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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대한민국

서울 창덕궁에 내려 앉은 가을 풍경 (올림푸스 PEN-F & 7-14mm F2.8 PRO)


매년 짧다고 하지만 제게는 이번 가을은 여느 해보다 긴 느낌입니다. 원고가 끝난 후의 여유 덕분인지, 매일 가을이 지나가는 것을 아쉬워 하며 남은 날 수를 손가락 접어 세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른 때보다 이곳저곳을 돌아 다니며 만끽하고 있습니다. 제주에 다녀왔고, 서울과 인근을 나들이하며 눈부신 풍경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창덕궁에 다녀왔습니다. 종로에 볼 일이 있어 남은 시간에 들린 것인데, 최근 방문을 2014년쯤으로 기억하니 대략 4년 만입니다. 그 때도 이런 가을이라 쉽게 생각이 났습니다. 오랜만에 찾았지만 그 모습 그대로라 익숙한 입구. 그리고 눈부신 하늘. 오길 잘했다 싶습니다.



가을마다 '이 계절이 있어 서울에 사는 거지.'라는 혼잣말을 몇 번이나 하게 되던지요. 이 날도 어김없이 창덕궁 입구에 한가득 쌓인 가을의 빛과 색들을 보며 가을의 아름다움에 새삼 감탄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담고 싶어서 광각 렌즈를 마운트 한 카메라를 꺼내 담았습니다. 있는 힘껏 프레임을 넓혀서.



요즘은 매일 올림푸스 7-14mm F2.8 PRO 렌즈를 가지고 다니고 있습니다. PRO 렌즈 시리즈라 다른 렌즈보다 크기와 무게가 다소 크긴 하지만 요즘처럼 풍경에 감탄하게 될 때는 조금이라도 더 넓게 담을 수 있는 광각 렌즈만한 것이 없습니다. 혹시나 해서 익숙한 17mm F1.8 단렌즈를 함께 챙기긴 하지만 결국 가방에서 꺼내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현재까지의 경험으로는 7-14mm F2.8 렌즈로도 17mm F1.8의 영역을 일부나마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눈 앞엔 가을이 한창이고, 오랜만에 찾은 고궁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손에는 카메라가 있습니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순간입니다.




7-14mm F2.8 PRO 렌즈와 같은 광각 렌즈의 가장 큰 장점은 한 눈에 담을 수 없는 건축물을 깔끔하게 모두 담아주는 것입니다. 위 이미지가 대표적인 예인데, 눈과 휴대폰 카메라로는 모두 담을 수 없는 프레임을 이 렌즈의 7mm 초점 거리로 넉넉하게 담을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며 찍은 것을 보면 꽤나 문과 가까운 거리인데도 원하는 것 이상을 담아주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물론 이 때 생기는 왜곡은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겠지요.


- 7mm / 14mm 프레임 비교 -


동일한 위치에서 촬영한 7mm, 14mm 결과물을 보면 이 렌즈의 표현의 폭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눈보다 훨씬 7mm 프레임은 특유의 왜곡 때문에 원근감과 건축물의 광활함이 잘 느껴지고, 광학 2배에 해당하는 14mm는 표준 렌즈에 가까워 편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14mm 프레임이 17mm F1.8의 영역을 일부 담당할 수 있기 때문에 기대 이상으로 7-14mm F2.8 PRO 렌즈를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왜곡 때문에 초광각 렌즈를 좋아하지 않거든요. 이 렌즈는 14mm 위주로 촬영하며 풍경 사진에서 7mm를 덤으로 얻는 기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창덕궁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입니다. 나무가 너무 근사하게 서 있습니다. 저 앞에 서면 누구나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죠. 특히 하늘색이 파란 가을에 최고로 멋집니다.



가을 소식은 곳곳에 빠짐없이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구석에도요. 화장실로 들어서는 입구쪽엔 보랏빛 꽃이 햇살을 받으며 마치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두 손에 카메라를 쥐고 자연스레 이끌려 다가갔습니다. 꽃마다 벌이 달려들었지만 반쯤 홀린 듯 카메라를 들이대 빛을 담았습니다. 이 렌즈는 최단 촬영 거리 역시 짧은 편이라 초광각 렌즈답지 않은 근접 연출이 가능합니다. 위 이미지는 14mm F2.8로 촬영한 것인데 17mm F1.8, 25mm F1.8 렌즈 못지 않은 피사체 부각 효과가 있죠?


그러던 중 문득 이 렌즈의 심도 표현 능력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간단히 7/14mm 초점거리에서의 조리개 별 심도 표현을 테스트 해 보았습니다.


[7mm 초점거리]

- F2.8 / F4.0 -


- F5.6 / F8.0 -


광각은 아무래도 심도 표현에 불리합니다. 7mm 촬영 결과물을 보면 F2.8 최대 개방에서 약간의 심도 표현이 더해지긴 했지만 F4부터는 배경 흐림을 거의 느낄 수 없거나 미미합니다. 초광각+단렌즈보다 높은 조리개 값+상대적으로 작은 이미지 센서의 세 가지 불리한 요소들이 더해지며 마이크로포서드의 초광각에서는 얕은 심도를 기대하기 어렵겠다는 것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14mm 초점거리]

- F2.8 / F4.0 -

- F5.6 / F8.0 -

- F11 / F16 -


반면 14mm 촬영에서는 우려(혹은 걱정)보다는 심도 연출이 괜찮습니다. 피사체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배경과의 분리도가 커진 덕분입니다. 동일한 조리개 값, 이미지 센서에서도 초점 거리에 따라 제법 큰 차이가 납니다. 표준, 망원 렌즈로 가면 이 효과가 더욱 커지겠죠.


저는 이 렌즈의 14mm 프레임을 좋아합니다. 마침 올림푸스에는 14mm, 환산 28mm에 해당하는 단렌즈가 없어서 35mm 못지 않게 28mm 프레임을 좋아하는 제게는 12mm F2.0 렌즈로 다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는데 그것을 7-14mm F2.8 PRO 렌즈가 일정 부분 해소해 주고 있습니다.



오직 주 피사체만을 부각 시키는 망원 렌즈의 근접 촬영과 달리 광각 렌즈의 근접 촬영은 주인공과 배경의 조화를 함께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28mm의 근접 촬영을 좋아하는데, 7-14mm F2.8 PRO 렌즈의 성능이 그런 기대에 꼭 맞습니다. 이 날 창덕궁의 가을 풍경도 하나의 렌즈로 찍었지만 여러 렌즈를 사용한 것처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입니다. 가을이 끝나기 전까지 이 렌즈와 더 친밀하게 지내야겠습니다. 더 멋진 가을 풍경들과 마주하기를 기대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창덕궁의 가을은 그 시절 제게 간절했던 여유와 다시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가을을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돌아보면 큰 여행을 떠나기 전 갈피를 잡지 못하던 시절이 요즘과 비슷한 느낌인데, 다시 좋은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 기대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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