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이폰 못 산 아쉬움을 달래자
갤럭시 노트5의 카메라를 보면서
카메라 때문에 삼성 스마트폰을 사게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이폰 6 플러스를 만족하면서 일년가량 사용해오고, 새로운 아이폰 6S 시리즈의 카메라 성능에 누구보다 큰 관심을 갖던 중, 제 기대보다는 너무나도 떨어지는 카메라 사양에 1년 더 6플러스를 사용하기로 결정했지만, 문득 '2년이나 같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올겨울 새 코트를 사지 않고 작년에 산 코트로 버티는 것' 만큼이나 답답한 느낌이 들어 눈을 돌렸습니다.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을 널뛰기하며 이제 속편히 아이폰을 쭉 사용하자 싶었던 제가 불과 하루만에 안드로이드폰, 그 중에서도 갤럭시 노트5를 구매한 것은 S펜의 매력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카메라'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컸습니다. 그동안 관심을 갖지 않았던 삼성 최신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에 대한 평가를 찾아보게 되었고, S6부터는 아이폰보다 확실한 우위를 갖게 되었다는 이야기에 한 번 경험해보기로 했습니다. 게다가 새로운 아이폰보다 가격도 저렴하더군요. 뒤늦게 구매한 갤노트 5의 카메라를 사용한 건 이제 막 3주정도가 지났습니다. 그리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상당한 수준에 올라온 화질에 놀랐고, 제 용도에는 아이폰보다 활용도가 넓어 만족하고 있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사용하며 느낀 갤럭시 노트5 카메라의 가능성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먼저 갤럭시 노트 카메라의 대략적인 성능을 보자면,
- 1600만 화소 1/2.6" CMOS 센서
- 28mm F1.9 렌즈
- 3840 x 2160 UHD 동영상 촬영
- 광학 OIS
- 퀵 카메라
1/2.6인치 이미지 센서는 기존 스마트폰 카메라의 센서보다 큰 편입니다. 카메라가 스마트폰 성능의 핫 이슈로 떠오르면서 주요 제조사에서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급의 이미지 센서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특히 안드로이드 진영에선 삼성, LG, 소니의 주력 스마트폰이 각각 1/2.6", 1/2.3" 크기의 이미지 센서를 사용하며 카메라 화질을 보다 근본적인 방향에서 개선하고 있습니다. 화소보다 이미지 센서가 디지털 이미지의 화질을 크게 좌우하는 요소이므로 이런 면에선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센서가 커지며 모듈 전체가 대형화되면서 소위 '카툭튀'라 하는, 카메라 돌출이 부득이하게 스마트폰의 세련된 디자인을 해치게 되었지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메라의 고성능화는 앞으로도 더 거세게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카메라 좋은 스마트폰'을 찾는다는 말이 더 이상 어색하게 들리지 않으니까요.
'홈버튼 연타'로 쉽게 쓰는 카메라
이 카메라의 성능에 대해 말하기 전에 갤럭시 노트5로 사진을 찍으며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카메라를 실행하는 방법이 꽤나 쉽고 빨라졌다는 것입니다. 잠금화면 혹은 어떤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중에도 홈버튼을 두번 누르면 카메라가 바로 실행됩니다. 아이폰역시 잠금화면에서 슬라이드 업 방식으로 카메라를 실행할 수 있지만 적어도 한 번은 손가락을 이동해야 하는데 이 퀵 카메라 기능은 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꺼내고 카메라를 실행하고, 찍을 수 있어서 사진을 찍는 횟수가 확실히 늘었습니다. 이런 접근성 향상이 조금 더 많은 셔터 찬스를 가져오므로, 카메라 성능 못지 않게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1600만 화소, 이미지 센서 크기의 이점
갤럭시 노트 카메라는 1600만 화소로 이전에 사용하던 아이폰 6 플러스의 800만 화소의 두 배입니다. 스마트폰 카메라의 작은 이미지 센서에서 고화소는 오히려 화질에 악영향을 준다는 생각과, 저장 공간의 문제 등으로 고화소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800만 화소는 이미지를 다양하게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원하는 부분을 크롭해서 사용할 때 금방 화질 저하가 일어나니까요. 1600만 화소는 제게 다소 과한 화소이긴 하지만 이미지 센서가 함께 커져 화질에선 눈에 띄는 향상이 있었습니다. 사용하다보니 고화소 이미지 특유의 섬세함도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이런 접사를 찍을 때 그 장점이 부쩍 눈에 띕니다.
