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랜더의 녹턴 클래식 35mm F1.4 II VM 렌즈의 두 번째 사용 후기. 이미지 품질과 표현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VM 렌즈의 대표 시리즈인 녹턴 35mm F1.4의 업데이트가 현재에도 여전히 가치를 갖는지 평가 해보려 합니다. 렌즈의 사양과 디자인에 관해선 이전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모든 이미지는 라이카 M10으로 촬영했습니다.
보이그랜더 NOKTON Classic 35mm F1.4 II VM 렌즈 - 1. 디자인 & 사양, 멀티코팅과 싱글 코팅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을 넘나드는 표현
이름에 붙은 Classic이란 명칭이 이 렌즈의 특성을 가장 잘 설명합니다. 2008년에 출시된 이전 모델부터 이 렌즈의 목적은 올드 렌즈의 개성과 현대 광학 성능의 공존이었다고 하죠. 외관과 개방 글로우 등에서 2세대 라이카 Summilux 35mm F1.4 렌즈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M 마운트의 역사를 고려할 때 2008년 출시한 렌즈 역시 현행이라 불리기에 무리가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15년만에 나온 후속 제품에 마음이 더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렌즈의 이미지 역시 변화무쌍합니다. F1.4 개방 촬영에서는 현행 렌즈들에서 보기 힘든 주변부 소프트 현상이 발생합니다. 올드 즈미룩스 렌즈의 글로우 표현과 유사하게 느껴집니다. 게다가 비네팅도 꽤 심하고요. -이건 크기를 줄인 VM 렌즈들의 공통적인 특성입니다만- 현행 렌즈 위주로 접했던 사용자 입장에선 처음 몇 컷은 꽤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렇다고 개방 촬영의 해상력이 떨어지느냐,라고 묻는다면 분명 그렇지 않습니다. 위 두 사진 모두 F1.4 최대 개방으로 촬영했는데 중심부 표현에는 주변부와 같은 글로우가 크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해상력은 어느 정도 확보한 상태에서 마치 안개가 드리운 듯 몽환적인 느낌이 더해집니다. 주변부로 갈수록 눈에 띄게 심해지고요. 선명한 묘사를 중시하는 분이라면 이 렌즈는 의미 없는 F1.4 값을 갖는 렌즈라 평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꽤 독특하고 재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한,두 스톱만 조리개를 조이면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변합니다.
F4-8로 촬영된 이미지들에서는 개방 촬영의 소프트함이나 글로우 현상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여느 현행 렌즈와도 견줄 수 있을만큼 섬세하고 날카롭습니다. 더불어 비네팅도 해소가 되니 완전히 다른 두 개의 렌즈를 사용하는 듯한 느낌도 받습니다. 그래서 주로 F1.4와 F4-5.6을 오가며 촬영했습니다.
해상력 비교
앞서 언급했듯 이 렌즈는 올드 렌즈의 몽환적인 표현과 현행 렌즈다운 해상력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렌즈입니다. 장면 그리고 주인공을 어떻게 그려낼 지는 사용자가 조리개 값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르겠죠. 이에 참고가 될 조리개 값 별 중심부/주변부 해상력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 중심부 >
렌즈의 조리개 값은 1/2스톱 간격으로 끊어집니다. F1.4와 F2 사이에 하나의 값이 더 있는데 편의상 F1.8로 표기했습니다. 이 세 조리개 값의 해상력 차이가 가장 드라마틱합니다. F1.4에서는 마치 소프트 필터를 사용한 것처럼 이미지가 뿌옇게 표현되고 F1.8에서 일부 개선됩니다. 이 역시 왼쪽과 오른쪽의 차이가 있는데 프레임 중앙에 가까운 오른쪽의 글로우 개선 효과가 더 컸습니다. F2 부터는 크게 개선되어 F11까지 샤프하게 이어집니다. F16에선 역시 회절 현상으로 인한 해상력 저하가 있습니다.
< 주변부 >
아무래도 주변부가 같은 조리개 값에서도 더 소프트하고, 중심부와 비슷할 정도로 샤프해지는 데 꽤 높은 조리개 값이 필요합니다. 주변부까지 선명하고 밝은 결과물을 원한다면 F5.6 이상의 조리개 값을 사용해야 합니다. F1.4-2의 주변부 표현을 잘 활용하면 인물 촬영에서 재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줄 것 같습니다.
