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WWDC 2015 이벤트를 통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탑재되는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 iOS 9을 공개했습니다. ‘가장 진보된 형태의 모바일 운영체제’라는 소개에서 iOS 9에 대한 애플의 자신감이 엿보입니다. 발표 때마다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모바일 트렌드를 통째로 바꾸는 애플 iOS의 새 버전인만큼 아이폰, 아이패드 발표 못지 않은 큰 관심을 끌었는데요, 이번 iOS 9에서는 큰 변화보다는 iOS 7을 통해 만든 UI/UX의 틀과 iOS 8을 거치며 발견된 아쉬움, 사용자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따라서 이전 발표와는 다르게 모두의 시선을 확 끌어당긴 새로운 기능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키노트 중간중간 '아', '와' 하는 작은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나는 것을 보니 실제 사용하면서 느끼게 될 세세한 사용자 경험의 개선이 이뤄진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제 일 년간 아이폰, 아이패드 사용자와 동고동락(?)하게 될 애플 iOS 9, 새롭게 추가된 혹은 변화한 것들을 간단하게 살펴볼까요?
더욱 빠르고 똑똑해진 개인비서 시리(Siri)
일주일에 시리가 처리해야 하는 요청만 10억 건이 넘는다고 하니, 음성 인식 기능 Siri는 이제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물론 iOS 생태계를 대표하는 기능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이폰 4S에서 처음 시리를 소개할 때만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금방 사라질 기능이라고 생각했는데, 음성 인식 기능의 편리함과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생활을 많이 바꿔 놓았네요. iOS 9의 시리는 응답 속도와 정확도가 각각 약 40% 가량 향상되었다는 것이 애플의 발표입니다. 이 날 키노트에서 대표적인 몇 가지 포인트를 데모로 시연했는데요, 특정 장소와 인물을 촬영한 사진을 시리에게 요청하면 아이폰 내의 사진에서 해당되는 이미지만 모아서 표시해 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중요한 메모나 스케쥴을 시리를 통해 정해진 시각에, 혹은 '집에 도착하면'이라는 단서를 달면 Reminder 어플리케이션과 연동되어 알람 형태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지정한 시각에, 혹은 사용자가 집에 도착하면 해당 메시지가 아이폰에 표시되는 것이죠. 최초의 시리가 묻는 말에만 대답하는 1차적인 음성 인식 기능에 가까웠다면 이젠 정말 양방향 대화와 소통에 가까워졌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사용자의 활동을 예측해 미리 서비스를 준비하는 Proactive
Proactive 기능들은 똑똑해진 시리보다 제 이목을 더 끌었습니다. 굳이 말을 해야 하는 음성명령 기반의 시리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iOS 9의 핵심 기능 중 하나로 사용자의 위치와 시각, 생활 패턴 등을 분석해 원하는 기능을 채 묻기도 따지기도 전에 제공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조깅을 시작하기 위해 이어폰을 아이폰에 연결하면 자동으로 음악 어플이 실행되어 별다른 조작 없이 바로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매일 밤 야식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누빈다면 이제 매일 밤 자동으로 아이폰이 '오늘은 뭐 먹을거야?'라며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한다는 것이죠. 구글이 현재 안드로이드에서 제공하고 있는 구글 나우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카드 표시 형식보다 조금 더 과감하고 적극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동작 방식과 제한 사항은 실제로 사용해 봐야 잘 알 수 있겠지만요.
이 날 시연에서 또 하나 놀라웠던 것이 바로 '발신자 유추'입니다. 알 수 없는 번호로부터 걸려온 전화에 당황했던 기억이 있으신 분이라면 누구나 무릎을 '탁'치게 될 기능인데요, 발신자의 번호를 아이폰 내 사용자 데이터와 매칭하여 해당되는 혹은 가장 가깝다고 나온 데이터의 인물로 발신자를 유추해 표시하는 기능입니다. 물론 "Maybe"라는 가정을 앞에 붙이게 되죠. 어느새 기술의 발전이 여기까지 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소개였습니다.
통합 검색 Spotlight의 성능 향상
아이폰과 아이패드 내의 모든 데이터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Spotlight 기능은 iOS 7,8에서는 어째 그 활용도가 이전 OS보다 줄어든 느낌이었습니다. 인터페이스도 이전 버전보다 불편하게 되어 있었고요. 하지만 이번 iOS 9에서 이 스팟라이트가 다시 전면에 등장합니다. Proactive 알고리즘에 힘을 얻어 한층 더 똑똑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말이죠.
