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지난 겨울을 유럽에서 보냈습니다. 스무살에 다녀오지 못한 아쉬움을 마흔, 두 번째 스무살에라도 달래보자는 맘으로 배낭 하나 메고 가볍게, 마음 발길 닿는대로 흘러다녀보았어요. 출발하던 날 까마득했던 귀국일이 어느새 다가와 서울에 돌아왔고, 이렇게 블로그에 후기를 남기고 있습니다. 다시 돌아온 일상이 신기하고 재미있습니다.
시작은 오스트리아 비엔나, 끝은 튀르키예 이스탄불. 전부터 마음에 담아 둔 몇몇 도시들은 있었지만 그 외 시간 그리고 동선은 정하지 않고 떠났습니다. 다음 목적지로 가는 길목에 괜찮은 도시가 있으면 며칠 들렀다 가기도 했고, 민박집이며 식당, 펍에서 만난 사람들이 좋아하는 혹은 추억이 있는 도시로 경로를 바꾼 적도 있어요. 도시가 마음에 들면 뒤 일정을 미루고 며칠이고 더 머물렀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8900원 주고 산 검정색 배낭. 옷과 카메라, 갖가지 짐을 욱여 넣으니 터질 것 같이 빵빵해도 다 들어는 가더라고요.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만 그간 적지 않게 여행하며 쌓인 지혜들로 앞으로 생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결론은 성공. 무거운 가방을 메고 걷는 건 쉽지 않았고 종종 허리며 종아리 통증에 시달렸지만 큰 문제 없이 여행했습니다.
늘어져 쉰 날은 하루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동 시간을 아끼기 위해 야간 버스, 기차를 찾을 정도였으니. 덕분에 90일간 멋진 장소들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들을 했고 근사한 장면들을 간직하고 돌아왔습니다. 잊기 전에 이야기를 털어 놓아야죠, 어디에든. 아마도 여행보다 더 긴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틈틈이 블로그와 브런치, 제 SNS를 통해 적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