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랜만에 전하는 소식입니다. 블로그는 집 같은 곳이라 잊지는 않았습니다만 여행이 잦고 길어져 돌아오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어요. 지난해 석 달 배낭여행에 이어 겨울을 뉴욕에서 보냈습니다. 11월부터 2월 초까지 이 번에도 얼추 석 달. 늘 그렇듯이 아니 이번엔 전보다 더 열심히 걷고 부지런히 즐겼습니다. 원 없이 즐겼고요.
2023.11-2024.2 / 뉴욕에선 늘, 종종, 한번은
다녀와 사진 정리하는 데 보낸 시간이 여행 기간보다 길었어요. 사실 아직도 정리할 게 한참 남았습니다.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거든요. 7월부터 천천히 남겨 놓으려 합니다. 유럽 여행 이야기는 그 뒤가 되겠어요.
기억할게 Q2. 반가워, 세 번째 M10
오랜만에 기변했습니다. 라이카 Q를 유럽 여행 전 그러니까 2022년 여름에 구매했으니 2년여 만입니다. 잦은 제 기변사에 라이카 Q 시리즈는 유독 오랜 시간을 차지합니다. Q와 Q2 모두 제게 그 시절 최고의 여행 카메라로 기억될 거예요. 잠시 서울에 스톱 오버(저는 이 표현을 좋아합니다)하는 기간에는 다시 M 시리즈를 사용하게 됐어요. M10p와 M10m, M246 등을 높고 저울질하던 찰나, 운 좋게 시세의 절반 가격에 M10 모델을 들였습니다. 경미한 하자가 있는 제품이라 아마 이 녀석은 귀속템이 되지 않을지.
다시 말하지만 라이카 Q 시리즈는 최고의 여행용 카메라입니다. 이보다 휴대성 좋은 GR, X100, RX1 시리즈를 사용해 봤지만 이미지 품질이나 촬영의 쾌적함에서 실망시킨 적이 없어요. 제 생애 가장 진한 여행들의 기록을 이 카메라로 남겼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라이카 Q2로 유럽에서 10만여 컷, 뉴욕에서 6만여 컷을 촬영했습니다. 그만큼 이 카메라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언젠가 그 소회를 공들여 남겨 보려고 합니다. 제 라이카 Q의 리뷰도 애정이 듬뿍 담겨 있죠.
M10은 세 번째입니다. M10 실버, 화면이 없어 더 매력적인 M10-D 그리고 이번 M10 블랙. 세 번째지만 사용 기간은 길지 않아서 여전히 새롭습니다. Q 시리즈와 다른 M만의 특징과 매력 그리고 불편함 등도 충분히 느끼고 있고요. 렌즈는 보이그랜더의 녹턴 빈티지 35mm F1.5. 울트론 빈티지 35mm F2를 좋아했는데 F1.5 출시 소식에 미련없이 갈아탔습니다. 크기, 무게야 감수한 거였고 결과물도 만족합니다. 특히 최단 촬영 거리가 50cm로 짧은 것이 좋아요. 그간 소니 A7C가 담당했던 블로깅용 제품, 음식 사진들도 요즘 이 조합으로 찍고 있습니다. M10과 녹턴 빈티지 35mm 렌즈 후기도 포스팅 할 예정입니다.
13인치는 처음입니다 - 아이패드 프로 M4 & 애플 펜슬 프로
지난주에는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했습니다. 아이패드라는 게 참 있으면 방치할 때가 많은 데도 없으면 영 허전하고 서운하단 말이죠. 이번엔 특히 기다림이 길었는데, 지난해 뉴욕 여행을 앞두고 사용하던 아이패드 프로 M1 11인치를 판매하고 현지 작업에 사용할 맥북 에어 M2를 구매했었거든요. 유럽 여행 때 아이패드로만 작업하니 영 불편한 것들이 많아서. 귀국하면 새 아이패드를 구매할 생각으로 처분했는데 겨울 지나 봄이 돼도 신제품 소식이 없더군요. 그렇게 여름 되어 6월 다 지나서야 새 아이패드를 갖게 됐습니다.
중간 중간 적당한 구세대 중고를 구입해서 쓰다 기변할까 고민했는데 기다리길 잘했다 싶습니다. OLED 패널을 두 장 겹친 투 스택 탠덤 OLED에 얇고 가벼워진 디자인, 더 유능해진(이라고 설명하는) 애플 펜슬 프로까지. 그만큼 가격이 살벌합니다만 원고 작업, 출장용으로 잘 쓰면 된다고 스스로를 설득했습니다. 사실 아직도 설득하는 중입니다.
늘 휴대성을 이유로 10.5/11인치를 구매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13인치를 구매해 봤어요. 기력이 더 쇠하면 어쩔 수 없이 가벼운 것을 쓰게 될 테니 그때까진 마음 가는 걸 써 보자 싶어서. 화면이 커진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화면을 둘로 나눠 사용할 때 특히요. 다만 11인치보다 50만원이 비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전엔 마이크로 LED 유무 때문에 가격 차가 나는 것을 납득이라도 했지 이제는 화면 크기 외에는 똑같잖아요. 하지만 이렇게 얘기하면 그들은 11인치 모델의 가격을 올리겠죠.
역시 블로그에 적는 근황이란 놀고 먹고 산 얘기들입니다. 돌아오자 마자 강의와 이런저런 원고들 그리고 여행 사진/영상 정리들로 다섯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이제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으니 예전처럼 제 관심사와 일상, 하고 싶은 이야기들 포스팅 하겠습니다.
코 앞으로 닥친 장마 그리고 무더위에 건강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