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이나 속이 편치 않은 날이면
가슴속 어딘가에서부터 떠오르는 칼국수로의 열망
항상 멀리서만 찾았는데,
몇 달 전 묘령의 여인(?)의 제보로 집 바로 앞에 맛있는 칼국수집이 있다는 정보 입수
그 후로 가보자 가보자 말만 하다가
배가 몹시 고프던 토요일 저녁에
'이때다'
하고 찾아갑니다.
위치는 한일 병원 바로 건너편
다른 메뉴 없이 오직 '손칼국수'
사람 수만 말해주면 수에 맞게 한그릇씩 나오는 칼국수입니다.
혹자는 만두와 동석을 원하지만
원래 맛있는 집은 단일메뉴가 많으니까요,
그만큼 맛있겠지 하고 즐겁게 맞이합니다.
반찬은 김치와 기다려온 열망 두가지.
취향에 따라 먹을 수 있는 양념, 간장, 고추가 있습니다.
어렸을 적 중국집에서 콩국수를 담아주던 큰 국수그릇에 나오는 칼국수는 겉보기엔 평범해보입니다.
확실히 손으로 뽑지 않고는 나올수 없는 면발과 대충 썬듯한 호박, 그리고 사정없이 얹은 김.
보기에는 평범해도 그렇게 맛있다니 한 번 덤벼들어 봅니다.
맛은 요즈음의 체인화 된 칼국수집에서 느낄 수 없는 순수하고 담백한 맛이랄까요,
시골 가면 할머니께서 직접 반죽하시고, 손수 밭에서 호박을 따오셔서 만들어 주신 그런 맛입니다.
심심한 음식을 좋아하는 저한테는 세지 않은 간에 마실수록 감칠맛나는 국물이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참,
직접 뽑은 면은 참 뭔가 다르네요.
젓가락을 몇 번 들추면 바닥에 숨어있던 수많은 바지락들이 떠오릅니다.
두그릇 먹으면 저렇게 한가득 껍질이 쌓일 정도로.
배가 고팠던 탓도 있지만,
한그릇을 다 마시는(?) 데에 10분이 채 안 걸린 듯한 기분입니다.
요즘처럼 자극적인 바깥음식들 속에서
맛은 물론이고 속도 편하게 해 주는 이런 음식을 계속 찾게 되는 건,
제가 늙어서 그런 건 아니겠지요? -_-;;
이번 주말에 비가 오고,
낙엽을 다 떨어뜨려버리고,
영하로 기온이 떨어진다네요.
근처 사시는 분들은
잠깐 들르셔서
옛날의 그 손맛을 한 번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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