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주목하는 작은 동네
티옹 바루(Tiong bahru)
티옹 바루, 이 작고 조용한 동네는 싱가포르 여행을 앞두고 가야하는 곳을 고르다 발견한 곳입니다. 이름이 재미있기도 했고, 그동안 갖고있던 싱가포르의 화려한 이미지와 상반된 여유롭고 평화로운 느낌이 호기심을 자극했달까요? 다양한 싱가포르 여행 책자는 이곳을 요즘 싱가포르에서 가장 핫한 동네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래된 거주지 중 한 곳이라는 역사적인 의미 외에도 1930년대 건축물과 최신 트렌드의 카페, 레스토랑이 조화를 이루는 이곳만의 분위기가 사람들을 이곳에 모이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아침 일찍 방문한 티옹 바루는 처음엔 너무 조용하고 고요해서 사람들의 설명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불과 한 시간만에 푹 빠질 정도로 특별한 매력이 있었어요.
이곳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티옹바루 베이커리를 중심으로 반듯하게 그어진 골목이 사람들에게 유명한 티옹 바루 거리입니다. 역사 깊고 개성 강한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이 좁은 골목에 몰려있고 수공예 제품과 디자인 서적을 판매하는 상점과 서점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티옹 바루 마켓 역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좋아하는 곳이지만 아쉽게도 제가 방문한 날엔 공사중이었습니다. MRT 티옹 바루역 혹은 Outam Park 역에서 걸어서 갈 수 있고, 버스 노선도 있습니다. 저는 숙소가 있는 Somerset에서 버스를 타고 갔어요.
아침 열 시, 오후에는 센토사 섬 일정이 계획돼있었기 때문에 아침 일찍 티옹 바루를 찾았습니다. 이른 시각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상점이 많았고, 그 수도 많지 않아 첫인상은 주거지에 가까웠습니다. 싱가포르에서 가장 핫한 동네라길래 여느 관광지, 적어도 벽화 거리 하지 레인만큼은 시끌벅적 붐빌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더군요. 그래서 거리를 한참 걸으며 왜 사람들이 이 동네를 그렇게 손꼽아 추천했을까 의아해 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본 티옹 바루의 아침은 무척 여유로웠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은 골목엔 이제 막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집을 나서 차를 타는 풍경이 대부분이었고, 화창한 여름 날씨가 깨끗한 거리를 환하게 밝혀 산책하기 좋았습니다. 아침 일찍 문을 연 식당은 줄을 서거나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것마저 다른 곳처럼 심하게 붐비지 않아 여유로웠던 것이 이곳 싱가포르에서는 오히려 이색적일만큼. 서울에 어떤 동네가 이런 곳에 비유할 수 있을까요?
사실 티옹바루를 가봐야겠다고 다짐했던 장면은 티옹바루 마켓을 찍은 사진 한 장이었습니다.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시장 풍경에 기대를 무척 많이 했는데 아쉽게도 제가 방문하던 날 티옹 바루 마켓에는 공사중이란 현수막이 붙어 있었습니다. 2월 20일부터 5월 19일까지 꽤 오랜 기간동안 이어지는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입니다. 싱가포르에 다녀온지 벌써 두 달 가까이 지났지만, 티옹 바루 마켓은 아직도 공사가 한창이겠네요. 완성된 모습이 궁금합니다. 이전의 시장 풍경은 이제 영영 볼 수 없어 아쉽긴 하지만요.
사람들이 사랑하는 티옹 바루의 장소들
- 어린이용 그림책이 있는 서점 우즈 인 더 북스 (woods in the books) -
- 터줏대감 카페 포티 핸즈 (40 hands Coffee) -
티옹바루를 유명하게 한 것은 골목 곳곳에 숨겨진 보석같은 카페와 식당, 서점과 상점들입니다. 실제로 이 짧은 골목은 걷기만 하면 삼십 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차를 마시고 식사를 하고, 관심있는 책과 재미있는 공예품들을 구경하면 하루를 모두 보낼 수도 있을만큼 볼거리가 풍성합니다. 대표적인 스팟으로 카페 포티 핸즈, 어린이용 그림책을 파는 우즈 인 더 북스, 낮에만 잠깐 문을 여는 식당 빈초(Bincho) 등이 있습니다. 저는 너무 이른 아침에 방문한 터라 그 풍경들을 모두 볼 수는 없었습니다만, 꼭 가보고 싶었던 서점 북스 액추얼리와 빵집 티옹바루 베이커리 두 곳을 다녀왔으니 다행입니다.
