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DSLR 카메라는 제 선택지에서 완전히 멀어졌지만 가끔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은 독특하고 매력있는 렌즈들입니다. 역사가 오래되며 전통적인 단렌즈와 줌렌즈는 몇 번씩이나 리뉴얼됐지만 사실 그건 그리 관심이 없는데,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들이 더해진 렌즈들은 매우 흥미롭거든요. 기존 교환 렌즈와 차별화된 이 렌즈가 아니었으면 오랜만에 캐논 DSLR 카메라를 이만큼 즐겁게 사용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특히나 어렵고 제약이 많다고 생각해 그동안 흥미를 갖지 않았던 매크로 렌즈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게 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캐논 EF-S 마운트 매크로 렌즈 EF-S 35mm f/2.8 Macro IS STM에 대한 간단한 사용 소감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짧은 기간 사용한 것이라 깊이는 없습니다만, 저같은 매크로 '문외한' 혹은 관심은 갖고 있지만 선뜻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 예비 매크로 작가들과 함께 나눌 기회 정도로 생각하고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CANON EF-S 35mm f/2.8 Macro IS STM
초점거리 35mm (35mm 환산 약 56 mm)
렌즈 구성 6군 10매
조리개 F2.8 - F32
4스톱 보정 IS
2개의 LED 라이트
최단 촬영거리 0.13 m
촬영 배율 1:1
필터 구경 49mm
크기 69.2 x 55.8 mm
무게 190 g
캐논은 최근 프로 및 하이 아마추어 작가들을 위한 풀프레임 DSLR 카메라와 엔트리 유저를 위한 미러리스 카메라 EOS M 시리즈에 힘을 주며 타깃층을 확실히 공략하고 있습니다. 실상 제품은 그리 혁신적이지도, 제 눈에는 매력적이지도 않지만 타깃층을 공략하는 마케팅 포인트나 결과물의 매끈함은 '장사 잘하네'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탁월합니다. 저도 EOS 80D와 이 렌즈로 촬영을 하며 '까고 싶은데 결과물이 좋긴 좋네.'라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적당히 만든 제품을 혼신의 힘을 다해 파는 기업-
오늘 소개하는 이 렌즈는 그동안 다소 소외됐던 캐논의 APS-C 포맷 DSLR 카메라를 위한 새로운 EF-S 렌즈로 1:1 등배 매크로 촬영이 가능한 매크로 렌즈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그리고 DSLR 용 렌즈 최초로 근접 촬영 보조용 LED 라이트를 렌즈 전면에 배치해 EOS 800D, 200D 등 엔트리 기종을 사용하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어렵지 않게 매크로 렌즈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사용하다보면 이 렌즈의 진짜 장점들은 다른 것들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매크로 렌즈로서는 다소 애매하게 느껴지는 35mm 초점거리, 35mm 포맷 환산 약 56mm의 초점거리가 매크로 촬영 외 대부분의 일반적인 스냅, 인물, 정물 등의 촬영에 전천후로 활용될 수 있고, 4스톱 보정 IS와 F2.8의 조리개 값 덕분에 촬영 편의성도 뛰어난 편입니다. 매크로 렌즈지만 매크로에만 목매지 않아도 충분히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것이 이 렌즈를 사용하며 마음에 들었습니다.
외형으로 봐서는 1:1 등배 매크로 렌즈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단초점 렌즈만큼 작고, 무게 역시 가벼워 이른바 '바디캡'처럼 카메라에 늘 마운트하기에도 부담이 없죠. 게다가 이 렌즈는 EF-S 최초의 35mm 단렌즈이기도 합니다. 35mm 환산 56mm로 일반적인 표준 단렌즈보다는 조금 좁지만 인물과 정물 촬영에는 그만큼 좀 더 이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35mm 초점거리와 F2.8의 개방 조리개값을 가진 단초점 렌즈라는 의미를 1:1 매크로 성능과 LED 램프의 존재와 동등한 수준으로 높이 평가합니다. EF-S 사용자는 이만한 단렌즈를 꽤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외형은 다소 저렴한 느낌입니다. 경통 소재나 도장 등이 고급 렌즈군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데, 40만원대의 가격을 생각하면 또 한편으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그럼 이 매크로 렌즈로는 어떤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요?
