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보이그랜더의 대구경 50mm 렌즈 녹턴 50mm F1.2 asph II에 관한 두 번째 포스팅. 녹턴 50mm F1 다음가는 밝은 조리개 값의 렌즈이자 아포-란타 50mm F2와 함께 현행 최고의 VM 렌즈로 손꼽히는 이 렌즈를 사용하며 느낀 것들과 장단점을 촬영 결과물과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인천 송도로 짧은 나들이를 떠나며 녹턴 35mm F1.2 asph IV, 녹턴 50mm F1.2 asph II 시리즈를 함께 챙겼는데 닮은 듯 다른 두 렌즈의 개성을 느낄 수 있더군요. 공통점은 전통적인 디자인과 현행 광학 성능의 공존입니다. 필름과 디지털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M 마운트 카메라와 잘 어울리며 최신 M 카메라의 이미지도 선명하고 깨끗하게 기록합니다. F1.2 렌즈로는 휴대성도 좋은 편이고요. 결과물의 특성도 유사합니다. 현행답게 깔끔하고 선명합니다. 대부분의 차이는 프레임에서 옵니다. 50mm의 장점은 아무래도 높은 몰입도와 자유로운 심도 연출. 주변부 이미지 품질도 35mm보다 50mm가 낫습니다. 딱히 흠 잡을 곳 없는 50mm 렌즈를 찾는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라이카 Summilux 50mm F1.4의 대안이 될 수도 있겠죠.
렌즈의 사양과 디자인 등의 정보는 지난 포스팅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보이그랜더 녹턴 50mm F1.2 ASPH II 렌즈 - 50mm의 모든 것(NOKTON50mm F1.2 Aspherical II)
보이그랜더 녹턴 50mm F1.2 ASPH II 렌즈 - 50mm의 모든 것(NOKTON50mm F1.2 Aspherical II)
*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모든 시스템에서 가장 인기있는 50mm 렌즈. 때문에 다양한 크기, 사양, 모양으로 만들어져 선택권도 넓은 편입니다. 사용자의 욕심은
mistyfriday.kr
마음은 F1, 머리는 F1.2
이 렌즈는 최고의 50mm VM 렌즈 중 하나지만 가장 밝은 렌즈는 아닙니다. 녹턴 50mm F1 asph라는 상징적인 렌즈가 있죠. F1이라는 상징적인 숫자의 녹턴에 우선 눈이 가겠지만 크기와 무게 그리고 가격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녹턴 50mm F1.2 asph II가 합리적인 선택일 것입니다.
두 렌즈를 모두 사용해 본 입장에서 녹턴 50mm F1.2 apsh II(63.3x50.4mm, 322g)과 50mm F1 asph(73.6×55mm, 484g)의 휴대성 차이는 분명해요. 특히 무게 차이가 162g으로 약 1.5배입니다. 촬영을 떠나기 전 두 렌즈가 나란히 있다면 저는 고민 없이 F1을 포기할 겁니다.
50mm 프레임
사진 취미를 시작할 때 렌즈 선택은 둘 중 하나라죠. 24-70mm, 24-105mm 류의 표준 줌렌즈 또는 50mm 단렌즈. 전자가 쉽고 편하다면 후자는 한동안 답답하고 번거롭지만 좋은 눈을 갖는 지름길이 됩니다. 사람의 시선과 가장 닮았다고도 불릴 정도로 50mm 렌즈의 프레임은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편안합니다. 찍는 사람과 보는 모두. 이것은 곧 50mm 렌즈 하나면 무엇이든 찍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광활한 초광각 풍경 사진, 아슬아슬한 피사계 심도의 인물 촬영같은 다분히 사진적 표현은 불가능하지만요.
익숙함은 곧 심심함과도 연결되기에 프레임 자체로는 초광각, 장망원 렌즈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기 어렵습니다. 카메라를 든 사람이 눈을 굴려가며 장면을 잘 재단해야 좋은 그림이 만들어집니다. 저는 이런 과정이 재미있어요. 그래서 35mm, 50mm 렌즈를 즐겨 사용합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35mm는 풍경, 50mm는 나머지 모든 것. 그것뿐이라면 금방 질리겠지만 이 렌즈에는 F1.2라는 매력적인 옵션이 있습니다.
F1.2의 표현
F1.2의 밝은 조리개 값은 이 렌즈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F2는 물론 F1.5와도 분명히 달라요. 그 차이가 주제를 조금 더 앞으로 끌어 당기고 공간을 더 근사해 보이게 합니다. 피사계 심도가 매우 얕아 정확히 초점을 맞추는 데 애를 먹기도 하지만 그 결과물은 어떤 렌즈보다도 만족스러웠습니다. 현행 렌즈답게 개방 촬영의 해상력이 좋고 색표현 역시 정확해요.
F1.2 최대 개방에서는 해상력 저하로 이미지가 다소 흐릿하게 표현됩니다. 이것이 F1.4/F2와 서로 달라 재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밝은 조리개 값을 갖는 렌즈가 가진 진짜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더 얕은 심도, 낮은 ISO 감도로 촬영할 수 있는 것을 넘어 조리개 값에 따라 다른 표현을 즐기는 것 말입니다. 이 특징은 근접 촬영에서 도드라지고 원거리에서는 감소하니 인물/정물 촬영에서 피사체와의 거리를 고려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조리개 값에 따른 심도 차이(F1.2-5.6]
심도 비교 이미지는 최단 초점거리인 50cm에서 촬영된 것입니다. 때문에 F1.2-1.4 구간의 이미지가 확연히 흐리게 보입니다. F2 촬영부터 해상력이 매우 좋아지며 배경 흐림 역시 충분하기에 근거리 촬영에서는 F2를 적극 사용했습니다. 원거리에서는 F1.2 최대 개방으로 대구경 렌즈만의 표현을 즐겼고요.
