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열심히 마셨습니다.
그래서 받았습니다.
이제 연례행사로 불러도 되겠습니다. 늦가을 찬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여지없이 스타벅스 플래너를 향한 경쟁이 시작됩니다. 올해도 그 열기는 조금도 식지 않았고, 저를 비롯한 많은 분들은 결국 2,3월을 넘기지 못할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좋아하지 않는 크리스마스 음료를 마십니다.
책 원고를 핑계로 매일 마신 커피가 어느덧 습관이 되어 요즘은 종종 밥보다 커피 생각을 먼저 하기도 하는 제가 스티커를 다 모은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 서.. 성공했다..! -
한잔에 한 개, 그 중에서 세개는 무척 비싸고 매우 단 음료를 억지로 경험해야 합니다. 그렇게 총 17개의 스티커를 모으면 새해 다이어리 한 개가 생깁니다. 계산할 수록 이게 공짜도 저렴하지도 않은데 그래도 묘하게 욕심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다행히 해가 지나기 전에 17개의 프리퀀시 스티커를 모두 모으고 자신있게 다이어리를 요청했습니다. 올해는 제가 좋아하는 포켓 사이즈가 나오지 않아서 어느때보다 색상과 크기에 대한 고민이 컸는데, 결국 단지 '비매품'이란 이유로 가장 큰 민트 컬러 플래너를 골랐습니다. 그나마 희소성이 있는 것을 고르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막상 받고보니 플래너라기엔 너무너무 커서 당황했습니다.
아 크다, 정말 크다.
육중한 크기는 제가 매일 가지고 다니는 12인치 맥북과 비교해도 그 존재감에서 뒤지지 않습니다. 매일 휴대하는 용도보다는 방과 회사 책상 위에 놓고 하루를 정리하는 용도로 적합하겠습니다.
정말이지, 정말 큰 다이어리입니다.
작년에는 포켓 사이즈의 민트 컬러 다이어리를 받았는데 2017 플래너는 그보다 색이 훨씬 옅어졌습니다. 작년 대형 모델인 화이트 플래너가 오염 문제로 불만이 있었기 때문인지 흰색에 민트빛을 약하게 들인 느낌입니다. 반가운 소식 중 하나는 이번 다이어리는 다이어리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몰스킨 펜이 함께 제공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볼펜 가격만큼 더 비싸졌으니 증정이 아니라면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몇해 전부터 스타벅스 플래너는 몰스킨에서 제조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몰스킨 수첩을 좋아해서 이 콜라보를 좋아합니다. 둘 사이의 큰 문제가 없다면 앞으로도 몇년간은 스타벅스 x 몰스킨 플래너를 출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근데 내지를 보다보니 그 해가 오래 남지 않은 것 같은 예감이 문득 들었습니다.
- 2016 포켓 사이즈와 비교 -
이 정도로 큽니다. 비교 대상이 포켓 사이즈인 것이 반칙이라 하실 수도 있지만 이게 사실입니다. 웬만큼 큰 가방을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 휴대가 힘들 정도입니다. 다행히 크기가 큰 덕분에 두께는 기존 다이어리보다 얇지만 아무래도 이 사이즈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더불어 동일한 '민트' 모델의 색상 차이도 이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라지 사이즈 수첩과 비교 -
제가 가진 라지 사이즈 수첩과 비교해도 2017 플래너는 그 체급이 상당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휴대와 필기감 모두를 만족시키는 사이즈가 저 라지 사이즈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2017 스타벅스 플래너 민트 모델은 역시 휴대보다는 거치, 일기 작성 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동봉된 펜 역시 몰스킨에서 판매하는 것과 동일한 디자인입니다. 다만 고정을 위한 고무 소재 등에서 원가 절감의 냄새가 조금 나긴 합니다.
그렇다면 내지를 살펴볼까요?
