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여신상이 횃불을 밝히기 전에 이미 우리 그릴에는 불이 붙어 있었습니다.” 이 문장으로 P.J. 클락스(P.J.Clarke’s)가 얼마나 오래된 식당인지 알 수 있습니다. 아일랜드에서 온 패트릭 J. 클라크가 근무하던 던닌(Duneen) 씨의 펍을 인수하며 오픈한 이 식당은 백 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운영 중입니다. theinfatuation의 기사에 따르면 P.J. 클락스는 뉴욕에서 열 번째로 오래된 식당이라고 해요.
P.J. Clarke's · 915 3rd Ave, New York, NY 10022 미국
★★★★★ · 아메리칸 레스토랑
www.google.com
주소 : 915 3rd Ave, New York, NY 10022, United States | https://maps.app.goo.gl/tsKMMp88ZpVRWx5t7
메뉴 : $27 (더 캐딜락)
홈페이지 : https://pjclarkes.com/ | https://www.instagram.com/pjclarkes/
프랭크 시나트라, 냇 킹 콜, 재키 오나시스, 라이자 미넬리 등 전설적인 스타들이 이 집을 찾았습니다. 프랭크 시나트라가 앉았던 20번 테이블은 지금도 따로 예약을 하지 않으면 차지하기 힘들다고 해요. 전설적인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가수인 냇 킹 콜은 이 집의 베이컨 치즈버거를 먹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치즈버거는 버거계의 캐딜락이야.”
맨해튼 3번가 915번지에 있는 2층짜리 빨간 벽돌 건물이 멀리서도 단연 눈에 띄어서 찾기 쉬웠어요. 고층 빌딩숲 속에서 옛 정취 그대로 간직한 식당의 모습이 참으로 근사했습니다.
어두운 조명, 나무 벽과 가구들에 난 상처 그리고 벽에 걸린 그림들. 곳곳에 걸린 크리스마스 장식들은 어쩜 그리 정겹던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풍경은 몇십 년 전의 것일까,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어쩌면 백 년 전과 비교해도 별반 차이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게다가 바로 옆 좌석이 프랭크 시나트라가 앉았던 20번 테이블이었습니다.
이 집에서 가장 유명한 버거인 더 캐딜락을 주문했어요. 가격은 24달러. 지금은 3달러가 올라 27달러라고 합니다. 하루 400개 이상 판매되는 인기 메뉴라고 합니다. 기본 버거인 더 클라크(The Clarke)는 치즈와 베이컨 없이 패티와 번, 채소로 구성된 햄버거, PJS 1884 치즈버거(The PJS 1884 Cheesburger)는 더 클라크에 아메리칸 치즈가 추가된 것입니다. 미니 버거 트리오를 주문하면 대표 메뉴인 치즈버거, 캐딜락, BBQ 블루 버거를 모두 맛볼 수 있어요.
담음새 역시 구식입니다. 체크무늬 식탁보 위에 놓으니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처럼 보일 정도로. 27달러면 비싼 가격에 속하지만 다행히 감자튀김이 기본으로 제공됩니다. 구성은 클래식한 베이컨 치즈버거입니다. 6온스의 소고기 패티, 아메리칸 체다치즈, 생 토마토와 양파, 청상추 그리고 두 번 훈연한 베이컨. 피클은 접시에 따로 놓았습니다. 신선 채소가 다양하게 들어간 것이 마음에 들었어요. 직원에게 듣기로 백 년 가까이 유지 되고 있는 레시피라고 합니다.
이 집의 베이컨 치즈버거는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미디엄 레어로 구운 패티는 설명대로 빵을 흠뻑 적실만큼 육즙이 흘러넘쳤어요. 잡내 없이 소고기 풍미도 잘 느껴졌고요. 패티로는 뉴욕 내 어떤 버거집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것입니다. 신선 채소는 다채로운 식감과 함께 패티와 베이컨을 함께 먹을 때 느껴지는 부담을 더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별다른 소스가 들어가지 않아서 각 재료의 맛이 오롯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신선한 토마토에서 느껴지는 산미가 입맛을 돌게 하더군요. 따로 피클을 먹지 않아도 될 정도였습니다.
두 번 훈연한 베이컨도 인상적이었어요. 마치 육포를 먹는 것처럼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었습니다. 튀김처럼 바삭하게 구운 베이컨은 버거의 식감을 오히려 해칠 때가 많은데 이 집 베이컨은 오히려 씹는 맛을 더했어요. 부드러운 패티와 상반되는 재미죠. 이 버거를 캐딜락으로 만든 일등 공신은 이 베이컨이 아닐까,라고 유추해 봅니다. 아쉬운 것은 번입니다. 시판 제품인 화이트 번을 굽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서 식감도 맛도 평이해요.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버거집과 클래식 베이컨 치즈 버거. P.J. 클락스는 그 자체로 대단한 유산입니다. 한 세기 넘게 같은 곳에서 변함없이 같은 음식을 만드는 이 식당을 찾아가고 또 식사를 한다는 것은 식사 이상의 의미가 있죠.
https://brunch.co.kr/brunchbook/nycburgers
[연재 브런치북] 뉴욕버거 57선
80일간 57개의 버거를 먹었습니다. 이왕 먹는 거 가장 좋아하는 걸 제대로 먹기로 했습니다. 푸드 트럭과 고급 스테이크하우스, 프렌치 레스토랑, 백 년 넘은 노포까지. 다양한 식당을 배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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