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마의 Contemporary 라인 단렌즈 45mm F2.8 DG DN 렌즈의 사용 후기입니다.
렌즈 사양과 디자인을 살펴 본 지난 포스팅에 이어 이번에는 해상력과 주변부 광량 분포 등 렌즈의 광학 성능을 테스트 해보았습니다.
함께 테스트 한 카메라는 당연히(?) 단짝인 시그마 FP입니다.
이 렌즈는 (아직까지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시그마 FP와 함께 출시된 단짝 렌즈입니다.
크기와 무게, 디자인이 시그마 FP에 최적화 된 렌즈로 카메라의 장점인 경박단소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렌즈죠.
우려와 달리 이미지 품질과 조작감도 괜찮은 편에 속했습니다. 현재는 C 렌즈 라인업에 24/35/60mm 렌즈가 추가되면서 관심이 분산되긴 했지만 작고 저렴한 L마운트 렌즈를 찾는 분들에겐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렌즈입니다.
렌즈의 사양과 디자인, FP와의 조합에 대한 소감 등은 지난 포스팅을 참조하세요.
해상력 테스트
렌즈 평가 중 가장 중요한 요소인 해상력. 원거리 촬영을 기준으로 주요 조리개 값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확대해 비교했습니다.
먼저 중심부 이미지.
[ 중심부 확대 이미지 ]
지난 포스팅에서 간단히 비교한 결과와 같이 중심부 포스팅은 F2.8 최대 개방과 F4의 성능이 제법 차이가 나는 편입니다. 반면 F4 이후로는 큰 차이 없이 F11까지 유지됩니다. F16 이상의 조리개 값에서는 회절 현상이 발생하고요.
F2.8 최대 개방 촬영의 이미지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사용자에 따라 다를텐데, 최신 광학 설계가 적용된 단렌즈로 접근한다면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함께 사용했던 시그마 Art 24-70mm F2.8 DG DN 고배율 줌렌즈보다 나을 게 없거든요. 오히려 근접 촬영에서 이미지가 소프트해지는 45mm F2.8 렌즈가 비교 열세에 있겠죠.
하지만 작은 크기의 풀프레임 대응 렌즈로 접근하면 크게 불만없는 성능입니다. 이미지를 100% 크기로 활용하는 환경이 아니라면 최대 개방 이미지의 품질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서요. Art 시리즈와 Contemporary 시리즈의 근본적인 차이라면 '화질에 대한 타협'인데, 휴대성을 이유로 많은 것을 희생할 것으로 우려했던 것을 생각하면 준수한 편이에요.
물론 저는 가급적 이 렌즈는 F4 조리개 값으로 촬영했습니다. 마음의 안정도 있지만 그보단 주변부 비네팅이 신경 쓰여서요.
[ 주변부 확대 이미지 ]
이미지 품질이 가장 떨어지는 모서리쪽 이미지를 확대하면, 역시 중심부보다 전체적으로 조금씩 더 열악합니다.
특히 중심부가 F4부터 최상급 묘사가 유지되는 데 반해, 주변부는 F5.6부터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입니다.
체감상 중심부 F2.8과 주변부 f4가 비슷한 느낌이랄까요.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은 주변부 광량 저하. 렌즈를 작고 가볍게 만들다보니 주변부 품질에 필연적으로 손해가 있습니다.
확대 이미지를 보면 다른 이미지보다 F2.8 촬영 이미지가 눈에 띄게 어두운 것을 확인할 수 있죠. 중심부에서는 이 차이가 느껴지지 않습니다만, 주변부는 조리개 값에 따른 밝기가 단계별로 제법 뚜렷한 편입니다.
주변부 비네팅 비교
이렇게 나란히 놓고 보면 위쪽 두 장, 낮은 조리개값의 촬영 결과물이 주변부가 어두운 것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습니다. F2.8과 F4의 차이도 크고요. 해상력과 달리 주변부 광량 저하는 F8의 비교적 높은 조리개 값을 설정할 때까지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계속 존재합니다. 사실 F8에서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물론 요즘엔 소프트웨어 보정으로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지만 렌즈의 광학 성능을 평가하는 데 있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내용이겠죠.
빛망울(보케) & 빛갈라짐 비교
많은 분들이 렌즈의 감성을 이야기할 때 가장 앞에 놓는 '보케'의 크기와 모양. 개인적으로 보케의 모양이나 크기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 편이지만 비교하는 건 재미있습니다. 7매의 원형 조리개로 구성된 이 렌즈의 보케는 F2.8 최대 개방에서 비교적 선명한 원형입니다. 주변부는 조금 찌그러진 형태고요.
하지만 조리개 값이 높아질 수록 7각형 형태로 변합니다. 이런 다각형 모양의 보케를 선호하지 않는 분들이 많아서 이점은 평가 요소에 마이너스 점수가 되겠네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저도 막상 보니 원형보다 이 7각형이 확실히 못생겼어요. F4까지는 그럭저럭 원형으로 유지되니 인물이나 정물 촬영때 참고해야겠습니다.
사실 빛갈라짐도 그리 예쁘지 않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선호하는 빛갈라짐은 끝이 날카롭고 긴 형태인인 데 반해 이 렌즈의 결과물은 끝이 퍼지는 형태입니다. 해상력에서는 크기/무게/가격을 생각하면 괜찮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이 렌즈가 소위 '감성'을 표현하기 좋은 렌즈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외형의 클래식함에서 오는 감성은 경쟁 카메라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지만 이런 광학 특성들이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습니다. 한편으로는 렌즈를 작게 만드는 게 현재도 꽤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주요 광학 성능과 특성을 테스트 해 보니 장단점이 뚜렷합니다. 단순히 이미지가 예쁘게 나오느냐를 따지면 이 렌즈로도 못 할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렌즈의 해상력은 요즘 렌즈 답게 평균 이상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개성있는 표현을 기준으로 삼으면 보케와 빛갈라짐 형태에서 매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해야겠네요.
해상력은 2400만 화소 FP에서는 크게 부족함 없이 느껴졌지만 최근 6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FP L이 나와서 고화소에서도 만족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합니다. 근접 촬영에서의 소프트한 이미지 등 실망 포인트를 되짚어보면 큰 기대는 말아야할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FP 사용자라면 여전히 이 렌즈의 크기와 무게는 포기하기 어려울테고, FP같은 카메라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이미지 품질 정도는 충분히 뒷받침 할 수 있는 렌즈라고 생각합니다.
[ 시그마 FP & 45mm F2.8 DG DN으로 촬영한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