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하지만 뜨겁게 시장을 달군 올림푸스의 새로운 미러리스 카메라 PEN-F가 정식 발표 됐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기존 PEN 시리즈인 E-P 시리즈와 궤를 달리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카메라이자 OM-D 시리즈를 위협하는 PEN 시리즈의 최상위 제품입니다. 1963년 발매된 동명의 하프 포맷 필름 카메라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모델로 E-P 시리즈를 통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 레트로 디자인 바람을 몰고온 올림푸스 PEN 스타일의 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달라진 외관과 함께 성능 역시 대폭 향상됐고 무엇보다 새로운 2000만 화소 이미지 센서와 236만 화소 내장 뷰파인더의 등장이 반갑습니다.
새로운 PEN-F의 디자인, 필름 카메라의 감성이 느껴 지시나요? 메탈 프레임과 볼커나이트가 만든 실루엣은 썩 멋지게 레트로 스타일을 그려냈지만 렌즈와 다이얼 디자인이 다소 이질감이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벽돌' 디자인인데다 내장 뷰파인더가 있어 발매 전부터 관심이 무척 많았습니다. 현재 발매된 M.Zuiko 렌즈와의 조화가 이 레트로 스타일의 성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 같네요.
색상은 실버/블랙으로 발표 됐습니다. 사실 이건 철저하게 '취향' 문제라서요. 스냅 촬영을 좋아하는 '빠른' 포토그래퍼들은 보통 수수한 느낌의 블랙 모델을 선호 하시고, 실버 모델은 카메라 그 자체로 상당히 '예쁩니다'. 물론 저는 실버 색상의 카메라를 좋아해서 단연 실버를 꼽겠지만요. 디자인을 조금 더 상세하게 보겠습니다. 이미 루머를 통해 대략적인 디자인은 공개가 됐지만 고해상도 이미지로 보니 조금 더 멋져 보입니다.
이전까지의 PEN 시리즈와 같은 듯 다른 실루엣에 필름 카메라 PEN-F의 몇가지 핵심 장치를 최신 디지털 카메라에 녹여낸 것이 스타일의 강점입니다. 필름 와인딩 레버는 전원 버튼으로 환생(?)해 왼쪽 상단에 배치됐고 전면에 새롭게 추가된 아날로그 다이얼은 아트 필터 기능을 담당합니다. 효율적인 조작계를 위해 다이얼이 곳곳에 많이 배치돼 필름 PEN-F의 간결한 아름다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적어도 디자인에서는 많은 분들의 가슴을 떨리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이 PEN-F에 가장 기대한 것 역시 이 정점에 다다른 레트로 스타일이니까요.
올림푸스는 이 카메라의 디자인을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으로 소개했습니다. 50년 전의 필름 카메라 디자인이 현재도 유효하다는 의미겠지요. 스타일에 많은 신경을 쓴만큼 프레임은 마그네슘으로 제작됐고, 다이얼도 알루미늄으로 내구성을 높였습니다.
올림푸스 홈페이지에 소개된 PEN-F의 주요 사양입니다. 2000만 화소의 Live MOS 이미지 센서는 올림푸스 카메라 최초로 탑재된 이미지 센서입니다. 파나소닉 GX8에 탑재된 것과 동일한 센서라는 예상도 있는데요, 기존 1600만 화소보다 높은 화소의 장점과 향상된 화질을 기대하게 합니다. 루머대로 다중 촬영/합성을 통한 5000만 화소 초고화질 촬영 기능이 탑재됐고 10fps 고속 연사와 1/8000 셔터 속도 지원, Full HD 동영상 촬영 등의 성능 역시 이미 알려진 것과 같습니다. 올림푸스의 자랑(?)인 5축 손떨림 보정장치도 여전합니다. 기존 PEN 시리즈에 비해 비약적인 향상이지만 지난해 발매된 OM-D 시리즈에 비해 극적인 포인트가 없는 것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DP Review에 게시된 PEN-F의 스펙 비교 (http://www.dpreview.com/reviews/history-repeating-olympus-pen-f-first-impressions-review)
실제로 PEN-F의 사양은 지난해 발매된 E-M5 Mark II와 동급 혹은 미세한 열세를 보입니다. 새로운 이미지 센서는 반드시 필요한 변화였기에 제외한다면 뷰파인더의 크기와 마이크 지원, 방진방적 구조 등에서 E-M5 Mark II보다 열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표를 보면 PEN-F가 PEN 시리즈의 최상위 기종임은 분명하지만 라인업 상 여전히 OM-D 라인업의 하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정도도 일반적인 스냅 촬영용에는 차고 넘치는 성능이지만 마이크로 포서드 카메라를 '메인'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분들에겐 꼭 참고하셔야 하는 사항이겠죠.
이와 함께 소개된 PEN-F의 핵심으로 레트로 스타일/뛰어난 조작계/내장 뷰파인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어떤 제품보다 '스타일'을 강조한 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이는 이 카메라가 '감성'을 통해 소유욕을 자극하는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고 예상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세가지 요소 모두 성능보다는 사진을 찍는 즐거움에 더 깊이 관여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최초로 선보인 이 전자 뷰파인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죠. 236만 화소의 내장 EVF 형태인데, 그동안 착탈식 외장 파인더 형태로 지원했던 것과 비교해 매우 의미있는 변화입니다. OLED 패널이 적용됐고, RF 카메라를 연상 시키는 좌측 상단에 위치해 촬영의 즐거움을 향상시켜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크기는 E-M5 Mark II에 비해 조금 작습니다. 최근 발매되는 동일 화소의 EVF와 비슷한 성능이 아닐까 예상합니다.
스타일을 위해 내장 플래시는 제거되고 외장형 미니 플래시가 제공됩니다. 더불어 추가 그립 등 촬영 편의성을 높이는 액세서리 역시 함께 발매될 예정입니다.
그 못지 않게 눈에 띄는 것이 PEN-F의 스타일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액세서리들이었습니다. 가죽 스트랩과 속사 케이스, 휴대용 파우치는 필름 카메라의 감성을 카메라보다 더 효과적으로 살렸고, 함께 발매되는 가방 역시 타사 사용자들도 탐낼 정도로 멋지게 제작 됐습니다. 카메라 못지않게 욕심나는 액세서리입니다.
가장 중요한 가격은 카메라 단품 기준 1200불로 예상보다 다소 높게 책정됐습니다. OM-D 시리즈의 발매 가격은 물론 경쟁 카메라에 비해 가격으로는 큰 경쟁력이 없으니 스타일과 새로운 기능에 반해 가슴이 설렌 사용자들을 진정시키는 결정타가 되겠습니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근래 본 카메라 중 손에 꼽을만큼 멋진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이 스타일에 걸맞은(?) 높은 가격 때문에 한동안 논란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이 카메라의 기능과 가격 상관없이 일단 '갖고싶다'라는 생각을 했으니 레트로 스타일에서는 분명 성과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PEN-F는 해외 시장에 2월 출시 예정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