원에서 보는 것이 가장 아름답더라고요. 강과 주변 능선까지 한 프레임에 담아 야간 장노출 촬영을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세미원은 여섯시면 문을 닫아버리죠. 이렇게 짧게 세미원을 둘러보고 두물머리로 넘어갑니다.

세미원 관람객의 특권인 배다리. 그저 둘을 연결하는 다리일 뿐인데 물 위를 지난다는 느낌 때문인지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넘어가면 세미원 관람코스 일부인 상춘원이 있기도 하고요.

두 개의 물이 만나는 곳, 두물머리

많은 분들이 이미 아시겠지만 혹시나 해서 설명하면 두물머리라는 지명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지점이란 뜻입니다. 순우리말이라는 것이 좋아요. 바다처럼 탁 트인 강 풍경과 고즈넉한 산책길, 고목들이 주는 여유를 찾아 늘 사람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몇 년 사이 여러 매체에 소개되며 인기가 더 많아진 것 같아요. 특히 연잎핫도그의 힘이 대단하죠.

사진 찍기에도 좋은 곳입니다. 새벽엔 물안개가 피고 종종 나룻배 지나가는 풍경도 볼 수 있어 출사 장소로도 인기가 많고요. 밤엔 별도 제법 보여요. 그래서 저도 계절 바뀔 때마다 옵니다. 이번에 가니 UN관광기구에서 2025 최우수 관광마을에 선정했다는 표식이 세워졌더군요. 사람이 많아지면서 카페나 식당같은 시설들이 들어선 것은 좋지만 그만큼 원래 풍경이 망가져 사진 찍는 사람들은 아쉬워했는데 말입니다. 사진 찍으러 두물머리 찾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을 수도 있겠어요.



최우수 관광마을답게 곳곳에 포토스팟이 마련돼 있습니다. 특히 저 사각 프레임은 유명하죠. 찍어 놓고 보니 바퀴로 방향을 바꿀 수도 있군요. 전에는 이 방향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라고만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왼쪽 나무가 프레임 안에 들어 오도록 프레임을 돌리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베스트입니다.

저는 나무 뒤로 산등성이들의 실루엣이 보이는 이 풍경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 사진은 조리개 값을 F4로 설정했는데 빛이 충분해서인지 매우 선명하게 나왔습니다. 앞서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렌즈의 개방 촬영에 해상력 저하가 있다고 설명했지만 F4부터는 말끔히 해소됩니다. 풍경 촬영에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죠.
[탐론 17-70mm F2.8 Di III-A VC RXD 렌즈 해상력 테스트]


이날 촬영한 이미지를 몇 장 추려 해상력을 비교해 봤습니다. 익히 이 렌즈의 특성을 알고 있기에 대부분의 촬영은 F4로 진행했습니다. 얕은 심도 연출이 필요한 몇몇 상황에서만 F2.8 개방으로 촬영했고요. 2400만 화소 이미지를 표현하기엔 부족함이 없습니다. 17-70mm 전구간에서 이 특성은 동일하고요. F5.6 이상의 촬영 결과물과 비교해도 드라마틱한 화질 차이가 없기 때문에 F4 고정 렌즈처럼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노을이 아름다운 두물경

두물머리로 가는 길엔 늘 여기서 보는 노을을 기대합니다. 간혹 날씨가 흐리면 그냥 발걸음을 돌려야 해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두물머리 안쪽으로 난 산책길을 따라 걸으면 닿을 수 있는 끝지점입니다. 북한강과 남한강의 물이 만나는 바로 그 지점. 비교적 최근에 공사를 마쳐서 시설도 깨끗하고 앉아서 쉴 수 있는 벤치도 여럿 있습니다.

해를 마주보는 벤치에 앉아 일몰을 기다렸습니다. 그사이 일몰 시간이 많이 늦어서 저녁 일곱시가 다 돼서야 해가 산 너머로 사라졌어요. 그동안 한 건 가만히 앉아 좋아하는 노래들을 듣는 것뿐이었는데 사실 이런 시간이 가장 행복하죠. 간식거리를 챙겨오지 않은 게 유일하게 아쉬웠습니다.



두물머리의 능선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평소엔 흑백사진으로 각 봉우리의 농담을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데 때가 해질녘이면 붉은 빛을 그대로 둡니다. 이 시간까지 기다린 보람이 있어요.

나오는 길에는 다시 한 번 뷰포인트에 멈춰 서서 장노출 사진을 찍습니다. 가게들이 많이 생기긴 했지만 여전히 강가는 일찌감치 깊은 어둠으로 빠지거든요. ZV-E10의 최대 촬영 시간이 30초인 것이 아쉬울만큼 깜깜한 밤입니다.



족히 수십번 왔지만 늘 계절이 바뀔 때면 생각나는 곳이고 사진 찍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곳입니다. 늦잠 자고 출발해도 근처에서 점심 먹고 세미원 한 바퀴 둘러본 뒤 두물머리에서 노을까지 보면 꽤 괜찮은 근교 나들이가 될 것입니다. 볼거리, 먹을거리도 충분하니 뒤 따라가며 사진 찍어도 눈치 덜 보일테고요. 4월 추천 출사지로 두물머리, 세미원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