100% 확대한 이미지는 몇년전 사용한 똑딱이 디카를 연상시킬 정도로 준수합니다. 뭐 그래도 DSLR/미러리스 카메라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비교적 섬세하게 꽃을 담았습니다. 빛이 충분하면 이렇게 스마트폰으로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이전의 아이폰에선 '그래도 스마트폰이네'라는 느낌이 강했다면 그보다 꽤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보다 더 큰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다면? 그 땐 정말 똑딱이 카메라 수준이 될 수도 있겠어요.
아이폰의 카메라는 6S 시리즈를 통해 1200만 화소로 업데이트 됐지만, 보다 근본적인 개선사항인 이미지 센서의 대형화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사용했던 6 플러스의 카메라가 1/3.0" 이미지 센서를 탑재했으니 갤럭시 노트의 1/2.6" 센서와는 이제 제법 큰 차이가 나네요. 이미지 프로세싱과 렌즈 등 이미지 품질을 좌우하는 건 여러 요소가 있지만 이 정도의 센서 크기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빛이 부족한 실내/야간 촬영에선 더 큰 차이가 나겠죠. 처음엔 시큰둥했던 갤럭시 노트5의 1600만 화소가 접사 몇 장을 찍고 나서 장점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28mm F1.9 렌즈
갤럭시 노트5에 탑재된 카메라 렌즈의 초점거리는 35mm 환산 28mm로 일반적인 DSLR/미러리스 카메라의 표준 광각 정도에 해당합니다. 개인적으로는 35mm의 표준 화각을 좋아하지만 풍경사진 빈도가 높은 스마트폰 카메라에선 광각이 촬영하기에 조금 더 편하더군요. 아이폰의 약 30mm 초점거리보다 조금 더 넓은데, 풍경은 물론이고 정물과 인물에도 어느정도 편안한 시선을 제공합니다. 28mm는 그리 광각이 아니라 왜곡도 크지 않고요.
그리고 조리개 값이 F1.9로 밝은 편이라 위 사진처럼 스마트폰으로도 배경흐림 효과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아웃 포커스' 많이들 좋아하시는데 이제 스마트폰으로도 제법 괜찮은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네요. 근접 촬영을 활용하면 그 효과가 더욱 좋습니다.
렌즈 조리개 값이 밝아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 보다 여유있는 셔터 속도를 확보해 줍니다. 실내/야간 촬영에서 더 낮은 감도로 촬영할 수 있어 노이즈가 적은 '깔끔한'이미지를 얻을 확률이 높아지죠. 여기에 화면 터치를 이용한 노출 보정 효과를 활용하면 더 좋습니다.
야간 촬영
그래도 역시나 빛이 부족하면 스마트폰 카메라는 여지없이 화질이 무너집니다. 위 사진은 ISO 125 정도의 감도로 촬영됐는데, 빛이 부족해 암부쪽의 이미지가 거친 것이 눈에 띄네요. 역시나 스마트폰은 화창한 날 찍어야 그나마 이름값을 한다는 당연한 결론을 내게 됩니다만, 꽤나 어두운 인천공항의 밤에 ISO 125 정도로 촬영이 가능했다는 것은 F1.9의 밝은 렌즈, 그리고 손떨림 보정 장치 덕분이 아닐까요?
스마트폰 카메라에서 손떨림을 보정하는 광학 OIS는 이제 필수 기능에 가까워졌습니다. 아이폰 6 플러스를 통해 이미 경험해본 기능이라 놀랍지는 않았지만 F1.9 렌즈와 함께 활용하니 꽤나 어두운 환경에서도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아직 오랜시간 제대로 활용해보지 못해 갤럭시 노트5의 OIS 성능에 대한 평가는 할 수 없었지만 어둠의 한계에서 이만큼이나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만으로 요즘 스마트폰 카메라의 성능 향상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RAW 촬영
- JPG 촬영-
- RAW 촬영 후 보정 -
비압축 포맷인 RAW(DNG) 촬영 기능 역시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을 중시하는 분들에게 환영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비록 사진 한 장에 30메가에 육박하는 대용량이지만 WB와 후보정의 이점으로 스마트폰으로 보다 좋은 화질의 결과물을 얻으시려는 분들은 '프로' 모드의 RAW 촬영을 한번 사용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은 카메라가 RAW 촬영이 된다고 얼마나 나아지겠어 싶었는데, DNG 원본 이미지를 열어보고는 '어? 꽤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콤팩트 카메라의 RAW 이미지를 열어보는 기분을 느꼈거든요.
