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박 8일간 동경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서울을 떠나기도 했고, 새로운 일을 앞두고 생각을 다녀올 겸 떠난 여행이라 가볍게 다녀오려 했지만 하나씩 짐을 챙기다보니 역시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결국 제가 가진 가장 크고 좋은 카메라와 4개의 렌즈, 튼튼한 삼각대까지 짊어지고 동경 여기저기를 열심히 다녔습니다.
하루 3만보에 가까운 걸음에 발이 아프기도 했지만 그만큼 많이 보고 담아올 수 있어 좋았습니다. 동경을 잘 아는 친구 이야기로는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동경의 주요 스팟들을 잘 둘러보고 왔다더군요. 달콤한 잠을 자고 일어나 사진들을 넘겨 보니 고생한 보람이 있네요. 오랜만에 열심히 찍고 왔습니다.
여행 때면 늘 두 대 이상의 카메라를 챙기곤 했습니다. 욕심 때문이기도 하고 여행 중 카메라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길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선 올림푸스 E-M1X 한 대만 챙겨 떠났는데요, 다른 카메라를 추가로 챙길까 고민도 했지만 이미 렌즈 수가 많고, 카메라를 두 대씩 들고 다니다간 정말 여행 아닌 출사가 될 것 같았습니다. 고장의 걱정은 없었던 것이, E-M1X는 올림푸스 카메라의 최상위 제품으로 제품 내구성에서는 그동안 두터운 신뢰가 쌓여 있었거든요.
렌즈는 하나씩 욕심을 내다 결국 4개를 챙겼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여행용 베스트 조합 12-100mm F4 IS PRO 고배율 줌렌즈, 7-14mm F2.8 PRO 초광각 렌즈, 17mm F1.2 PRO 단렌즈에 25mm F1.2 PRO 렌즈를 추가했습니다. 다른 시스템이었다면 대구경 줌렌즈 2개와 단렌즈 2개를 휴대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겠지만, 올림푸스 마이크로포서드 시스템의 렌즈들은 상대적으로 작고 가벼워서 작은 백팩 또는 크로스백에 충분히 휴대가 가능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여행 기간 사용한 PRO 렌즈 4종에 대한 감상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인상적이었던 촬영 예제와 그 때의 소감을 간단히 적어 보겠습니다.
1. M.ZUIKO DIGITAL ED 12-100mm F4.0 IS PRO
여행에서 단 하나의 렌즈를 써야 한다면 두 가지 선택권이 있습니다. 광각부터 망원까지를 모두 커버하는 고배율 줌렌즈를 챙기는 것, 또는 가장 선호하는 초점거리의 단렌즈 하나만으로 나만의 프레임을 즐기는 것. 전자는 다양함에 장점이 있지만 단렌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미지 품질이 떨어지고 광량이 부족한 야간/실내 촬영에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후자는 뛰어난 화질과 밝기로 최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지만 갖지 못한 시선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죠.
그런면에서 올림푸스 12-100mm F4 IS PRO 렌즈는 여행용 올인원 렌즈로 아주 좋은 선택입니다. 광학 8.3배의 고배율 줌을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PRO 렌즈답게 결과물이 뛰어나고, 손떨림 보정 장치로 실내/야간 촬영에도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거든요. 게다가 E-M1X의 동영상 촬영에 가장 뛰어난 성능을 자랑합니다. 이번 여행에서도 고민 없이 12-100mm F4 IS PRO 렌즈를 메인으로 선택한 이유죠.
저는 대부분 35mm 환산 35mm 내외의 단렌즈 하나만으로 여행을 했습니다. 풀 프레임 카메라를 사용할 때는 35mm F2 렌즈가 주력이었고, 올림푸스 카메라를 사용하면서는 17mm F1.2 PRO 또는 17mm F1.8 렌즈가 메인이었고요. 이번 여행에 12-100mm F4 IS PRO 렌즈를 사용해 보니 크기와 무게는 확실히 부담이 되지만 줌렌즈의 편의성은 역시 대단했습니다. 특히 망원 초점거리를 이용해 전에 시도하지 못한 구도로 촬영한 이미지들이 마음에 듭니다.
35mm 환산 24mm의 광각 역시 큰 아쉬움 없이 여행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물론 저는 그보다 더 극적인 연출을 위해 7-14mm F2.8 PRO 렌즈를 챙겼지만, 오다이바 야경이나 시부야 스크램블 등 정적인 풍경, 그리고 대형 건축물과 구조물을 제외하곤 12-100mm 렌즈로 대부분 대응이 가능했습니다.
줌렌즈의 편의성을 경험했으니 앞으로는 단렌즈 하나만으로 여행하는 것이 망설여질 것 같습니다. 그동안 줌렌즈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어두운 조리개 값이었는데 12-100mm F4 IS PRO 렌즈는 F4로 비교적 조리개 값도 밝고 손떨림 보정 장치 덕분에 야간에도 ISO 400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동영상 촬영의 만족도가 높았는데, E-M1X와 12-100mm F4 IS PRO 렌즈로 촬영한 동경 V-LOG도 추가로 포스팅 하겠습니다.
2. M.ZUIKO DIGITAL ED 7-14mm f2.8 PRO
왜곡을 좋아하지 않아서 초광각 렌즈를 선호하지 않습니다만, 여행에선 한 번씩 아쉬운 순간이 있기 마련이라 7-14mm F2.8 PRO 렌즈를 챙겼습니다. 그리고 많지 않지만 꼭 필요한 순간에 초광각 렌즈의 위력을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가장 유용했던 것은 역시나 12mm 광각으로는 다 담기 힘든 커다란 건축물 또는 구조물을 담을 때였습니다.
