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텅 빈 통장 잔고보다 고갈되어 가는 호기심이 중요하다고 외쳤던 제가 당분간은 잔고를 조금 채워 보기로 결정하면서, 회사원 생활에 적응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의 직장 생활이다보니 입사를 앞두고 이것저것 자리에 놓을 것들을 챙겼는데, 가장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것이 '마우스패드'였습니다.
솔직히 회사에서 사용할 것, 그것도 마우스패드를 자비로 몇 만원씩 주고 구매하는 것이 망설여졌고, 마우스 패드에 무선 충전 기능이 추가된 것이 얼마나 큰 편의성을 제게 줄 지도 의문이었고요. 집에서는 대부분 무선 충전을 사용하지만 회사에서는 휴대폰 볼 일이 많이 없으니 충전이 필요할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만', 스마트폰에 신경 쓸 여유가 없으니 오히려 무선 충전이 요원해지더군요.
그래서 눈여겨 보던 무선 충전 마우스패드를 구매했습니다. 그나마 저렴한 가격, 깔끔한 디자인이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브랜드는 파우트, 모델은 Hands3와 Hands3 PRO 둘이 있습니다. 둘의 차이는 전체 크기, 그리고 연필을 놓을 수 있는 홈의 유무입니다. 저는 '이왕이면' 병이 도져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며 프로 모델을 구매했습니다. 색상은 네 가지가 있는데, 스페이스 그레이 맥북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레이 색상을 선택했어요. 인조가죽 소재기 때문에 브라운 계열도 좋아 보였습니다.
마우스 패드다 보니 별다른 구성품이 필요 없죠. 패키지를 열고 생각보다 마우스 패드 크기가 커서 놀랐습니다.
아래는 무선 충전을 위한 USB 케이블과 매뉴얼, 그리고 PRO 모델만의 특전(?)인 연필이 있습니다. -아니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연필은 사실 활용도는 0에 가깝습니다만, 제품과 함께 배치하면 왠지 세련되고 스마트한 회사원이 된 것 같은 뿌듯함을 느끼게 해 줍니다(?!) 감성의 영역이니 사실 제가 별로 할 말은 없습니다.
홈에 연필을 올려 놓으니 어때요, 그래도 뭔가 있어 보이죠?
연필 홈을 기준으로 오른쪽이 무선 충전 코일이 있는 부분입니다. 중앙 십자가 표시에 맞춰 휴대폰을 올려 놓으면 충전이 시작됩니다. 아쉽게도 내장된 코일이 하나뿐이라 위치에 제법 민감합니다. 아무렇게나 올려 놓으면 충전이 되지 않아요. 하지만 중심만 잘 맞추면 그럭저럭 인식률은 괜찮습니다.
마우스 패드의 크기를 비교하기 위해 아이패드 미니 5를 올려 놓아봤습니다. 무선 충전 패드 부분을 제외해도 일반적인 마우스 패드에 비해 공간이 제법 넉넉합니다. 회의용도로 아이패드와 애플 펜슬을 사용하는 터라 쓸데 없어 보이는 연필 홈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래서 고민될 땐 일단 비싼 걸 사라는 건가 봐요.
아, 인조 가죽 소재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죠. 일반적인 PU 재질로 특별히 고급스럽다거나 하진 않습니다만, 마우스패드로서는 딱히 흠 잡을 필요도 없는 품질이고, 천연 가죽이 손때와 수분 등에 의해 변질이 쉽게 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마우스 패드로서는 인조 가죽 소재의 장점 역시 많다고 생각합니다. 주로 매직 마우스와 일반 마우스를 사용하는데, 표면은 매끄러운 편이라 마우스 사용에 특별히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기대도 걱정도 할 필요 없는, 그야말로 무난한 인조가죽 소재입니다.
아래는 마찰력 있는 소재를 덧대 책상 표면에 안정적으로 고정될 수 있도록 합니다. 사실 전면 인조가죽 소재보다 이쪽이 조금 더 마음에 들었어요.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무선 충전 등 부가 기능을 갖춘 것을 감안하면 제품이 얇은 편이라 일반적인 마우스패드에 비해 불편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런 제품을 선택할 때 중점을 두고 보는 것이 '기본적인 제품의 용도에 얼마나 충실한지' 여부인데, 이 제품은 적어도 무선 충전 기능이 마우스 패드로서의 역할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는 않습니다. 이 제품의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고요.
다만 시대착오적(?)인 5핀 microUSB 인터페이스는 아쉽습니다. 이제 USB Type C로 상당 부분 통합이 진행됐잖아요. 기본 구성품에 microUSB 케이블이 있다지만 무선 충전 기능을 탑재한 마우스 패드를 살 정도 되는 구매층을 고려하면 Type C를 채용하는 게 자연스러웠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최신 안드로이드폰은 대부분 USB Type C 포트로 연결하니까요.
물론 아이폰 사용자들에게는 이러나 저러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아이폰 X은 7.5W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모델인데, 마우스 패드에 올려보니 충전은 잘 됩니다. 고속인지 일반인지 알 수 없지만 충전은 잘 되고, 회사에서도 이제 배터리 충전 상태 100%를 유지할 수 있게 됐으니 불만 없고요.
구매 전 궁금했던 것이 두 가지 있었는데, 하나는 무선 충전이 될 때마다 짧지만 거슬리는 비프음이 난다는 것, 그리고 케이스를 장착한 상태에서 충전이 잘 되는지 여부였어요. 충전 연결 비프음이 있다는 후기들을 봤는데, 최근에는 이것을 수정했는지 조용하게 잘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꽤 두꺼운 애플 가죽 케이스를 장착한 상태에서도 충전이 잘 되고요.
사기 전엔 돈 아깝지 않을까 많이 고민했는데, 이제는 이거 하나만으로도 회사 생활에 신경 쓰이는 것 하나가 줄어든 느낌이라 만족합니다. 주변 반응도 좋아서 다음에 동료에게 선물할 일이 있으면 이걸로 하려고요. 마우스 패드로 보면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마우스 패드+무선 충전기 살 돈으로 스마트해 보이는 마우스패드를 살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