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포르투에 왔을 때부터 눈에 띄는 식당이었습니다. 당시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지나가며 군침만 흘렸죠. 이번엔 큰 맘 먹고 가 보기로 했습니다. 찾아보니 유명한 식당이더군요. 특히나 한국 관광객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어서 제가 간 날도 손님이 모두 한국인이었습니다.
https://maps.app.goo.gl/xfjMCuFBLpEsLg4F8
라 리코타 · R. de Passos Manuel 18, 4000-381 Porto, 포르투갈
★★★★☆ · 음식점
www.google.com

트립 어드바이저 등 다수의 온라인 플랫폼에 소개된 레스토랑입니다. 포르투의 수많은 유명 식당들 중에서도 평이 괜찮은 편이고 가격도 구성 대비 합리적이라 실제 만족도도 높았습니다. 오픈 시간은 열두시. 점심 시간에 판매하는 런치 코스의 가성비가 좋으니 오픈때 맞춰 방문하시는 것이 좋겠어요. 저도 열두시로 예약했습니다. 도착하니 이미 한국인 커플이 앉아 있더군요. 참 부지런한 한국 사람들.


화려하지 않지만 차분하고 아늑한 분위기입니다. 창가에 앉으면 오후빛 덕분에 음식도 술도 맞은편에 앉은 사람도 모두 아름다워 보일 거예요. 식당은 2층으로 돼 있고 저는 1층 창가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린 와인, 포트 와인 등 그들만의 와인을 가진 나라답게 식당은 와인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라 리코타는 런치 메뉴의 가성비가 좋습니다. 20-30유로에 스타터와 메인 코스 그리고 음료를 모두 즐길 수 있습니다. 메인 메뉴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저렴한 가격에 와인을 추가할 수도 있습니다. 포트 와인이 한 잔에 2유로! 과거보다 가격도 소폭 오르고 디저트 항목도 빠졌다지만 여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보통 메인 메뉴로 문어(뽈뽀)와 이베리코 돼지 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하네요. 저도 그 구성으로 시켰습니다. 포르투에 오면 가급적 문어 요리를 찾아 먹는 편입니다. 거기에 와인을 추가. 화이트 와인과 포트 와인입니다.

주문 직후 나오는 빵과 올리브 오일. 직접 구운 빵은 풍미와 식감이 좋습니다. 이렇게 빵이 맛있는 레스토랑에서는 메인 메뉴 취소하고 빵과 버터만 먹고 싶을 때가 많아요. 올리브 오일은 도오루 강변에 있는 농장의 올리브로 짠 것이라고 하네요. 포르투갈 사람들의 포도, 올리브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무화과와 모짜렐라 치즈. 도오루의 무화과도 참 좋다죠. 볼량 시장에서 무화과를 자주 사 먹었습니다. 향이 좋고 치즈의 산미가 입맛을 돋우는 요리였습니다.

이건 일행의 샐러드. 이것도 꽤 괜찮게 나옵니다.

메인 메뉴인 문어 스테이크입니다. 여러 식당에서 공유하는 이 동네 레시피로 문어 다리를 조리했습니다. 문어 다리를 푹 삶은 뒤 겉면을 구웠고 가니시로 감자, 순무 잎을 곁들였습니다. 제가 먹어본 문어 스테이크 중에는 엘르비(Élebê)가 최고였지만 이집도 가격 대비로는 꽤 괜찮아요. 겉면은 파삭하고 속살은 야들야들합니다. 제가 서울에선 문어를 잘 안 먹는데 포르투에서는 환장하고 먹어요. 이 동네 문어는 어딜 가도 맛있습니다.

이베리코 돼지의 안심을 구운 스테이크. 포르투에선 돼지고기를 어떻게 먹을까 궁금해서 주문했는데 생각했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잘 구운 돼지고기 요리. 속까지 퍽퍽하지 않은 것은 마음에 들었지만 문어만큼의 임팩트는 없었달까요. 오히려 함께 나온 당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당근 정말 싫어하는데 이집 당근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것이 마치 고구마를 먹는 것 같더라고요. 이 정도면 저도 당근 먹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1인당 2-30유로로 고급 레스토랑 못지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음식은 기본 이상이고 직원들의 친절함, 분위기는 기대를 웃돌았어요. 어딜 가나 까다로운 한국인들이 모이는 곳은 분명 그 이유가 있는 거겠죠. 한국 관광객 북적대는 해외 레스토랑은 일부러라도 피하는 편이지만 이집은 인정하고 추천합니다. 기분 좋게 식사할 수 있는 곳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