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타 완전히 기능을 잃은 카메라가 경매에서 1200파운드, 경매 수수료를 포함해 우리 돈으로 200만원 넘는 가격에 팔린 흥미로운 뉴스가 있습니다. 사진작가 Jonathan Bloom가 내놓은 이 물품은 라이카의 필름 카메라 M4와 Summicron 50mm F2 렌즈로 집 화재로 인해 완전히 손상된 상태입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처참한 사고를 가늠할 수 있죠.
그나마 형태가 온전히 남아있는 것이 다행이랄까요. 카메라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이 카메라와 렌즈가 경매에 나온 것도 재미있는데 200만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된 것이 놀랍습니다. 실제로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카메라를 구매한 낙찰자는 아마도 단순히 이 카메라를 소장 또는 전시하기 위해 구매한 것이겠죠?
이 경매에 대한 코멘트 역시 재미잇습니다.
“I owned this actual camera. years ago. Bought it at a camera show. Sold it to a collector. Wound up in an auction. Now it’s here. so random. FYI; I paid $900 for it at the time. Maybe too much. Maybe too little. I thought of it as pared down to the basics of design. An object, perfect in its form. Stripped of its utility but perfect in its design. That is what’s cool about this. Anyone who bemoans the broken camera is full of s–t.”
이 전소된 카메라의 낙찰 가격에 의해 너무 많을 수도 또는 너무 적을 수도 있다는 말, 그리고 이 카메라는 사고로 인해 기능을 상실했지만 형태를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데 가치가 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어찌 보면 요즘 화제가 되는 현대 미술 작품의 경매가 떠오르는 멘트인데요, 실제로 요즘 수집가들의 시장에서 몇몇 카메라 역시 사진을 찍는 도구라기보단 소유와 수집에 대한 욕구를 반영하는 물건이 된 맥락으로 보면 일견 이해가 갑니다. 만약 이 카메라가 유리관으로 둘러싸여 어느 미술관의 전시실에 놓여있으면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이 '이건 무슨 의도와 스토리가 있는 작품이지?'라는 생각을 할 테니까요.
어쨌든 고장난 아니 완전히 불에 타 버린 카메라를 팔 생각을 한 사람도, 그걸 구매한 사람도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