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론의 고배율 줌렌즈 28-300mm F/4-7.1 Di III VC VXD 렌즈에 관한 두 번째 포스팅. 약 한 달간 이 렌즈를 사용하며 느낀 특징과 장단점에 관해 이야기 해 보려 합니다. 28mm 광각부터 300mm 장망원을 아우르는 광학 약 11배 줌, 여행은 물론 일상용으로도 휴대하기 부담스럽지 않은 작은 크기, 가벼운 무게를 내세웠습니다. 거기에 망원 촬영에서 꼭 필요한 손떨림 보정 장치까지. 고배율 줌렌즈에서 우려되는 화질과 휴대성 중 휴대성은 충분할 정도로 개선했으니 남은 것은 이미지 품질입니다. 물론 일반적인 줌렌즈보다야 떨어지겠지만 그 정도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면 이 렌즈의 가치와 평가는 꽤나 올라가는 거니까요.
탐론 28-300mm F/4-7.1 Di III VC VXD 렌즈 - 진짜 컴팩트, 진짜 올인원 렌즈(사양&디자인)
28-300mm 광학 10.7배 줌
이와 같은 고배율 줌렌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얼마나 줌이 되느냐', 혹은 '얼마나 다양하게 찍을 수 있느냐'가 될 것입니다. 예상은 했지만 광학 10.7배 줌은 대단합니다. 28mm 광각이야 여러 렌즈를 통해 익숙하지만 300mm 망원은 촬영할 때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찍을 수 있더군요. 더 크게 찍는 것보다 강 너머, 길 끝에 있는 것들까지 찍을 수 있는 점들이 제게는 망원 렌즈의 매력입니다. 평소에 광각 단렌즈만 들고 여행하기 때문에 더 그래요. 아래는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28/50/100/300mm 초점거리 비교입니다.
28mm 광각은 표준 줌렌즈 그리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익숙한 프레임 그대로입니다. 초광각의 광활함은 없지만 눈보다 넓어 충분히 시원시원하게 느껴집니다. 이후 표준 초점거리에 해당하는 50mm, 이후 망원 초점거리로 가면서 프레임도 크게 변합니다. 하나의 렌즈로 촬영한 것이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죠.
아무래도 여행에서 이 10.7배 줌이 얼마나 쓸모가 있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28/300mm 두 프레임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이 렌즈가 얼마나 폭넓은 표현이 가능한지 느낄 수 있죠. 두 장의 사진을 비교하면서 지난 몇몇 여행들을 떠올려 봤습니다. 그 때 이 렌즈가 있었다면 강 너머 건물들을 더 또렷하게 담을 수 있었을텐데, 광장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도 더 생생하게 찍을 수 있었을텐데, 하고요. 게다가 최대 300mm 최대 망원 촬영 결과물의 해상력도 꽤나 괜찮아 보입니다. 아래는 이 렌즈의 여러 표현 중 상징적인 28mm 광각, 300mm 망원의 예제들을 모은 것입니다. 28mm 에선 익숙함이, 300mm 사진에서는 과감함이 느껴집니다.
개방 조리개 값이 밝은 렌즈가 아니기에 300mm 촬영은 대부분 F7.1 최대 개방으로 촬영했습니다. 간혹 해상력 저하를 고려해 F8로 1/3스톱 가량 조절했고요. F8 정도만 해도 충분히 괜찮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어요. 이전에 사용했던 고배율 줌렌즈의 최대 개방 해상력이 꽤나 열악했던 터라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300mm 최대 망원은 달 사진도 충분히 찍을 수 있을 정도.
