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혼자 훌쩍 강릉행 고속 버스를 탄 이유는 '커피'였습니다. 예전 기억 속에 있는 안목 해변의 카페 거리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오자. 왕복 차비에 저녁 식사까지 해서 결론적으로 한 잔에 3만원이 넘는 커피를 마시는 사치를 부리고 왔지만 후회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앞으로 이런 짓을 좀 더 자주, 다양한 방향으로 해 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죠.
강릉 시내 버스의 종점에 있는 안목 해변은 아직 비교적 조용하고 한적하지만 이제 카페 거리로 제법 유명해져서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엔 백사장 근처에 오래돼 보이는 카페 몇 곳과 이제 막 들어선 프랜차이즈 카페가 전부였는데 이제는 한 눈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카페가 해변을 따라 늘어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편하게 커피 한 잔 할 계획을 잊고 어느새 어느 카페가 좋을지 고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기준은 커피 맛보다는 카페가 잘 보이는 '뷰'였습니다. 그래서 해변과 가장 가까이 위치한 곳을 선택했습니다.
이름은 엘빈(L.Bean)으로 외관을 보니 최근에 들어선 곳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미사리에 있는 옛날식 카페 느낌도 나고요. 확실히 요즘 SNS에 올라오는 모던한 인테리어는 아니었죠. 그래도 창가 좌석에 앉으면 바다가 잘 보일 것 같아 들어섰습니다. 총 3층 규모고 옥상이 있지만 루프톱 카페와 같은 근사한 꾸밈은 아니고 잠시 쉬면서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평일 오후라 창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공간은 제법 넓은 편인데 테이블 간격이 좁아서 주말에 사람이 몰리면 꽤나 복잡하겠습니다. 그래도 제가 원하는 오션뷰는 확실히 충족시켜주는 것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커다란 창 밖으로 조금 전까지 제가 앉아있던 해변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2층에는 좁은 공간이지만 야외 테이블도 있어 여름에 인기를 끌 것 같습니다.
유행이 좀 지난 실내 인테리어는 괜스레 편안한 느낌을 줍니다. 이렇게 보니 테이블과 의자가 정말 빼곡히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커피 맛을 잘 모르는 저는 따뜻하고 저렴한 오늘의 커피(3600원)과 치즈 수플레 케이크(5500원)을 주문했습니다. 눈요기 값이 포함된 것인지 가격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조금 비싼 편이더군요. 커피맛도 사실 뭐, 따로 커피 마시러 찾을 정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따뜻하고 구수해서 어르신들이 드시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너머의 오션뷰를 보니 커피맛이 뭐 중요해,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근에 안목 카페거리에 들어선 카페들은 옥상 인테리어에 신경을 써 '루프톱 카페'로 SNS에서의 인기를 노리고 있는데 이곳은 그런 것 없습니다. 자리를 잡고 오래 머물기보다는 옥상에 있는 마룻바닥에서 시원한 바깥 풍경을 보는 것이 전부입니다. 사실 밖에서 건물을 봤을 때 옥상이 있어서 기대했는데, 그래서 커피와 케이크를 들고 가장 먼저 옥상으로 올라갔는데 조금 아쉽더군요.
그래도 '바다를 보면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목적에는 충분히 부합하는 곳이었습니다. 다음에는 다른 카페를 찾아서 비교를 해 봐야겠습니다. 카페 거리라는 이름에 걸맞은 맛있는 커피가 있는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