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유명한 한 문장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은 영화 킹스맨의 속편 '킹스맨 - 골든 서클'이 9월 27일 오늘 개봉했습니다. 전작을 워낙에 좋아했기도 했고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커서 개봉날 1회차로 관람하고 왔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번 킹스맨 골든 서클은 해리의 복귀로 시작해 전편의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티저 광고가 주효한 것 같습니다. 총을 맞고 사망한 해리가 어떻게 돌아왔는지, 그리고 갤러해드 요원이 된 에그시의 새로운 미션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잘 이끌어냈으니까요.
일찌감치 티켓을 예매하면서 전편도 청소년 관람불가였나 보았더니 그렇더군요. 연령 제한을 확인한 지 이제는 너무 오래 됐습니다. 전편도 그렇지만 이번에도 선혈이 낭자하고 '윽' 하고 오금이 저릴만한 장면이 몇 개 있습니다. 사실 피만 없다면 그리 거부감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잔혹 액션을 무덤덤하게 묘사하는 것이 이 시리즈의 특징이기도 하죠. 영화 킬빌이 그랬듯.
개봉일 첫 회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아서 비교적 쾌적하게 관람했지만, 제가 관람한 메가박스의 경우 사운드 설정이 잘못됐는지 초반 액션신에서 불륨이 너무 커서 찢어지고 터지는 소리 때문에 집중이 잘 되지 않더군요. 사운드가 아쉬웠습니다.
당연히 전편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와 이어지는 이 영화의 스토리는 전편을 감명깊게 본 사람일수록 더 재미있겠습니다. 전편에 등장했던 인물과 주요 배경, 스토리가 제법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전편을 한 번 더 복습하고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전편을 보지 않는 분들도 특유의 액션과 유머 덕분에 지루하지는 않겠습니다만, 남들 웃을 때 같이 웃으려면 전편은 꼭 봐야 합니다. 그래서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은 자제하겠습니다. 해리의 재등장, 뜻밖의 사고 등 이 영화는 스포일러 키워드 하나만으로도 김이 팍팍 빠질 수 있겠더군요.
런던에서 켄터키로,
영화가 시작되는 배경은 역시나 킹스맨 양복점이 있는 런던이지만 그것은 전편과 이어지는 접속사 혹은 기존 팬들을 위한 적응 기간일뿐 배경은 곧 미국 켄터키로 바뀝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 등장하는 거리와 수트, 올드카 등 스타일에 반한 팬 입장에서는 못내 아쉽긴 하지만 완전히 다른 배경에서 속편이 진행되는 것이 다음 작품을 더 기대하게 합니다. 3편도 이미 제작이 확정 됐다고 들었는데, 그 때는 다시 배경이 런던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도시가 될지 상상하는 즐거움이랄까요?
이 영화에서 단연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끝내주는 수트핏의 해리, 콜린 퍼스였습니다만, 실은 에그시(태런 에저튼)입니다. 1편에서 해리가 사고를 당한 후 멀린 요원과 함께 임무를 이어가는데, 이 영화 역시 그 연장선 상에 있습니다. 그 후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영화 초반부에 그의 생활에 흥미로운 변화가 생겼더군요. 전편을 본 분이라면 눈이 살짝 커지며 반가워할 일입니다.
1편의 발렌타인을 대신할 2편의 악당은 골든 서클이라는 조직입니다. 그 보스는 일찌감치 킹스맨을 정조준하고, 결국 두 팀의 싸움으로 번지는 것이 이 영화의 큰 맥락입니다. 상냥한 표정의 줄리안 무어는 최근 악역의 단골 소재인 사이코 패스 성향을 가진 악당인데 아쉬운 것은 발렌타인에 비해 그 무게감이 다소 약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커다란 범죄를 일으킨 점에서는 같습니다만. 최종 보스까지는 아니고 중간 보스 정도의 가벼움이랄까요.
런던의 킹스맨, 켄터키의 스테이츠맨
이미 예고편을 통해 밝혀진 것처럼 킹스맨 - 골든 서클의 배경은 미국입니다. 골든 서클의 공격을 받아 폐허가 된 킹스맨 본거지를 떠나 미국 켄터키에 오게 되는데, 이들을 맞는 미국 요원(?) 스테이츠맨이 선을 보입니다. 양복점을 배경으로 격식을 강조했던 킹스맨과 달리 스테이츠맨은 배경인 켄터키에서 느낄 수 있는 미국 남성의 강인함과 호쾌함을 여과없이 표현합니다.