[ EF-S 35mm f/2.8 Macro IS STM로 촬영한 매크로 이미지 ]
이 렌즈는 피사체를 이미지 센서에 같은 크기로 기록할 수 있는 1:1 등배 매크로 렌즈로 렌즈 끝을 기준으로 피사체와 약 3cm까지 접근해 사진과 영상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렌즈로 '들이댄' 결과물들은 눈으로는 볼 수 없었던 세계를 담아냅니다. F2.8까지 개방할 수 있는 조리개 값 덕분에 심도 연출까지 다양하게 더할 수 있습니다. 사실 섬세한 표현력이 관건인 매크로 촬영에서 개방 조리개값은 그리 큰 장점이 아닐 수 있지만, 매크로 입문자에겐 셔터 속도를 여유있게 확보해주고 근사한 배경 흐림이 더해진 이 밝은 조리개값의 장점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최신 렌즈답게 촬영 성능도 매우 좋은 편입니다. STM 탑재로 AF가 부드럽고 빠르며 구동 중 경통이 튀어나오지 않아 삼각대 비교적 안정적인 촬영이 가능합니다. 미세한 흔들림에도 취약한 매크로 촬영에서 이 렌즈의 4스톱 IS는 '접사 촬영이 이렇게 쉬웠나?'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삼각대나 조명 없이 핸드 헬드로 접사 사진을 '척 척' 찍어대는데도 결과물이 꽤 괜찮거든요. 삼각대와 조명 장비 등 매크로 촬영이 어렵게만 느껴져 쉽게 시도하지 못했던 분들에게 이 렌즈는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매크로 촬영 별 것 없어요, 그저 평소보다 훨씬 더 가까이 들이대는 것뿐'
[ EF-S 35mm f/2.8 Macro IS STM의 이미지 품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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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품질에서는 한 가지 장점과 한 가지 단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1:1 촬영이 가능한 매크로 렌즈로서의 특징, 앞서 이야기한 STM, IS의 촬영 편의성을 제외하고요. 장점은 매크로 렌즈임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캐논의 최신 APS-C 규격 DSLR 카메라의 고화소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 렌즈를 EOS 80D와 EOS 200D에 사용해 보았는데, 두 카메라의 2400만 화소를 무리없이 소화했습니다. 2017년 출시한 최신 렌즈이니만큼 앞으로 APS-C 3000만 화소 혹은 그 이상까지 증가할 화소수에도 대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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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 렌즈를 사용할 때 가장 까다로운 점은 역시 셔터 속도 확보입니다. 피사체와의 거리가 매우 짧은 매크로 촬영의 특성상 심도 확보를 위해 높은 조리개 값을 설정해야 할 때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셔터 속도 확보 실패로 이미지가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이런 단점을 상쇄하기 위해 이 렌즈는 4스톱 보정 IS를 탑재했고, 최신 DSLR 카메라는 ISO 3200 혹은 그 이상의 높은 감도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깔끔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위 이미지는 빛이 충분하지 않은 실내에서 ISO 감도 1600을 설정해 핸드 헬드로 촬영한 것입니다. 최신 카메라의 뛰어난 고감도 이미지 품질이 매크로 촬영을 전보다 쉽게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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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점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이 렌즈를 사용하며 느낀 가장 큰 단점은 비교적 작은 크기에 F2.8의 밝은 조리개 값을 구현하다보니 개방 촬영에서 주변부 광량 저하, 즉 비네팅 현상이 제법 심한 편입니다. 그래서 이 렌즈의 주 임무(?)인 매크로 촬영을 개방 조리개 값으로 찍기에 다소 아쉽습니다. 물론 이 비네팅이 인물과 정물 촬영에서 '분위기'를 더한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여러 상황에서 제약으로 느껴지는 것은 분명합니다. 주변부까지 쨍한 이미지를 원한다면 F5.6 이상 조리개 값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 그리고 LED 라이트도 이럴때 쓰라고 있는 거겠죠?
이 렌즈는 캐논의 DSLR용 교환 렌즈 중 처음으로 매크로 촬영용 LED 라이트가 탑재됐습니다. 지난해 발매된 EOS M 시리즈용 매크로 렌즈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전면의 LED 라이트는 사진과 같이 동작하는데, 대물렌즈 주위에 배치됐기 때문에 매크로 촬영의 대상이 되는 피사체에 빛을 온전히 더할 수 있습니다. LED 라이트 On/Off와 밝기 조절은 경통에 배치된 스위치를 통해 이뤄집니다. 밝기는 두 단계로 조절되는데 대물렌즈를 링 형태로 두른 모양새와 달리 램프는 좌,우 두 부분에만 탑재돼 있습니다. 상하좌우 네 부분에 모두 LED가 채용됐다면 더 좋은 매크로 렌즈가 되지 않았을까요?
