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지니 부쩍 따뜻한 국물 요리, 그 중에서도 라멘 생각이 납니다. 연남동으로 출퇴근 할 때는 홍대 근처 라멘 지도까지 만들 정도로 나름 빠삭했는데 이제는 태반이 새로운 집이에요. 이미 잘하는 집이 많은 데도 끊임없이 재편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최근 자주 방문하고 있는 이 집은 수많은 홍대/연남 라멘집 중에서도 확실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일본 라멘집이라는 것. 상호는 니시무라멘. 연남동 안쪽 골목에 있습니다. 바로 옆에 유명한 태국음식점 소이연남이 있어요.
상가 건물 4층에 있어 지나가다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유명세가 꽤 있어서 식사 때 가면 꽤 오래 줄을 서야 합니다. 메뉴 특성상 회전이 그리 빠르지도 않고요. 그래도 식당에 들어서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다른 라멘집과 달리 내부 꾸밈이 꽤나 근사합니다. 라멘집이라기보단 비싼 돈카츠나 소바 파는 일식집 같아요. 중앙 테이블에는 작은 정원을 꾸며 놓았습니다. 공간 활용면에서는 꽝이지만 덕분에 식당의 인상이 달라집니다.
메뉴는 네 종류의 라멘 그리고 사이드 메뉴. 첫 방문 때는 대표 메뉴인 교카이파이탄을 먹었습니다. 그 맛에 감동해 한 달동안 세 번을 방문했어요. 그 때 시오, 쇼유를 추가로 먹었습니다. 가격은 12000원으로 이 동네 평균가(?)지만 양이 좀 적습니다. 교자나 치킨 가라아게같은 사이드 메뉴 대신 닭날개 튀김, 춘권 튀김을 판매하고 면 추가 없이 솥밥을 판매하는 것이 새롭습니다. 사이드 메뉴는 제 취향이 아니지만 솥밥은 조합도 좋고 개성도 있습니다.
각 테이블에는 메뉴와 음식 즐기는 법이 있습니다. 라멘 먹는 법이야 크게 다른 것 없지만 솥밥을 먹는 방식이 신선했습니다.
즐기지 않는 탄탄멘을 제외하고 국물 라멘 3종을 모두 먹어봤습니다. 대표 메뉴인 교카이파이탄은 보기만큼 새롭습니다. 그간 많은 라멘들을 먹어 봤지만 이집 라멘은 다른 곳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맛이었어요. 닭육수를 쓴 파이탄 라멘들이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국물 위에 올린 김오일 때문인지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강하더군요. 일본 라멘 국물인데 유럽 식당의 스튜를 먹는 듯도 했고요. 바게트 빵조각을 올린 것도 이 국물과 어울려서인 것 같습니다. 사람에 따라 조금 느끼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제 취향엔 꼭 맞았습니다. 이전까지 닭육수 라멘은 오레노 라멘을 좋아했는데 이 집으로 바뀌었어요.
두 번째 방문 때 먹었던 시오 라멘 역시 다른 곳의 시오 라멘들과 한 끗 다른 느낌으로 좋았어요. 깔끔하고 담백한 시오 라멘의 특징은 그대로인데 역시나 국물이 깊고 감칠맛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두,세 번 가보니 이집은 면을 적당히 잘 삶더군요. 잘 우려낸 국물과 적당히 삶은 면. 기본기가 좋단 생각을 했습니다. 교카이파이탄이 새로운 맛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면 시오 라멘은 누구나 좋아할 맛으로 이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메뉴가 됐습니다. 다만 쇼유 라멘은 별다른 인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잘 만든 중화 소바 느낌. 다른 두 메뉴가 워낙 좋아서겠죠.
이집의 또다른 매력은 사이드 메뉴인 솥밥. 고시히카리 쌀로 갓 지은 솥밥과 네덜란드산 치즈가 나오는데 이걸 남은 라멘 국물과 섞어 리조토처럼 먹는 방식입니다. 라멘의 양이 적기도 하지만 이 솥밥 자체의 매력이 대단해서 추천하고 싶어요. 저는 혼자 다 먹을 수 있지만 보통은 둘이서 하나를 주문한다고 합니다. 가격은 4000원.
밥을 덜고 라멘 국물과 치즈를 몇 숟갈 넣어 섞으면 됩니다. 교카이파이탄이 국물맛이 이국적이라 이 조합에 가장 잘 어울리고 시오/쇼유도 각자 다른 느낌으로 재미있습니다. 앞으로도 틈 날 때마다 홍대/연남 라멘 투어를 하겠지만 이집은 중간 중간 자주 방문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