영국과 미국 신사의 서로 다른 매력이 잔잔한 긴장감으로 이 영화를 이끌어 갑니다. 카우보이 복장에 올가미를 무기로 사용하는 남성미 넘치는 스테이츠맨의 스타일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수트 열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군요..?
공동의 적인 골든 서클을 파괴하기 위해 킹스맨과 스테이츠맨이 연합을 하고, 그 과정에서 해리가 화려하게 복귀합니다. 처음 킹스맨 속편 제작 소식이 들렸을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했던 것이 해리, 콜린 퍼스의 출연 여부였는데, 1편에서 너무 노골적으로 사망 장면이 나왔기 때문에 재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깨고 속편에서도 주요 인물로 등장합니다. 전편에서 부족했던 유머까지 보강해서요.
저 역시 해리의 재등장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가 가장 궁금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자연스럽게 풀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정도 스토리면 누구도 해리의 재등장을 속편 성공을 위한 무리수만으로 생각하지 않겠다 싶을 정도로요. 그리고 살아 돌아온 해리의 능력치(?)를 일부 조절함으로서 중심 인물을 에그시로 굳건히 두고 이끌어간 것도 이야기의 전개를 자연스럽게 하고요.
킹스맨과 스테이츠맨의 조합은 눈이 즐겁습니다. 영국 신사와 미국 마초(?)가 함께 싸우는 동안 그들의 말과 작은 행동에서 상반된 캐릭터가 잘 드러나고, 두 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그럴듯합니다. 킹스맨만큼은 아니지만 스테이츠맨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도 꽤나 흥미로울 것 같더군요. 멀린 요원 역할을 하는 진저 에일 요원(할 베리)도 있으니 구색은 이미 갖춰진 것 같고요.
매력 없는 빌런
아쉬운 점은 전작의 악역 발렌타인이 특유의 스타일과 유머로 킹스맨 요원들 못지 않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데 반해 이번 골든 서클의 보스 포피는 등장 장면 수와 킹스맨/스테이츠맨들과의 상호 관계가 부족해 아쉬웠습니다. 캐릭터 자체도 다소 정형화된 느낌이 들었고요. 이 영화는 악에 맞선 요원들의 화려한 액션과 매력적인 무기/장비들에 전보다 조금 더 집중한 느낌입니다. 때문에 영화 시작부터 꽤나 몰입되는 액션이 있고, 1편의 교회 학살(?) 장면을 연상 시키는 액션신도 후반부에 있습니다. 어쨌거나 킹스맨 시리즈의 큰 틀인 눈요깃거리들은 이번에도 부족하지 않게 갖춰 놓았습니다. 그래서 속편을 기다렸던 분들에게는 몇가지 아쉬움에도 무척 즐겁게 느껴집니다. 저 역시 오히려 전편의 요원 훈련 과정을 배제하고 액션이 가득한 속편이 오락 영화로는 더 재미있더군요.
1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가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나라 중 세 번째에 한국이 있다고 하죠. 그래서 속편 개봉에 맞춰 이례적으로 주연 배우들이 내한해 붐업을 유도했는데, 저는 관람 전 좋지 않은 평들을 많이 봐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전편보다 스토리의 탄탄함은 덜한 느낌이지만 사람들이 킹스맨 영화에 기대하는 것들에 집중한 덕에 즐겁게 봤습니다. 무엇보다 해리를 자연스럽게 살려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삼분의 일쯤은 먹고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의 약점이 있긴 하지만, 추석 연휴를 시작으로 많은 분들이 가볍게 볼 오락 영화로, 그리고 콜린 퍼스의 수트핏과 영국식 영어 발음에 열광했던 팬들을 위한 선물로 확실히 인기몰이는 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 영화에서 빈틈없는 스토리나 무거운 인생의 가치들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핀스트라이프 수트에 이은 콜린 퍼스의 새로운 수트 역시 눈이 즐겁습니다.
전편의 팬으로서 저는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