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가와 다소 동떨어진 골목에 은은하게 불을 밝힌 작은 규모의 식당. 하지만 식당에 들어서면 브루클린 감성이 폴폴 진동합니다. 벽면을 가득 채운 화려한 색채와 강렬한 인상의 그림들과 강한 비트의 힙합 음악 덕분입니다. 이 집 버거가 그렇게 유명하대서 한 시간을 넘게 걸어 왔어요. EATER의 코멘트는 이렇습니다. “뉴욕에서 가장 쥬시한 패티들 중 하나(One of the juiciest patty in nyc).”
뉴욕 타임스가 ‘고기계의 미다스’라고 극찬한 셰프의 솜씨를 단돈 이삼십 달러에 즐길 수 있다면? 일부러라도 찾아가볼 만하지 않을까요. 그 주인공인 시브테 하산(Sibte Hassan)이 2015년 브루클린에 오픈한 식당이 BK 자니입니다. 뉴욕을 통틀어 몇 곳 되지 않는 파키스탄 레스토랑 중 가장 성공한 곳이기도 해요.
가구와 집기가 낡았지만 그 또한 이 식당과 잘 어울립니다. 서울에서 방문했던 파키스탄 음식점의 나른한 분위기를 상상했던 제게는 흥미로운 풍경이었어요. 한쪽 벽에는 식당이 소개된 매체 기사들과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의 코멘트가 붙어 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꽤 유명한 사람들이겠죠? 혼자서도 거리낌 없이 방문할 수 있는 전형적인 캐주얼 레스토랑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예약은 하고 오셨냐는 질문도 없고 주문도 카운터에 가서 하는 방식도 편하고요.
대표 메뉴는 식당의 이름을 딴 더 자니 버거. 가격은 18달러로 제가 방문했을 때보다 2달러가 올랐습니다. 저렴하다고 할 수 없지만 10온스 가까운 무게의 패티를 생각하면 괜찮은 편이에요. 다른 곳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독창적인 버거라며 직원이 간단한 설명을 더합니다. “이거 좀 매운데 괜찮겠어?” 아니, 엽떡과 불닭볶음면의 나라에서 온 나를 뭘로 보고.
나무 도마 위에 덩그러니 놓인 제법 큰 버거. 큼직하게 빚은 소고기 패티와 그릴로 구운 토마토는 그렇다 쳐도 바닥 빵에 깐 초록색 페스토가 심상치 않습니다. 푸디나 처트니 또는 민트 처트니로 불리는 소스로 인도, 파키스탄 사람들이 케밥이나 바비큐, 빵에 곁들여 먹는다고 합니다. 겉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토마토 위에는 요구르트 베이스의 소스 라이타(Raita)도 발랐습니다.
케첩, 샌드위치 없이 만든 파키스탄식 햄버거는 그간 먹은 버거들과 완전히 달랐어요.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패티. 약 10 온스에 해당하는 두툼한 패티인 데다 미디엄 레어로 구워 식감이 부드럽고 씹는 순간 육즙이 새다 못해 입가로 흘러내립니다. 자랑대로 정말 쥬시한 패티입니다. 민트 처트니는 느끼함을 완벽하게 잡아 내고요. 두껍게 썬 토마토의 채즙으로 쥬시한 매력을 더하는 것도 좋은 선택. 파키스탄 출신의 뉴요커가 자신의 경험과 입맛을 토대로 만든 버거라는 점에서 수많은 뉴욕 버거들 중에서도 고유한 지위를 갖는 음식이라고 평합니다. 인터넷에 BK JANI를 검색하면 더 자니 버거의 레시피를 공유하거나 직접 버거를 만들어 먹는 사람들의 글과 영상이 즐비할 정도니 햄버거와 민트 처트니의 조합은 성공이라고 해도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