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스스로에게 주는 생일 선물을 핑계로 컬렉션을 하나씩 늘려가고 있습니다. 벌써 너댓 점의 시계가 제 책상 위에 놓여있게 됐어요. 다행히 다른 마니아들처럼 고가의 모델들을 아직(?) 탐하지 않기에 큰 부담은 없습니다. -아직은요.-
지난해 생일에는 평소 흠모하던 독일 워치메이커 노모스의 클럽 캠퍼스 모델을 구매했습니다. 갤러리아 면세점 사업 종료 시점에 맞춰 정가의 절반 정도의 가격에 구매했죠.
그리고 2020년 생일을 몇 달 앞두고 매력적인 시계를 또 하나 발견했습니다. 이전엔 잘 몰랐던 생소한 브랜 오리스의 평소 좋아하지 않았던 다이버 워치.
원형 페이스와 그 주변 베젤 등의 기본적인 구성은 평범한 다이버워치 스타일이지만 원형 인덱스와 베젤 주변 청동 소재가 주는 빈티지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린 다이얼 모델의 자태에 반했죠. 녹색 페이스와 청동의 조화가 제 눈에는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식스티 파이브라는 이름은 1965년에 발매된 자사의 다이버워치를 현대식으로 복각했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실제로 시간의 간격을 고려하면 이 시계는 원본을 상당히 잘 재현하고 있죠. 아래가 그 오리지널 제품입니다.
녹판 다이버워치는 생각보다 많은 브랜드에서 발매가 됐고 인기도 있지만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의 완성도와 빈티지한 감성을 갖춘 다이버워치는 흔치 않아서 곧 요번 컬렉션에 추가할 시계는 이것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컬러는 고민없이 그린, 그리고 청동 베젤 모델로 결정했고 사이즈는 36/40/42mm 중에 40mm로 결정했습니다. 36mm는 여성도 착용할 수 있는 사이즈인데 그린 다이얼 모델이 아직 발매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작은 시계를 선호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스트랩은 스틸 브레이슬릿과 가죽, 러버 밴드가 있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스틸 브레이슬릿을 별도 구매하려면 꽤 많은 가격이 나가기 때문에 스틸 브레이슬릿 모델로 구매했습니다.
시계 사양을 간단히 살펴보면
무브먼트 : Oris 733, base SW 200-1 / 오토매틱, 38시간 파워 리저브
케이스 크기/두께 : 40mm / 12.8mm
러그 : 20mm
방수 : 100m
가격 : 255만
케이스 크기는 남성용 시계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40mm 입니다. 다만 베젤 때문에 실제 크기보다 조금 작아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두께는 12.8mm로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감안하면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평범한 수준입니다. 파워 리저브가 38시간으로 조금 짧은 편이고 방수 성능 역시 100m로 요즘 시계들에 비해 부족하게 느껴지지만 이 시계의 컨셉은 실제 다이버들의 시계라기보단 1960년대 다이버 시계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액세서리입니다. 저도 이 시계를 차고 바다 속 깊이 뛰어들 것 같지는 않거든요.
러그 사이즈가 20mm라서 줄질하기는 무척 편합니다. 저도 이 시계를 구매한 뒤 벌써 몇 개의 나일론 밴드를 구매해 돌려 차고 있습니다.
그렇게 구매한 시계가 왔습니다. 생일 선물이라지만 생일을 석 달이나 앞두고 미리 받았습니다. 두근두근.
시계 만나기가 힘들 정도로 상자가 많습니다. 본박스를 보호하기 위한 흰색 외부 상자, 그걸 벗겨내면 검정색 상자, 또 그걸 열어야 진짜 제품 패키지가 나옵니다. 복각 모델인만큼 패키지 역시 옛날 느낌이 물씬 납니다. 왼쪽 상단 방패 로고가 과거의 오리스 로고라고 합니다.
헤리티지 상자와 함께 들어있는 제품 설명서와 워런티카드. 요게 있어야 홈페이지에 제품 등록을 해서 워런티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설명서에 한글도 있어서 반가웠어요.
파란 상자의 뚜껑을 열면 주인공인 시계가 보입니다. 그린 다이얼과 청동의 컬러 조합이 전면에서도 잘 보입니다.
이 시계의 또 하나의 매력이 볼록한 돔 글라스입니다. 제품의 컨셉인 빈티지 스타일에 충실하고 인덱스 부분이 왜곡돼 보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40mm의 케이스 크기가 35/38mm 시계를 주로 사용하는 제 눈에도 별로 커 보이지 않더군요. 데이트창은 40mm 모델은 6시 위치에, 42mm 모델은 3시 위치에 있습니다.
사실 스틸 브레이슬릿보다는 나일론이나 가죽 밴드를 주로 사용할 계획이었으나 기본 조합도 마음에 들어서 여름에 자주 스틸 브레이슬릿을 착용할 것 같습니다. 사진보다 실물이 더 나은 시계입니다.
약 18mm 두께의 손목에 올린 사진입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입니다. 브레이슬릿의 일체감, 측면에서 보는 돔 글래스의 매력, 생각보다 가볍고 편한 스틸 브레이슬릿의 착용감이 첫인상으로 남았습니다. 빛을 받아 더 선명하게 보이는 그린 다이얼의 매력이야 뭐 기대만큼이고요.
미리 구매해 둔 리오스의 스웨이드 스트랩을 결합한 모습입니다. (오리스 & 리오스) 사실 구매할 때부터 이 조합을 노리고 있었어요. 빈티지한 시계의 분위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스트랩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역시나 제 취향에는 스틸보다 가죽,스웨이드 밴드가 맞는 것 같습니다. 밴드 특성상 금방 때가 타고 더러워지겠지만 그 역시 빈티지한 느낌을 강조해 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녹색 다이얼과의 조합도 그렇지만 베젤 측면의 청동과의 컬러 조합도 멋집니다. 그래서 이 모델과 브라운/탠 컬러의 가죽 밴드를 조합한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나 봅니다. 여름에는 좀 버겁겠지만 봄,가을,겨울에 이 조합을 애용해야겠어요.
구매하자마자 찍은 사진들. 평소 좋아하던 그린 컬러의 다이얼 때문에 노모스 탕겐테를 제치고 가장 자주 손이 가는 시계가 됐습니다. 캐주얼한 차림, 포멀한 차림 모두 어울리는 것이 이런 빈티지 스타일 워치의 매력이죠.
기천만원 하는 상위 브랜드의 시계에는 아직 큰 관심이 없어서 당분간 오리스 식스티파이브와 함께 좋은 시간들을 보내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선 이 시계에 어울리는 밴드들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완성도에 비해 온라인에 정보가 많지 않아 아쉬운 시계인데, 궁금한 점이 있으면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