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왔다는 빌즈(bills).
분위기가 좋고, 오리지널 카르보나라나 슈니첼 맛이 괜찮다고 추천을 많이 받은 곳입니다.
몇 년 전 데이트를 한 적도 있죠. 제 기준에선 가격대가 높아 그 후로 가는 일은 없었습니다만,
이번에 대접할 일이 생겨 방문했습니다. 광화문 디타워점이고 목표는 오직 리코타 치즈 팬케이크. 여성분들이 그렇게 맛있다고 노래를 하셔서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었습니다.
이 날만 그랬는지 몰라도 팬케이크는 주문 후 약 20분이 걸린다고 하더군요. 가격은 19800원. 어렸을 적 엄마가 구워주던 팬케이크를 떠올리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가격이지만 워낙에 맛있다고 하니 뭐.
사진에서 느껴지듯 분위기는 참 좋습니다. 적당히 소란스럽고 점잖은 것이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식사 하기도 나쁘지 않고요.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려서, 테이블 주변 사진만 연신 찍었습니다.
그 유명한 빌즈의 리코타 치즈 팬케이크. 케이크와 바나나, 버터까지 노랑노랑노랑합니다. 제법 도톰한 팬케이크가 세 개, 두 개처럼 보이지만 실은 세로로 자른 바나나 한 개, 크래커인 줄 알았던 버터 덩어리가 두개. 그리고 시럽이 있습니다. 가격을 생각하면 다소 단촐한 구성입니다. 폭신한 팬케이크를 생각하면 양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고요.
방문 전에는 사진만 보고 수플레 팬케이크같은, 한없이 보드랍고 폭신한 식감을 기대했는데 실제 식감은 흔한 팬케이크에 가깝습니다. 겉면은 약간 바삭한 느낌. 속은 촉촉하기보단 팍팍한 느낌. 입맛에 따라 다르겠지만 케이크 굽는 테크닉이 뛰어나다고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여기서부터 예감이 그리 좋지 않았죠.
구성이 단촐하니 먹는 방법도 다양하지 못합니다. 케이크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역시 적당히 떼어낸 버터 조각을 얹고, 바나나도 적당하게 잘라 얹어서 한입에 왕. 흔한 풀떼기나 접시에 소량 묻힌(?) 초콜릿도 없으니 다른 방법이 없죠. 셋의 조합은 꽤 좋습니다만 단조로운 조합이 반복되다보니 곧 질립니다.
게다가 이 느끼함은 대체..
30대 아저씨치고는 느끼한 것을 꽤 잘 먹고 즐기기까지 하는데도, 이건 하나 이상 먹기가 쉽지 않더군요.
속으로 '이거 맛있다고 했던 게 누구지..'라는 생각을 하며 먹었습니다.
아쉽지만 빌즈는 이제 갈 일이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담에는 수플레 팬케이크를 찾아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