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 수록 약속 시간에 조금씩 지각하는 나쁜 버릇이 있지만 간혹 너무 일찍 도착해서 곤란한 날도 있어요. 이럴 땐 주변 동네 구경을 합니다. 이날 약속 장소는 연남동이었고 시간이 삼사십 분이나 남아서 동교동 삼거리부터 끝남동까지 꽤 긴 길을 산책했습니다. 이집은 그 중에 발견했어요. 민트초코월드. 혹자는 불경한 곳이라고 할테죠.
민트 컬러를 활용한 인테리어와 다양한 민트초코 상품들에 웃음이 나옵니다. 과거 암약(?)했던 민초단이 이제 꽤 큰 세력이 되었구나, 하고요. '취향'이란 키워드가 어느 때보다 자주 보이는 때라 이런 컨셉 뚜렷한 가게들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아, 저는 중립 세력입니다. 있으면 먹어요. 민트초코도 초코의 일종이니까.
입구부터 반민초파 기 죽이는 다양한 민초 메뉴들. 크루아상, 머핀, 티라미수 등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나같이 그 색깔이 선명합니다.
카페 내부가 큰 편은 아니었는데 음료, 디저트 외에도 민초 관련 상품들이 꽤 많이 전시돼 있었습니다. '민초단' 브랜드에서 만든 간식류와 머그컵 등의 상품들까지. 제가 민트색은 그럭저럭 좋아해서 그런지 보는 즐거움은 있었어요.
주문한 메뉴는 민트초코 라테와 티라미수. 주말 오후에 가니 매장에 빈 자리가 없었고 몇 분 대기를 해야 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외국인이 꽤 많았다는 것. 관광객에게 가 볼 만한 곳으로 소개가 됐나 봅니다. 그러고보니 해외에서도 민트초코에 대한 호불호 얘기가 꽤 많겠죠? 전세계 민초단의 성지들 중 한 곳으로 여기가 알려지고 있는 걸까요.
메뉴에는 음료들이 레벨로 구분돼 있습니다. 민트향이 강한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메뉴들은 따로 표시가 되어 있어요. 입문용으로 반민초파 또는 중립 세력이 선택할 수 있는 것들도 있고요. 민트초코라테는 그 중에서도 레벨이 제법 높은 편입니다. 초코우유에 민트향 아이스크림을 올린 느낌인데 민트 향이 강한 편입니다. 초코향도 그 못지 않게 강해서 저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함께 주문한 티라미수가 의외로 제대로더라고요. 카페에서 흔히 사 먹는 티라미수는 크림과 빵으로 비슷하게 만든 느낌인데 여기는 사보이아르디로 만들었습니다. 민트를 첨가했지만 나머지는 정통 레시피에 가까운? 민트향도 그렇게 강하지 않아서 괜찮게 만든 티라미수에 민트향이 가미된 느낌이었어요. 맛있게 먹었고 단순히 컨셉만 내세운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구나,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직 완전한 개종은 아니지만 이정도 티라미수라면 종종 잠입할 의향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