식상한 첫 멘트지만 새 다이어리를 처음 적는 이 란에서는 괜히 볼펜에 찌꺼기가 있진 않은지, 어떤 글씨체와 크기로 시작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번 스타벅스 2017 플래너를 훑어보며 느낀 점은 이전보다 스타벅스 향(?)이 많이 사라졌다는 점인데요, 내지 구성도 그렇고 간간히 들어있던 커피 관련 정보도 이번 플래너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조금 더 오리지널 몰스킨 다이어리에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올해 다이어리의 메인 테마는 #소통 인건지 시작 부분에 버킷리스트, 타인에게 전할 메시지 등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내지 중 상당수가 아름다운 핑크색(?)인 것을 보니 이번 플래너는 여성 취향으로 제작된 것 같습니다.
아아, 저는 핑크색 버킷 리스트를 적기가 몹시 부끄럽군요.
하지만 스페셜 페이지 외에는 별 재미없는 몰스킨 기본 스타일이 이어집니다. 하다못해 인덱스 페이지에서도 STARBUCKS라는 이름 외에는 별다른 장식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어찌보면 재미없지만 몰스킨 다이어리 고유의 느낌을 좋아하시는 분이면 이전 스타벅스 플래너보다 오히려 더 좋아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그렇습니다.
몇 해 전의 스타벅스 플래너에는 이 monthly 페이지가 무척 화려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올해는 표지를 제외하면 일반 몰스킨 다이어리는 보는 것처럼 재미없고 정갈합니다.
다이어리가 커서 좋은 것은 모든 페이지가 상당히 여유있고 곳곳에 공백란도 많아 메모하는 것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무척 활용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다이어리는 기본적으로 위클리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날짜로 분리된 페이지 공간이 매우 여유롭습니다. 세로로 긴 공간에 시간별로 하루를 정리할 수 있을 정도의 여유입니다.
그래서 방, 사무실에 두고 일기장처럼 사용하기에 매우 좋아 보입니다.
아무래도 이 큰 다이어리의 장점을 점점 발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각 페이지는 이렇게 주 단위로 나뉘어 있습니다.
365일 분류가 끝난 뒷부분에는 상당한 분량의 자유 공간이 있습니다. 회의 메모나 특별한 날의 기록 등을 적기에 좋은 공간입니다. 이 공간 역시 여유로워서 좋습니다.
노트 자체가 크기 때문에 활짝 펼치면 페이지 구석구석까지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 책상은 물론 무릎 위에 올려놓고 메모를 하기에도 안정적입니다.
가장 뒷부분에 잊고 있었던 스타벅스 플래너만의 스페셜 페이지가 있습니다.
특별한 사람에게 간단히 메모를 적어 전달할 수 있는 란으로 점선으로 떼어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만 꽃 그림들이 조금 촌스러워 보이는군요.
그리고 스타벅스 고유의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엽서까지. 올해 다이어리는 자꾸 떼서 남을 주라고 만들었군요.
아, 스타벅스 다이어리의 중요한 메리트(?) 중 하나인 쿠폰은 올해에는 다이어리 가장 뒤 포켓에 들어 있습니다. 총 세장인데, 숫자는 적지만 그나마 다른 해보다 유용해 보여 버릴 염려는 적겠습니다. 비 오는 날의 쿠폰은 그나마 가장 활용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죠.
벌써 몇해째 어김없이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사용하고 있지만 올해는 가장 '볼 것 없는' 다이어리로 기억하게 됐습니다. 내지 구성이 기존에 비해 스타벅스에 관련된 스페셜 페이지가 줄어 일반 몰스킨 다이어리와 큰 차이가 없게 돼버렸거든요. 몰스킨 다이어리와 수첩을 좋아하는 제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반가운 소식이지만 일년을 기다린 마니아들에게는 그 어떤 특별한 재미가 전보다 줄어 아쉬울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올해 처음으로 선택한 이 초대형 다이어리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조금 더 고민해봐야 겠습니다.
이제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조금 더 분발하셔서 2017 다이어리 획득(?)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