이미지 프로세싱을 거치지 않은 '날것' RAW 이미지는 후보정을 염두한 분들에게 장점이 있습니다. 압축 포맷인 JPG와 달리 색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명으로 인해 색이 틀어진 이미지를 보정할 때 그 장점을 경험할 수 있고 이미지 프로세싱을 거친 JPG 이미지보다 디테일한 표현이 좋기 때문인데요,
물론 일체의 이미지 처리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노이즈는 오히려 더 많아지기도 합니다. 소위 '부드럽게 뭉개는' 이미지 처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래도 보다 샤프하고 섬세한 표현을 좋아하시는 분은 이 RAW 촬영에 높은 가치를 둘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 JPG 촬영-
- RAW 촬영 후 보정 -
RAW 촬영 후 색 보정을 거친 이미지는 JPG로 촬영한 이미지에 비해 먹음직스러운 색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색이 틀어진 JPG 이미지는 후보정에 몹시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런 환경에서 RAW 촬영을 선택하면 스마트폰 카메라의 한계를 상당부분 상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스마트폰 카메라가 본격적으로 콤팩트 카메라를 대체하기 위해선 이 RAW 촬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스마트폰 사진을 이 정도로 후보정해서 쓸 분들이 얼마나 계시겠냐만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갤럭시 노트의 기본 JPG 이미지는 빛이 부족하면 색이 많이 틀어지는 편이거든요. 그것도 아주 '노오란' 방향으로.
사진 효과
스마트폰 카메라가 갖는 확실한 장점은 '확장성'입니다. 어플리케이션만 활용하면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다양한 효과와 후보정을 적용할 수 있거든요. 이 점은 어떠한 DSLR 카메라도 따라올 수 없습니다. 갤럭시 노트5 역시 기본 사진 효과를 여러개 내장했는데요, 그 중 이 날은 부드러운 느낌을 만드는 '파스텔'효과를 사용해보았습니다. 오후의 햇살에 잘 어울리는 효과로 여성분들이 감성적인 사진을 찍어 SNS에 업로드하고 싶을 때 좋겠습니다.
초당 10장의 연사
사실 이제 별로 신기하지도, 새롭지도 않은 스마트폰의 '연사'. 갤럭시 노트5도 초당 10장씩 총 30장의 이미지를 촬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합쳐놓고 보니 꽤 빠르죠? 하지만 이정도 속도는 아이폰 6 플러스때도 경험했던 바라 큰 감흥은 없습니다. 필요할 때 간간히 쓸만 하겠죠?
[갤럭시 노트5로 찍은 사진들]
스마트폰 카메라.
이 정도면 충분,
물론 '내년까지만'
짧은 시간동안 경험한 갤럭시 노트5의 카메라는 우선 이전에 사용하던 아이폰 6 플러스에 비해 월등히 좋아진 것만으로 만족스럽습니다. 더 큰 화면과 S 펜의 활용성 등도 물론 좋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카메라였습니다. 화소가 두배 큰 이미지는 이리저리 활용하기에 좋았고, 홈 버튼을 연타해 실행하는 퀵 카메라는 여태까지 사용했던 스마트폰 중 가장 빠르고 편하게 카메라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아직까진 1200만 화소의 새 아이폰 카메라가 탐나지 않고 적어도 이보다 더 매력적인 카메라 성능의 아이폰이 나올 때까지는 아이폰을 구입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언제나 새 아이폰은 가지고 싶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년은 더 좋은 카메라를 가진 이 갤럭시로 한 번 찍어보려고요.
이 정도면 제 주머니 속의 똑딱이 카메라 무게 정도를 덜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발견했거든요.
오늘은 '맛보기', 앞으로 종종 이 카메라 성능에 대해 포스팅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