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대뜸 ‘점심에 용산에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이유를 물으려다 생각해보니 얼마 전 용산의 한 식당에 가보자는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무척이나 좋아하는 일본드라마 '고독한 미식가'가 최근 한국 에피소드를 촬영하고 간 것은 이미 많은 분들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더불어 그 배경이 된 식당에 대한 관심도 무척 뜨거웠고요. 방송은 6월 초로 예정돼있는데 이미 에피소드의 배경이 된 식당은 줄서서 대기표를 받아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합니다. 후에 들으니 굳이 이번 촬영이 아니었더라도 원래 유명한 곳이었다고 하네요.
후쿠오카에서도 고독한 미식가 촬영지를 찾아간 적이 있던 터라 서울 촬영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상호는 종점숯불갈비, 위치는 용산구 보광동입니다. 근처 이태원은 종종 간 적이 있어도 보광동은 이번에 처음 가보았는데 사람냄새 나는 조용한 동네였습니다. 식당은 그 복잡한 동네에서도 안쪽에 있고요. 간판도 꽤 오래된 듯 허름합니다. 매장 내부도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식당입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이 일본의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이국적이고 정겹게 느껴지겠죠.
친구와 저는 갈비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그는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 탄수화물과 탄산음료를 자제하고 있다는 말을 한 뒤 공기밥과 맥주를 추가했습니다. 30대 중반이 되니 자제력이 예전같지 않은 것 같습니다.
돼지 갈비 1인분의 가격은 12,000원.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적당한 가격입니다. 구릿빛 양념 잘 밴 널찍한 고기를 가져다 주신 이모는 위트와 에너지 넘치는 멘트로 저를 제압하시며 지금부터 나오는 반찬 가짓수를 세 보라고 하셨습니다. 고기도 생각보다 푸짐했고, 밑반찬도 다양하게 나와서 좋았습니다. 아, 양념게장이 반가웠습니다.
고기는 양념이 잘 배있었고 식감이 부드러웠습니다. 밑반찬에서도 주방장 솜씨가 잘 느껴졌고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갈비라 오히려 드라마에서 서울 풍경과 함께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가 되더군요. 양도 제법 푸짐해서 마지막 한 점까지 먹으니 제법 든든했습니다.
돼지 갈비 못지 않게 매운 갈비찜이 유명하다던데 배가 불러서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우선 고독한 미식가 에피소드를 보고나서, 그 후에 한번 더 찾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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