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주쿠의 밤을 넋 놓고 바라보다 새까만 밤이 됐습니다. 시계를 보니 고작 여섯 시 반. 겨울이래 해가 짧더군요. 이대로 숙소에 들어가긴 아무래도 아쉬워서 주변에 갈 만한 곳이 있나 찾아봤습니다. 허기는 시장에서 소바로 채웠으니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가 좋겠다, 라면서요. 그 중에 눈에 띈 곳이 여기였습니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아니면서 신주쿠 역에서 멀지 않은. 이래저래 적당한 카페.

https://maps.app.goo.gl/Z8CjxyXVMo8w89Vp7
에프터올커피 · 일본 〒160-0023 Tokyo, Shinjuku City, Nishishinjuku, 7 Chome−15−14 1F-A
★★★★★ ·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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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과 술집들이 몰려 있는 신주쿠 뒷골목에 위치한 작은 카페입니다. 좌석이 열 개 정도 될까 말까할 정도로 좁은데 주변에서 제법 유명한지 좌석 비워지기 무섭게 손님들이 들이닥치더군요. 한, 두 팀이나마 대기도 있었고요. 저 빼고 손님들이 전부 여성인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인테리어나 메뉴 구성이 특별히 여성 취향인 건 아닌데 이날이 특별했던 건지. 일본 카페들 중에는 드물게 밤 열한 시까지 영업하니 그냥 숙소로 가기 아쉬울 때 가봐도 좋겠어요.



좁은 공간에 테이블이 다닥다닥 놓여져 있어 분위기가 여유롭진 않습니다. 그래도 흘러 나오는 음악이나 취향이 느껴지는 소품들, 나긋나긋한 사장님의 목소리 덕분에 마음 편하게 쉴 수 있었어요. 혼자 방문한 저는 바 좌석에 앉았습니다. 이게 어디예요.


인기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하니 바스크 치즈 케이크와 바닐라 라테가 가장 잘 나간다고 하더군요. 특별히 에스프레소가 필요했던 것은 아니라 추천받은 대로 주문했습니다. 각각 730엔으로 가격은 적당한 편입니다. 프랜차이즈보다는 높지만 그만큼 정성이 들어 있으니까요. 케이크를 직접 굽는지는 듣지 못했습니다만 꽤 품질이 좋았습니다. 뭐, 일본 디저트야 어딜 가나 대체로 중간 이상은 하죠.

스페인에서 먹었던 바스크 치즈 케이크보다 훨씬 부드럽고 크리미합니다. 보통 겉면은 케이크와 파이 사이 정도로 밀도가 있는데 이집은 푸딩처럼 전체가 부드럽게 잘리고 입에서도 사르르 녹아 버려요. 거기에 크림까지 함께 올려서 식감을 더 강조했습니다. 일본인들 취향에 맞춘 레시피인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맛있게 먹었고요. 재미있었던 것은 소금과 후추를 함께 낸 것입니다. 케이크에 소금 후추?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치즈 케이크니까 소금을 곁들이는 게 어색하진 않겠다 싶더군요. 후추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향신료라 거부감이 덜했습니다.

그렇게 소금 후추를 찍어 먹어 봤는데 치즈의 풍미가 더해지는 효과가 있더군요. 단짠 조합에 부드러운 식감이 딱 이동네 사람들 취향이구나 싶었습니다. 근데 저는 그냥 먹는 게 나았어요. 디저트는 디저트답게 달콤하고 부드러워야 한다는 주의라. 그래도 이 조합에 반대하진 않습니다.

바닐라 라테는 아주 만족했습니다. 바닐라 빈이 눈에 보일 정도로 재료를 아낌 없이 썼더군요. 일본 우유들이 워낙 맛있기도 하잖아요. 따뜻 달콤 고소한 라테를 먹으니 하루의 피로가 풀리는 느낌. 단맛이 제법 있는 편이라 소금 치즈 케이크를 곁들이는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모르긴몰라도 이 집 카페라테도 꽤 괜찮을 거예요.

저녁에는 술도 한 잔 할 수 있나 봅니다. 시끌벅적한 신주쿠에서 빠져 나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카페였습니다. 바닐라 라테 홀짝이며 수첩에 이런저런 밀린 메모들을 적는 시간이 참 좋았던 기억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