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올림푸스 이야기는 요즘 17mm F1.8 렌즈 대신 PEN-F를 차지하고 있는 매크로 렌즈 M.ZUIKO DIGITAL ED 30mm F3.5 Macro의 적응 과정입니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매크로 렌즈라 본격적인 촬영을 하기 전에 일주일간 방 안에서, 작업 공간과 오며 가는 길에서 몇 장씩 사진을 찍으며 매크로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얼마전부터 매크로 렌즈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아름다운 꽃 접사나 곤충, 물방울 등의 일반적인 매크로 사진이 아닌 일상적인 소품을 새로운 시선으로 담은 사진들이었는데요, 이 렌즈를 사용하는 동안 제 주된 용도 역시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새 렌즈를 받으면 책상 위에 놓인 것들을 찍으며 테스트 해보게 됩니다. 렌즈캡이나 스마트폰, 시계가 단골 소재고 커튼이나 책장, 화분 같은 것들도 이때 주로 촬영하게 되죠. 저도 아직 이 렌즈는 적응 단계라 우선 책상 위에 놓인 것들과 서랍 속에 있던 소품들을 꺼내 테스트 해 보았습니다. 이전에 사용하던 17mm, 12mm, 25mm 등 일반적인 단초점 렌즈와 사뭇 다른 프레이밍과 촬영 방식을 적응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했지만, 늘 지척에 있던 제 물건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방에서 찍은 매크로 사진을 통해 매크로 렌즈의 특징과 매력을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95mm
이 렌즈의 본질은 극단적인 클로즈업에서 이뤄지는 매크로 촬영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근접촬영 능력이 일반적인 매크로 렌즈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얼마 전 즐겁게 사용한 캐논의 APS-C 포맷 매크로 렌즈 EF-S 35mm f/2.8 Macro IS STM 렌즈의 최단 촬영 거리가 13cm, 올림푸스 M.ZUIKO DIGITAL ED 30mm F3.5 Macro 렌즈의 최단 촬영 거리는 9.5cm입니다. 같은 피사체에 약 3.5cm 더 다가가 촬영할 수 있는 셈인데, 이 9.5cm의 숫자는 이미지 센서에서 피사체 거리를 뜻하기 때문에 실제 촬영 거리는 피사체에 렌즈가 곧 닿을만큼 짧습니다.
예를 들면 십원짜리 동전보다 작은 로봇 장식을 아래 사진과 같은 수준까지 가까이 다가가 담을 수 있다는 것이죠.
- 95mm 최단 촬영 -
근접 촬영 거리가 짧을뿐만 아니라 실제 피사체가 화면에 담기는 크기를 나타내는 촬영 배율 역시 1.25배로 높습니다. 매크로 전용 렌즈의 기준이 1:1 등배 촬영인 것을 감안하면 매크로 렌즈로서 충실한 기본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1.25배의 최대 촬영 배율은 35mm 포맷으로 환산하면 약 2.5배라고 하네요. 심도 확보와 주변부 화질 등의 이점으로 매크로 전문 촬영작가 중 다수가 마이크로포서드 포맷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매크로 성능 자체도 좋은 인상을 줍니다.
붓모를 찍은 두 사진은 같은 매크로 전용 렌즈더라도 최단 촬영 성능에 따라 이미지 연출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왼쪽 사진은 피사체의 특징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는 반면, 최단 촬영거리 95mm까지 다가가 찍은 오른쪽 이미지는 원 피사체를 알기 쉽지 않습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같은 피사체를 가지고 좀 더 다양한 영감을 얻을 수 있겠죠. 95mm의 최단 거리는 실제 촬영하며 그 장점이 뚜렷했고, 포맷은 다르지만 최근에 타사의 1:1 등배 매크로 렌즈를 사용해본 터라 근접 촬영 능력의 차이가 확실히 느껴졌습니다.
F3.5
- F3.5 최대 개방 촬영 -
이 렌즈를 일반적인 단초점 렌즈를 평가하는 시선으로 보면 F3.5 조리개 값이 단점으로 느껴질 수 있겠으나, 매크로 촬영을 기준으로 보면 절대 부족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F3.5 최대 개방 촬영의 심도가 너무 얕다는 생각을 실제 촬영에서 많이 하게 됩니다. 차라리 매크로 렌즈로서 이 렌즈의 단점은 F3.5가 아니라 F22까지밖에 조일 수 없는 최소 조리개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좀 더 설득력이 있겠죠.
아직 단렌즈를 쓰던 버릇(?)이 남아서 이번 포스팅의 사진은 대부분 F3.5 최대 개방으로 촬영했습니다. 스탠드 조명뿐인 책상 위에서의 촬영이라 셔터 속도와 낮은 감도를 확보하기 위해서이기도 했고요. 최대 95mm까지 다가가는 매크로 촬영에서 F3.5의 심도는 매우 얕았고, 때문에 미세 초점을 맞추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얕은 심도의 매크로 촬영을 선호하는 분들이라면 이 렌즈의 F3.5를 그리 염려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 다른 초점 영역을 지정한 두 장의 매크로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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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뭐니해도 역시나 매크로 렌즈의 생명은 '클로즈업' 그리고 '디테일'입니다. 포토그래퍼가 그렇게 가까이 다가가는 이유도 눈으로 볼 수 없는 세상을 선명하게 찍어내기 위한 것이니까요. 저는 PEN-F에 M.ZUIKO DIGITAL ED 30mm F3.5 Macro 렌즈를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 테스트 단계지만 이 렌즈는 조작 편의성과 EVF 성능이 좋은 OM-D 시리즈로 사용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PEN-F 역시 E-M1 Mark II에 뒤지지 않는 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가 탑재됐으니 렌즈의 성능을 가늠하는 데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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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손목에 다는 작은 커프스 장식을 찍은 이미지는, 95mm까지 다가가 찍은 원본 이미지에서 이미 눈으로 볼 수 없는 세상을 보았지만, 그 결과물을 확대하니 손가락 표면으로도 구분하기 어려운 실 한올의 짜임과 삐져나온 한 가락까지 매우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다소 흐릿한 느낌이 있긴 한데, 이는 F3.5 최대 개방에서의 화질 저하로 보여서 차후 조리개별 테스트를 통해 가장 해상력이 좋은 구간과 결과물의 차이를 확인해볼 계획입니다. 아직은 올림푸스 마이크로포서드 카메라의 최대 화소가 2000만 화소라 이 렌즈가 최대 어느 정도 묘사가 가능한지 궁금한데요,
아, PEN-F에 있는 5천만 화소 촬영 기능을 사용하면 이 매크로 촬영 효과가 더욱 극대화 될 것 같습니다. 조만간 테스트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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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매틱 시계의 정밀한 가공은 가까이 다가가서 볼수록 더욱 놀랍습니다. 매일같이 손목에 있는 시계지만 다이얼 표면 가공, 파란색 시침의 표면 질감 등을 볼 수 있는 건 사람의 눈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매크로 렌즈를 사용하며 느끼는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제가 기대했던 매크로 촬영만의 재미가 이 렌즈로 하나씩 채워지는 것 같아 재미있습니다. 당분간은 이 렌즈로 주변을 둘러보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담아봐야겠습니다.
아래에 책상 위 그리고 서랍 속에 있는 제 '물건들'을 찍은 매크로 이미지를 덧붙입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담는 '일상의 재발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