동경에 도착하자마자 달려간 오다이바의 유니콘 건담을 촬영할 때 7-14mm F2.8 PRO 렌즈가 없었다면 많이 답답했을 것 같아요. 특히 동영상을 촬영할 때 사진에 비해 촬영 영역이 좁아지기 때문에 초광각 렌즈가 유리했습니다.
더불어 오다이바의 해안 풍경을 찍을 때도 광활한 7mm가 좋았고요. 눈보다 넓은 시야로 여행지의 풍경을 넉넉하게 담아주는 것이 여행의 감동을 간직하기에 무척 좋습니다. 특히 삼각대와 함께 장노출 촬영을 할 때가 많았는데, 줌렌즈지만 빛 갈라짐 표현이 예뻐서 굳이 단렌즈를 꺼낼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여행 중 7-14mm F2.8 PRO가 가장 고마웠던 순간으로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촬영을 꼽을 수 있습니다. 동시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교차로를 지나는 모습이 장관인데, 근처 건물에 있는 전망대에서 이를 내려다보며 찍을 때 이 렌즈가 극적인 연출을 더해줬습니다. 몇몇 사진만으로도 그 가치가 충분해서, 앞으로도 여행 때 12-100mm, 7-14mm 렌즈 둘은 꼭 챙길 것 같아요.
3. M.ZUIKO DIGITAL ED 25mm f1.2 PRO
사실 25mm F1.2 PRO 렌즈는 마지막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여행용으로는 프레임이 좁아서 필요 없을 것 같다가도, 가져가면 분명 그만의 용도가 있을 거란 생각에요. 그래서 17mm F1.2 PRO 렌즈가 있음에도 일단 챙겨 봤는데, 표준 초점거리의 밝은 단렌즈는 동경의 먹거리를 찍기에 최고의 렌즈였습니다. 일주일간 즐긴 식도락을 담아준 건 대부분 25mm F1.2 PRO 렌즈입니다.
한국에도 소문난 맛집부터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다는 숨은 식당까지 다양한 음식들을 즐겼는데 25mm가 좋았던 것은 광각인 17mm F1.2 PRO에 비해 왜곡이 없고 적절한 촬영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 카메라의 그림자가 사진에 남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리개 값이 밝아 음식들을 깔끔하게 담을 수 있는 것도 좋았고요.
음식뿐 아니라 쇼핑 아이템을 담을 때도 25mm가 가장 좋았습니다. 관광지를 제외한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들을 담을 때 큰 힘을 발휘하다보니 25mm 렌즈도 여행 때 하나 챙기면 요긴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4. M.ZUIKO DIGITAL ED 17mm f1.2 PRO
17mm 렌즈야 제가 워낙 좋아하는 렌즈니 고민 없이 챙겼습니다. 12-100mm F4 IS PRO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할 때 F1.2의 밝은 조리개 값이 빛을 발할 테고, 하루쯤 가볍게 여행하고 싶을 때 전천후 렌즈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생각보다 12-100mm F4 IS PRO 렌즈의 성능이 좋아서 17mm F1.2 PRO 렌즈를 사용할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잠깐씩 사용하며 역시 저와 가장 잘 맞는 렌즈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17mm 렌즈로는 풍경부터 정물까지 대부분의 장면을 담을 수 있습니다. 물론 풍경도 조금 아쉽고, 망원도 조금 아쉽긴 합니다만,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역시나 17mm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17mm F1.2 PRO 렌즈는 조리개 값이 F1.2로 밝아서 어두운 실내 촬영에 특히 유리합니다. 키치죠지에 있는 40년 역사의 카레집에서 어두운 실내 조명 아래 촬영한 사진들이 만족도가 높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거리 스냅 사진 촬영에선 17mm F1.2 PRO 렌즈가 가장 뛰어납니다. 그래서 촬영한 이미지 수는 많지 않지만, 베스트 컷으로 꼽는 사진의 수는 가장 많습니다.
동경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으로 신주쿠의 골덴 가이를 꼽는데, 어둡고 좁은 골목길에 빼곡하게 늘어선 작은 술집들 풍경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간판과 술집 실내 조명이 제가 동경하던 동경의 색들이었고요. 그래서 짧은 골목들을 몇 바퀴씩 돌며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이 때 17mm F1.2 렌즈의 프레임과 밝은 조리개 값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이 시간만으로도 17mm F1.2 PRO 렌즈는 제 몫을 했지요.
처음으로 렌즈 욕심을 내 봤는데, 결과는 만족스럽습니다. 그만큼 열심히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장면에 어울리는 프레임을 골라 아쉬움 없이 담을 수 있었고, 밝은 조리개 값과 손떨림 보정 장치 등을 환경에 맞게 사용해 최적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몸이 고되긴 했지만 마음 먹고 떠난 여행 겸 출사에서 여러 렌즈들의 개성과 장단점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E-M1X와 네 가지 렌즈 이야기는 앞으로 더 많은 사진과 영상을 통해 포스팅하겠습니다.
궁금하신 것이 있으면 댓글 남겨 주세요.
[ 올림푸스 E-M1X & PRO 렌즈로 촬영한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