북스 액추얼리 (Books Actually)
티옹 바루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인 북스 액추얼리는 작은 독립 서점입니다. 2005년 텔록 아이어 스트리트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뒤 2011년 지금 위치로 이사했다고 하네요. 작은 독립 출판물과 디자인 서적들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어 싱가포르 내 예술가들에게 유명한 곳이라고 합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옅은 조명 아래 빽빽하게 책이 채워진 작은 서점 풍경이 먼 한국에서 온 제 눈에도 꽤나 익숙하고 또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세계 어디에서 온 사람이라도 마음 한구석에 이와 비슷한 장면을 마음 한 구석에 품고 있지 않을까요? 작은 서점을 가득 채운 책들은 크기부터 표지 디자인 모두 개성이 넘쳐 눈길을 끕니다.
책보다 더 인기있는 티옹 바루의 주인공은 고양이들. 책장 사이를 거침없이, 하지만 발걸음 소리 없이 조용히 활보하는 고양이들과 눈을 맞추는 것도 북스 액추얼리의 여유입니다.
디자인 서적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북스 액추얼리에서 꽤나 고민하시게 될 것 같아요. 게다가 언어도 영문이라 구입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저는 Singlish라고 적힌 책에 관심이 생겨 열어 보았는데, 보기와는 달리 내지가 백지인 노트였어요. 지인들 중에 해외에서 디자인 서적들을 구매해 오시는 분들을 종종 봐온터라 북스 액추얼리에 다녀온 후로는 싱가포르 여행에서 티옹 바루와 북스 액추얼리를 추천하게 되더군요.
카운터 옆 작은 문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소품들을 판매하는 곳이 있습니다. 레트로 분위기 물씬 나는 작은 소품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고, 선물용으로 구매하기도 좋겠습니다. 여러모로 먼 나라 싱가포르에서 어렸을 적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이어서 좋았습니다.
- 결국 하나 집어 왔지요 -
티옹 바루 베이커리 (Tiong bahru Bakery)
프랑스 유명 쉐프와 싱가포르의 대형 레스토랑 체인이 함께 만든 티옹 바루 베이커리(Tiong bahru bakery)는 이제 이 동네의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아침 일찍 빵과 커피 향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이곳은 이날 아침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인 곳이었어요.
빵집을 들어서는 순간 점원들이 웃으며 '굿모닝' 인사를 건넵니다. 별 것 아닌데 혼자 여행하는 중이라 그런지 기분이 무척 좋더군요. 즐비한 빵을 보며 아침을 거르고 티옹 바루에 달려온 것이 떠올랐고 이내 배가 무척 고파졌습니다. 몇 개나 먹어볼까 고민하는 제 표정이 점원 눈에는 어떤 빵을 고를까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는지 쿠인 아망(Kouign Amann)을 추천해 주더군요. 페이스트리에 메이플 시럽을 바른 달콤한 빵이었습니다.
아이스 커피를 함께 주문해 늦은 아침 식사를 했습니다. 빵은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제법 크기가 커서 그런대로 든든하더군요. 한여름같은 싱가포르 날씨에 커피는 물론 아이스로 주문했습니다.
티옹 바루 베이커리에 들어설때까지만 해도 야외 테이블에 앉아 멋을 부려볼까 생각도 했지만 들어서는 순간 에어컨 바람이 너무 좋아서 결국 어두운 실내 테이블 한켠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간단한 아침 식사로 짧은 티옹 바루 산책이 끝났습니다. 사실 기대했던 티옹 바루 마켓도 공사중이었고, 힙플레이스다운 시끌벅적한 분위기도 느껴지지 않아 처음엔 아쉬웠지만 이른 아침 호젓하게 이 동네만의 여유를 즐긴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다시 이곳을 찾으면 늦은 오후에 가려고 합니다. 붐비는 거리 풍경과 시장의 소음들도 궁금하거든요. 그게 이곳 티옹 바루라면 뭔가 다를 거란 믿음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