F1.4 개방 촬영의 글로우
아무래도 이 렌즈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그리고 재미있는 요소가 개방 촬영의 글로우라 F1.4 촬영 이미지들을 통해 몇 장 더 비교해 보았습니다. 낮은 조리개 값의 심도 표현 때문에 주변부로 갈 수록 흐려지기도 하지만 확실히 번진 듯한 효과가 나타납니다.
다만 윤곽선이나 텍스트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해상력이 저하되는 것은 아니라 촬영을 거듭할 수록 이 독특한 표현에 매력을 느끼게 되더군요. 색수차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요.
위 이미지는 F1.4/2/2.8/4 촬영의 주변부 해상력과 비네팅을 비교한 것입니다. 이 렌즈의 표현이 가장 크게 달라지는 구간이고 이후로는 현행 렌즈와 비슷해집니다. F1.4 최대 개방 촬영 결과물은 소프트한 것도 그렇지만 비네팅이 꽤 심하죠. 광원에 따라서는 중심부에서도 피사체와 배경의 경계에 글로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주변부 광량 저하는 라이트룸의 렌즈 프로파일을 적용해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저는 녹턴 35mm F1.4의 프로파일을 적용했는데 비네팅 개선과 더불어 왜곡 보정 효과도 있었습니다. M 바디에서는 즈미룩스 35mm F1.4로 설정하고 촬영했는데 둘은 비네팅 보정 효과에서 꽤 차이가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들은 모두 F1.4 최대 개방으로 촬영된 것입니다. 작은 화면에서도 얇은 베일을 씌운 듯 글로우가 발생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빛에 따라 중심/주변부를 얼마나 잠식하는지 비교하며 보셔도 재밌겠어요.
<F1.4 최대 개방 촬영>
보케 / 빛갈림 비교
F1.4의 밝은 조리개 값을 갖는 렌즈를 선호하는 이유들 중 아무래도 얕은 심도 표현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렌즈의 보케 표현이 그런면에서 좀 의외였는데 올드 렌즈의 개성을 추구한다고 했지만 보케 표현은 현행렌즈처럼 차분하고 부드럽습니다. 회오리 보케 정도까지 비교한 것은 아니지만 글로우 효과에 재미있는 보케까지 더해지면 더 흥미가 생길 것 같았는데 말이죠. 너무 개성이 강하면 호불호가 그만큼 크게 갈릴 것 같다는 계산이었을까요. 결국 원형 보케만큼 사람들이 좋아하는 건 없으니.
F1.4 최대 개방에선 완전한 원형 하지만 F1.8부터 조금씩 각이 져 점점 도드라집니다. 열 개의 조리개 날으로 구성된 이 렌즈의 보케는 10각형 형태를 갖습니다. 원형 보케가 필요하다면 F1.4 개방 촬영을 고집해야겠어요.
빛갈림은 기대 이상으로 선명하고 아름답습니다. F1.4 최대 개방을 제외한 F2 촬영부터 형태가 선명하게 나타나고 F16까지 점점 크게 표현됩니다. 가장 선명한 빛갈림은 회절 현상의 영향이 없는 F11 내외 결과물입니다.
여전히 가치있는 클래식
하나의 렌즈로 올드 렌즈의 촉촉함과 현행 렌즈의 서늘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현행 렌즈들에 익숙한 저는 여전히 F1.4 최대 개방 촬영의 주변부 결과물을 보며 놀라긴 하지만 이런 개성있는 묘사가 필요한 촬영들이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마냥 클래식 렌즈의 한계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또 다른 표현 그리고 즐거움을 가능케 하는 요소니까요. 물론 해상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용자라면 그리고 개방 촬영의 얕은 심도를 즐긴다면 이 렌즈보다는 개방 이미지 품질이 좋은 울트론, 아포 란타 시리즈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35mm만 해도 보이그랜더에는 녹턴, 녹턴 클래식, 컬러스코파, 울트론, 아포 란타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 보이그랜더 녹턴 클래식 35mm F1.4 II로 촬영한 이미지 (라이카 M10) >
https://sunphoto.co.kr/shop/goods/goods_view.php?goodsno=7293
*본 포스팅은 업체로부터 원고료를 지급 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