[조리개 값에 따른 보케의 변화]
보케는 F1.2 최대 개방에서 원형으로 이후 12각형 형태로 표현됩니다. 망원 렌즈 못지 않게 개방 인물 촬영에 활발히 활용될 렌즈로서는 아쉬운 결과입니다. 대부분의 촬영에서 원형 보케가 선호되니 F1.2 최대 개방을 적극 활용하는 게 좋겠습니다. 보케 자체는 이선 보케 현상 없이 크고 깨끗합니다.
현행 렌즈의 해상력
근거리 개방 촬영에서의 문제를 계속 지적하고 있지만 그것이 윤곽이나 색을 표현하는 데 큰 지장을 주지 않았기에 이 렌즈의 개성이자 특징으로 감안하고 사용했습니다. 종종 올드 렌즈로 찍은 듯한 결과가 나와서 재미있었어요. 아래는 다양한 환경에서 촬영한 결과물입니다. F2 이상의 조리개 값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해상력이 뛰어납니다.
[조리개 값에 따른 해상력 차이(F1.2-22)]
원거리에서 촬영한 비교 이미지에선 F1.2-F1.4 구간의 해상력 저하가 크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나란히 비교하지 않는 이상 F1.2와 F2 결과물의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개방 촬영의 해상력이 좋아요. 물론 주변부는 중심부에 비해 해상력, 광량 저하가 큽니다. 약간의 색수차가 더해지며 흐리게 보이는 결과물은 조리개 값에 따라 점차 개선되며 F2 이후로는 큰 차이 없이 균일하게 유지됩니다. F16부터 회절 현상으로 인한 해상력 보입니다. 주변부는 해상력도 해상력이지만 광량 저하가 도드라집니다. F4까지는 모서리쪽 비네팅이 눈에 띄고 F8 내외에서 완전히 해소됩니다. 중심부와 주변부, 비네팅까지 모두 고려했을 때 이 렌즈로 가장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조리개 값은 F8입니다. 비네팅 보정 옵션 또는 후보정을 활용한다면 F2도 충분히 사용 가능하고요.
또 하나의 특징은 강한 광원 아래에서의 표현입니다. 플레어와 함께 전체적인 색 표현이 독특하게 바뀌는데 이것이 재미있어요. 순광 촬영의 결과가 전형적인 현행 렌즈의 느낌이라면 역광 또는 광원 직접 촬영에선 고전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곤 합니다. 현행 멀티 코팅보다는 싱글 코팅 렌즈의 결과물에 좀 더 가까워요. 이 렌즈를 사용하며 마음에 들었던 요소입니다.
50cm 근접 촬영
최단 촬영 거리는 50cm입니다. M 카메라의 뷰파인더 연동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뷰파인더 촬영에서는 70cm까지, 라이브뷰 촬영에서 50cm까지 다가갈 수 있습니다. 거기에 F1.2 최대 개방 촬영을 하면 DSLR/미러리스 카메라의 대구경 렌즈 못지 않은 연출이 가능합니다. M 카메라의 단점 중 하나가 근접 촬영인데 최근 출시된 VM 렌즈들은 이를 상당 부분 해소했습니다.
열 두 갈래 조명 표현
12매 조리개로 구성된 렌즈는 열 두 갈래로 조명과 광원을 표현합니다. F1.4부터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해 점점 크고 선명해지고 F16에서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야간 장노출에서 많이 활용되겠지만 영상 촬영에서 조리개를 적당히 조여 태양이나 조명에 빛갈라짐 표현을 더하는 용도로도 그 쓰임새가 좋을 것 같아요.
보이그랜더 50mm VM 렌즈들 중 가장 만족했던 아포-란타 50mm F2 asph 렌즈와 비교해도 충분히 우열을 타퉈 볼 만큼 마음에 드는 렌즈입니다. 아포-란타가 모든 상황에서 선명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안겨줬다면 녹턴 50mm F1.2 asph II 렌즈는 공간과 피사체에 맞춰 조리개 값을 설정하는 재미, 그에 따라 달라지는 결과물을 보는 즐거움이 있었어요. F2보다는 F1.2부터 시작되는 렌즈가 찍는 맛은 아무래도 좀 더 있습니다.
저는 녹턴 50mm F1.2 asph II는 아포-란타 50mm F2 asph와 함께 투 톱으로 꼽을 수 있는 렌즈입니다. 제조사가 아포-란타라는 명칭으로 최고의 지위를 50mm F2 asph에게 부여했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찍는 재미가 있는 F1.2 쪽이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어요. 해상력의 차이도 소수의 프로 사진가를 제외하면 문제될 정도가 아니니까요. 대구경 렌즈의 단점인 휴대성도 소폭이나마 개선된 덕분에 이전 세대보다 경쟁력도 강해졌습니다. 녹턴 35mm F1.2 asph IV도 그렇고 이번 녹턴 F1.2 시리즈는 완성도가 높습니다. 라이카가 아닌 것이 유일한 단점이라는 사람들의 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