- LED 램프를 활용해 촬영한 이미지 -
직접 LED 라이트를 사용해보니 근접 촬영의 경우 셔터 속도를 약 1/3 내지 1/2스탑 가량 줄이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램프 밝기가 기대했던 것만큼 밝지는 않았지만 최대 3cm 근접 촬영을 적극 활용할 경우 미세한 흔들림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실패를 줄이는 효과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직접 빛을 피사체에 더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피사체에 생기가 있어 보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꽃이나 풀, 곤충 등에 사용하면 그 효과가 확실히 느껴집니다. 위 사진과 같은 소품 촬영에서는 조명을 잘 제어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그림자만 더해지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고요.
LED 라이트는 좌,우를 따로 조작할 수도 있습니다. 조명의 방향과 광량에 따라 사진의 느낌 역시 달라지겠죠. 물론 이 라이트의 광량이라는 것이 위 예제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최적화된 상황이 아닌 이상 극적인 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지만 LED 조명을 활용해 다른 조명, 광원으로 발생한 그림자를 제거하거나 결과물의 샤프니스를 증가시키는 용도라면 충분히 활용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 LED 라이트의 존재는 처음에는 신선하게 느껴졌지만 실제 촬영에서 눈에 띄는 변화를 느끼지 못해 점차 사용량이 감소하게 됐습니다.
반면, 사용할수록 이 렌즈의 또다른 매력을 느끼게 됐는데, 바로 매크로 촬영을 하지 않을때였습니다. 재미있죠? 매크로 촬영을 하지 않는 매크로 렌즈.
이 렌즈는 EF-S 렌즈 최초의 35mm 단초점 렌즈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35mm 환산 약 56mm로 표준 초점거리보다 약간 좁은 프레임을 갖는데, 이것이 인물과 정물 사진을 촬영할 때 기대 이상으로 재미가 있었습니다. 스냅 촬영에서도 일반적인 렌즈보다 몰입도 있는 구성이 가능한 점이, 이전에 펜탁스 DSLR 카메라와 40mm Limited 렌즈를 사용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그 때 35mm 환산 약 60mm 화각의 그 렌즈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눈을 찌푸리고 유심히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선' 이라고요.
눈으로 보는 것보다 약간 더 타이트한 이 렌즈의 시선은 약간의 적응 기간을 거치면 장면 중에서 촬영자가 주목했던 혹은 보여주고 싶은 주제를 부각시키는 데에 더 효과적입니다. 그런 촬영에 이 렌즈의 F2.8 개방 촬영의 배경 흐림, 심지어 주변부 광량 저하로 인한 비네팅까지 한 몫을 합니다. 제가 이 렌즈를 EF-S 렌즈 중에서도 추천할만한 렌즈로 꼽는 이유는 매크로 촬영뿐 아니라 일반적인 촬영에도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친절한 매크로 입문서
익숙한 시선에 기대 이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매크로 능력만으로도 캐논 DSLR 카메라 사용자에게 이 렌즈는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4스톱 보정 IS와 STM 탑재, LED 라이트의 존재는 이 렌즈가 2017년에 출시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게 합니다. 아마 몇년 전 출시됐다면 이만큼 다재다능한 렌즈로 탄생하기 힘들었을테니까요. 개방 촬영의 비네팅, 다소 허약해 보이는 경통 정도가 단점으로 느껴질 정도로 이 렌즈는 좋은 밸런스를 갖춘 제품입니다. 무엇보다 뛰어난 휴대성과 IS, LED 라이트로 누구나 매크로 촬영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일반 스냅 촬영과 인물/정물 촬영에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새로운 렌즈 구매를 찾는 캐논 DSLR 카메라 사용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 같습니다.
이 렌즈가 추가됐음에도 사실 EF-S 렌즈군은 풀프레임 렌즈군은 물론 미러리스 카메라용 EF-M 렌즈군과 비교해서도 소외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미러리스 카메라가 엔트리급 DSLR 카메라 자리를 위협하는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EF-S 렌즈가 예전같은 위상을 되찾기는 힘들겠지만 간간히 이런 재미있고 균형잡힌 렌즈가 나와준다면 꾸준히 그 명맥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마침 다시 한번 DSLR 카메라로 사람들의 시선을 모아줄 EOS 200D도 출시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