물론 28-300mm 사이에 수많은 프레임이 있습니다. 사실 이 렌즈를 사용하는 진짜 이유는 여기에 있겠죠. 28/300 둘만 필요하다면 단렌즈 두 개를 챙기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테니. 렌즈를 사용하며 일상 스냅 촬영 빈도가 높았습니다. 렌즈의 크기나 무게가 휴대하기 부담스럽지 않아 고민 없이 이 렌즈 하나 챙겨 나간 날이 많았거든요. 지나가다 본 재미있는 장면들, 음식, 카페 인테리어 등등. 발품 팔 필요 없이 줌을 사용하면 되니 촬영이 정말 편했고 결과물의 품질도 일상용으로 충분합니다.
10.7배 고배율 줌렌즈의 해상력
고배율 줌을 구현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렌즈의 부피, 무게가 증가할 수밖에 없고 그것을 줄이려면 이미지 품질을 타협해야 합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물리적 한계죠. 다만 광학 기술의 발달로 이것이 조금씩 극복돼 가고 있습니다. 탐론은 오랫동안 고배율 줌렌즈를 주력으로 제작해 왔고 28-200mm F/2.8-5.6 Di III RXD, 35-150mm F/2-2.8 Di III VXD, 50-400mm F/4.5-6.3 Di III VC VXD 렌즈로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이 렌즈는 그보다 더 과감한 10.7배 줌을 채용했기 때문에 우려가 되기도 했지만 결과물을 보니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더군요.
조리개 값이 F4-7.1로 밝은 편이 아니라 아무래도 최대 개방 촬영 빈도가 높습니다. 아무래도 최대 개방 촬영에서는 약간의 해상력 저하가 있지만 웹 용도로는 충분한 수준이고 조리개 값을 1,2 스톱 높게 설정하면 눈에 띄게 개선됩니다. 무엇보다 특정 구간에서 화질이 떨어지지 않고 균일하게 유지되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이게 실제 촬영에서는 '신뢰'에 관련된 부분이니까.
아래는 초점거리의 조리개 값에 따른 해상력을 비교한 것입니다. 28mm 최대 광각부터 광학 2,4배 줌에 해당하는 50/100mm, 300mm 최대 망원으로 촬영했습니다.
< 28mm >
< 50mm >
< 100mm >
< 300mm >
전 구간에서 대체적으로 균일한 화질을 유지하고 있으나 28/50mm 광각이 망원보다 주변부 해상력에 우위가 있습니다. 중심부 해상력은 큰 차이 없이 두루 뛰어납니다. 미세한 해상력 저하는 조리개 값을 한 스톱 정도만 높여도 개선되고 이후 F11-16 구간까지 유지됩니다. 촬영하면서 조리개 값/해상력에 대한 걱정, 부담이 없었던 게 이런 결과에서도 드러납니다. 무엇보다 색수차 억제력이 뛰어나서 전 구간, 조리개 값에서 색수차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통적으로 F22 이상 촬영에선 해상력 저하가 있으니 이를 고려해 촬영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장망원 촬영에서의 심도 효과
망원 촬영 빈도가 높지 않은 사용자라면 이 렌즈 하나로 올인원 구성을 완성하는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 가끔 인물, 원경을 촬영할 때 클로즈 업 효과는 물론 심도 표현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28mm 최대 광각에서도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이 F4니 일반적인 표준 줌 렌즈와 같습니다. 아래는 28mm 에서의 조리개 값에 따른 배경 흐림 효과의 차이를 비교한 것입니다.
<28mm>
300mm 최대 망원에서의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은 F7.1입니다. 절대적으로는 밝은 값이라 할 수 없으나 300mm 망원에서는 기대 이상의 심도 표현이 가능합니다. 아래는 조리개 값에 따른 심도 효과를 비교한 것입니다.
<300mm>
F7.1에서의 배경 흐림 효과는 준망원 렌즈의 F2.8-4 값 못지 않습니다. 피사체의 크기, 피사체 그리고 배경과의 거리 등 여러 요소들이 있지만 올인원 고배율 줌렌즈에서 이 정도의 심도 표현이 가능하다면 대부분의 환경에서 아쉽지 않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도 표현보다는 저조도 촬영에서의 셔터 속도, ISO 감도 확보가 관건이겠죠. 그것을 고려해 이 렌즈에는 손떨림 보정 장치 VC가 탑재돼 있습니다.
