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동안 매우 기뻤습니다. 햄버거 때문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즐거웠습니다. 서울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2년 전 모스크바에서 만난 쉐이크 쉑(Shake Shack)이 작년 서울에 입점하더니, 최근에 청담점이 추가로 오픈했습니다. 덕분에 초반에 한시간 가량 줄을 서야 했던 기현상도 이제 사라지고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한바탕 '바람'이 지나간 후에 쉐이크 쉑 청담점을 찾았습니다.
- 모스크바 쉐이크쉑에서 -
2년 전 모스크바 여행에서 쉐이크 쉑에 대해 처음 알게됐고, 슈룸 버거를 먹은 후 반해 귀국 전 한 번 더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번화가 아르바트 거리에 있던 쉐이크 쉑에서 추위에 언 손과 속을 녹이며 여행을 중간중간 돌아봤던 기억이 여전합니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 끝자락에 있는 쉐이크 쉑 청담점. 매장 크기가 제법 크고 테이블도 많지만 그만큼 사람도 많아 늦은 오후에도 북적북적 했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직 인기가 여전하네요. 실제 방문하신 분들의 평은 극과 극으로 갈리지만 저는 좋아하는 쪽에 속합니다.
제가 방문한 곳이 모스크바 점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서울의 쉐이크 쉑은 조금 더 활기차고 시끄러운 느낌입니다. 고급스러운 맥도널드 매장 느낌이랄까요. 뭐, 메뉴 자체가 캐주얼하니 당연한 것이겠습니다만. 평소엔 긴 줄이 늘어서는지 매장 밖부터 카운터까지 가이드 라인이 쳐져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슈룸 버거와 섁 싱글, 치즈 프라이 그리고 밀크 쉐이크를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2만7천원으로 두 사람이 먹기엔 다소 부담스럽습니다. 역시 쉐이크 쉑의 가장 큰 단점은 '가격'이 되겠죠. 저는 낮은 루블 환율 덕분에 한국 가격의 6-70% 정도의 가격에 식사를 했습니다. 그 정도 가격이면 이 곳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슈룸 버거의 가격이 9000원대로 상당히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와퍼 두개)
양철(?) 쟁반이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한국 쉐이크 쉑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 버거를 보니 러시아에서 먹었던 것보다 오히려 좋아 보였습니다. '아직까지는'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치즈 프라이는 치즈가 형편없이 적어서 누구라도 마지막까지 다 먹기 힘들 것입니다. 실제 이곳의 버거보다 치즈프라이를 더 좋아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서울의 치즈 프라이는 매우 실망입니다.
크기보다는 재료와 맛, '만족감'으로 승부하는 쉐이크 쉑 버거다보니 두 손으로 들면 아담하게 느껴질 정도로 버거가 작습니다. 다만 버거 안에 든 토마토와 채소, 패티 상태는 역시나 일반적인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볼 수 없는 수준입니다. 마침 오후 햇살을 받아 빛깔까지 매력적입니다.
걱정했던 버거 번(빵)도 이 정도면 충분하게 느껴집니다. 빵이 푹신하고 식감도 좋아서 저렴한 버거보다는 확실히 한 수 위고, 재료들과도 잘 어울립니다. 슈룸 버거를 한 입 무니 모스크바에서 느꼈던 그 버섯패티의 풍미가 정말 오랜만에 다시 떠올라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생각보다 좋은데?'
한국에 와서 현지화 됐다는 평도 많지만 제 기준에서는 합격입니다.
다만 이 치즈프라이는 마치 다른 곳의 메뉴를 빌려온 것처럼 빈약합니다. 치즈를 아끼지 맙시다. 4500원이면 많이 줘도 됩니다.
모스크바에선 쉐이크 말고 루트 비어와 함께 버거를 먹었는데, 후에 들으니 이 곳에서는 쉐이크를 먹는 게 스탠더드라고 하더군요. 밀크 쉐이크를 주문했는데, 만만치 않은 가격인데 맛은 맥도널드 밀크쉐이크와 차이가 없습니다. 게다가 함께 먹어보니 '굳이 뭐 쉐이크랑 먹을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라면 차라리 저렴한 탄산 음료를 먹고 버거를 더 호화롭게 먹겠습니다.
'한국에 왔으니 별 수 있나'라며 별 기대 하지 않았던 쉐이크 쉑이었지만 실제 방문해보니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와퍼 마니아지만, 언젠가 제게 호화로운 상을 주고 싶은 날 이 곳을 찾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