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근처 작은 식당 앞에 늘어선 줄이 매일 신경 쓰였습니다. 얼마나 맛집이길래 매일 아침 줄을 설까. 상호명이 파리지앵. 그땐 미국 왔으니 제대로 된 뉴욕 음식들에 집중하자 싶어 애써 외면했는데 두 번째 방문에서 기회가 났습니다. 호텔이 근처였고 배가 고팠고 마침 생각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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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Parisienne · 9 Maiden Ln, New York, NY 10038 미국
★★★★★ ·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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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스트리트의 좁은 골목에 있는 작은 가게. 간판 옆에 커다란 프랑스 국기를 걸어 놓아 지나가다 눈에 띕니다. 게다가 이날도 이미 줄을 꽤 섰더군요. 저는 호텔에서 출발할 때 온라인으로 예약을 해 뒀습니다. 9시 30분쯤 도착했고 20분쯤 대기한 뒤에 들어갔습니다. 이후로는 줄이 더 늘더군요. 이 주변에서 브런치 메뉴로 꽤 유명한 집이라고 합니다.
여행 중 만나는 프랑치 레스토랑과 카페의 공통점은 테이블이 작고 다닥다닥 붙어 있다는 것. 음식을 들고 그 사이를 지나가는 직원들이 안쓰러운 집도 있습니다. 이집도 작은 실내에 테이블을 최대한 놓았습니다. 저는 가게 안쪽 바 테이블에 앉았어요. 식사 하기엔 이쪽이 훨씬 쾌적합니다. 눈 앞에서 커피 내리는 것도 구경할 수 있고요.
아침, 점심 메뉴와 저녁 메뉴를 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브런치는 토스트, 샌드위치가 주를 이룹니다. 저는 후기가 좋았던 프렌치 토스트를 주문했습니다. 워낙에 좋아하기도 하고요. 가격은 21달러. 세금과 팁 포함하면 30달러 가까이 되니 꽤 비싼 축에 속합니다. 이 돈이면 패티 두 장 들어간 더블 치즈버거를... 사실 전날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고기 대신 혀를 씹는 바람에 최대한 부드러운 음식으로 먹어야 했습니다.
대기 중인 프렌치 토스트들을 보니 제대로 주문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맘 같아서는 저거 다 먹고 싶더군요.
도톰한 빵 두장에 바나나, 아몬드, 블루베리 그리고 시럽을 흥건하게 뿌렸습니다. 빵도 적당히 잘 구웠어요. 가격 생각하면 좀 아쉬운 구성이긴 합니다만 뉴욕이 그렇죠 뭐. 잘 스캔해 뒀다가 집에서 해 먹어 볼까, 생각을 해 봤습니다.
와..! 겉바속촉으로 구운 브리오슈 번의 식감이 대단히 좋고 따뜻한 빵에 메이플 시럽을 뿌리니 씹을 필요도 없이 살살 녹습니다. 채소류가 없어 브런치 메뉴로 부실하다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달콤하고 고소한 이 조합이 더 좋아요. 빵만 같은 걸 살 수 있으면 집에서도 얼마든지 해 먹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 한 입 한 입 입으로 음미해 가면서 먹었습니다. 별 것 아닌데, 뻔한데 왜 이렇게 맛있지, 하면서요.
뉴욕에서 여러 음식들 먹었지만 뭘 제일 맛있게 먹었냐는 질문에 이 집 프렌치 토스트가 생각날 때가 있어요. 카페 분위기 때문에 더 맛있게 느껴졌던 것 같지만 빵 맛과 달콤한 조합들이 제 취향 저격이었어요. 월 스트리트 쪽에 숙소를 잡으시면 여기서 브런치 즐겨 보셔도 좋겠습니다. 호텔 조식은 너무 뻔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