손떨림 보정 장치 VC
장망원, 저조도 촬영을 고려해 손떨림 보정 장치 VC가 탑재돼 있습니다. 정확한 보정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300mm 최대 망원 촬영에서도 잔떨림이 확실히 개선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촬영 결과물에서도 상당한 효과를 봤고요. 위 동영상은 300mm 최대 망원으로 촬영된 것입니다. 잔떨림은 물론 프레임 자체를 상당히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카메라의 '스테디 샷' 설정 메뉴에서 VC를 해제/설정한 뒤 촬영 결과물을 비교해 봤습니다. 망원 촬영에서 손떨림 보정 장치의 중요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대 19cm 근접 촬영
근접 촬영은 28mm 광각에서 19cm, 300mm 망원에서 99cm까지 가능합니다. 아무래도 배경 압축, 흐림 효과를 고려할 때 망원에서 그 효과가 더 좋습니다. 간이 매크로 수준까진 아니지만 장망원 초점거리의 클로즈 업 효과는 확실하니 고화소 카메라에선 트리밍을 적당히 이용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래는 초점거리별 근접 촬영 결과물을 비교한 것입니다.
보케 / 빛갈라짐 연출
[ 28mm ]
보케 표현 역시 기대 이상입니다. 9매의 원형 조리개를 탑재해 최대 개방뿐 아니라 F8-11 구간까지도 원형 보케를 유지합니다. 주변부 보케가 찌그러져 보이긴 하지만 모양이나 색표현 자체는 준수하기에 야간 촬영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 50mm ]
[ 100mm ]
[ 300mm ]
빛갈라짐에선 어쩔 수 없는 고배율 줌렌즈의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30mm 광각 기준 18갈래의 빛갈라짐이 F5.6 촬영부터 나타나 점점 크고 선명해지지만 단렌즈나 일반적인 3배 내외 줌렌즈에 비해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야경 장노출 촬영 빈도가 높다면 아무래도 초광각 렌즈를 따로 챙기는 것이 좋아 보이네요. 물론 장노출 촬영이 잦지 않다면 아쉬운대로 이대로도 활용할 수 있고요.
이 렌즈의 결과물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10.7배 고배율 줌렌즈의 그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해상력이었습니다. 더 넓은 줌을 사용할 수 있고 그 때 손떨림 보정 장치가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전 탐론 줌렌즈들에서도 충분히 경험 했지만 10.7배 고배율 줌에서의 이미지 품질에는 여전히 의문이 있었거든요. 마침 이전에 좋지 않은 경험도 있었고요. 하지만 그 사이 광학 기술이 참 많이 발전했구나 싶습니다. 해상력 저하 때문에 고배율 줌에서는 가급적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 렌즈는 대부분 최대 개방으로 촬영했습니다. 가끔 달이나 꽃, 곤충 등 세부 묘사가 중요한 피사체에서나 1/3, 2/3 스톱 정도를 조절한 정도입니다.
결과물을 확인하고 나니 이 렌즈의 크기, 무게가 더 매력적으로 보이더군요. 10.7배 줌렌즈임에도 28-75mm F2.8, 17-28mm F2.8 줌렌즈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매일 휴대하기에도, 여행을 떠날 때 챙기기에도 부담 없는 수준이죠. 마지막 의문이었던 결과물의 품질까지 충족됐으니 여러 렌즈가 필요없는 라이트 유저에게, 여행을 앞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렌즈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28-200mm F/2.8-5.6 Di III RXD 렌즈보다 조리개 값이 어둡지만 더 많은 것을 보고 담을 수 있으니까요.
[ 탐론 28-300mm F/4-7.1 Di III VC VXD 렌즈로 촬영한 이미지 (A7C) ]
https://sunphoto.co.kr/shop/goods/goods_view.php?goodsno=10337
*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