우선 화면 자체가 변경되었습니다. 빈약한 검색창 하나로만 제공되었던 기존의 Spotlight와 달리 이번엔 화면 전체를 사용합니다. 그만큼 보여주는 정보가 많아졌는데요, 자주 사용하는 연락처와 어플리케이션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들이었죠. 거기에 현재 사용자의 위치를 기반으로 주변의 맛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상영 중인 영화 등의 정보가 표시됩니다. 맛집을 검색하고 싶을 때 이 스팟라이트를 실행하면 굳이 검색어를 입력하지 않아도 빠르고 간편하게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정보들은 사용자가 iOS 9 제품을 사용하며 점점 축적될테니 그 정보의 정확성이나 유용함이 점점 더 좋아질 것입니다. 그래서 마침내는 이 생태계에 즐거운 '감금'을 허락하게 되는 것이죠. 현재까지 이 스팟라이트를 사용한 적이 거의 없는데, 새로운 검색 기능은 그 사용이 확실히 더 늘 것 같습니다.
iOS 멀티 태스킹이 새로워졌다
아이폰 3GS를 사용하며 오직 '멀티 태스킹'을 위해 탈옥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형편 없는 성능과 안정성인데도, 그저 조금 더 빠르게 두 작업을 전환할 수 있다는 사실에 고생을 감내했는데요. -지금 생각하면 그저 메시지와 웹서핑 정도를 함께 하고 싶은 소박한 바람이었습니다- 그 후로 아이폰에 드디어 '멀티 태스킹'이란 개념이 도입되었고, 안드로이드와 비교하면 그 한계가 너무 명확하지만 그래도 작업 효율에서 분명한 향상을 보였으니 '그나마'라며 사용하고 있죠. 이번 iOS 9의 멀티 태스킹 시스템은 iOS에 처음으로 멀티 태스킹이 도입된 후 가장 큰 변화를 맞았습니다. 우선 재미 없는 1차원 카드 표시 형태의 작업 창 표시가 조금 더 '다중 작업' 답게 변했습니다. -어딘지 윈도우의 그것을 연상 시키지만, 일반적인 표시 형태라고 넘어가겠습니다-
표시 방법 외에 실제 멀티 태스킹의 개념 역시 크게 변화했습니다. 그 동안 많은 사용자의 염원이었던 멀티 윈도우가 드디어 도입이 되었는데요, 화면을 둘로 나눠 두 작업을 동시에 하는, 이제 너무나도 당연한 멀티 태스킹이 드디어 iOS 9에 도입되었습니다. -이걸 이제라도 해 줘서 고맙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너무나도 당연하고 일반적인 이 멀티 윈도우 형태의 멀티 태스킹이 드디어 가능해지면서 아이패드 사용자들은 신이 나게 되었습니다. 늦게 도입해 준 것이 미안했던지 두 창의 비율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드래그 앤 드랍 형태의 편리한 복사 기능 등의 연동 서비스도 제공해 당장 다양한 작업에서 그 효과를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고급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무척 높은 사양이 필요한 것인지 이 멀티 윈도우는 아이패드 에어 2부터 지원이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실컷 발표해 놓고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은 전체 모바일 디바이스 중 달랑 '하나'.
그 외에도 동영상 창을 작게 띄워 다른 작업을 하며 감상할 수 있는 PIP 기능도 도입이 되었는데요, 이 역시 안드로이드에서 수 년 전에 도입된 기능이라 전혀 놀랍지도 새롭지도 않습니다. 이럴 때 보면 엎드려 절 받기 느낌이 들어요. 애플 제품만 사용해 온 분이라면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겠노라 다짐하신 분이라면 이 발표에 충분히 환호할만 하지만, 당장 십만원대의 안드로이드 태블릿에서도 너무나도 당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 기능이 이제서야 '자신 있게' 선보인다는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새롭지만 전혀 새롭지 않은,
그것이 iOS 9의 멀티 태스킹입니다.
물론 실제 사용해봐야 그 진가, 그 이상의 무엇(?)을 찾을 수 있겠죠. -있기나 할런지-
저전력 모드의 도입
아이패드 사용자분들은 모르시겠지만, 아이폰의 풀리지 않는 숙제가 바로 이 배터리 성능입니다. 교체가 불가능한 일체형 배터리인만큼 배터리 성능과 사용 시간에 유난히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데요, 솔직히 그 동안의 아이폰은 배터리 성능에선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사실이죠. 이번 iOS 9에서 일단 해답을 내놓았는데요, 저전력 모드의 도입입니다. 이미 삼성이나 여타 주요 제조사에서 선보인 기능이라 그 이름조차 새롭지가 않습니다. 하드웨어 소스를 줄여 최소 전력만 사용하는 기본 개념 역시 뻔한 내용이고요. 그래서 이 저전력 모드가 어느 정도의 배터리 효율 향상을 가져오느냐 하면, 애플의 발표 기준으로 3시간입니다. 물론 사용하는 앱과 디스플레이 밝기 등의 사용 패턴에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게다가 늘 발표보다는 적은 효과를 보인 아이폰의 배터리 성능이기 때문에 크게 기대되지는 않는 것이 사실이에요. -그냥 배터리 용량을 늘리라고오오오-
그 외 핫 이슈
앞서 설명한 것들 외에도 많은 것들이 새롭게 도입되었습니다. 간단히 살펴보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국내 환경과 맞지 않거나, 단순히 제가 설명하기 힘들다는 이유라는 걸 밝힙니다-
새롭게 추가된 뉴스 앱은 사용자가 설정한 언론사와 장르별로 주요 뉴스를 간편하게 종합해서 볼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단순한 뉴스 확인을 넘어서 사진과 영상이 지면보다 다이나믹하게 동작하는 것이 언뜻 애플 홈페이지나 iBooks 컨텐츠를 연상시키는데요,
기존 뉴스스탠드가 영 활용이 떨어졌는데, 이 뉴스는 그것을 보완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노트 앱은 성능이 대폭 향상되었습니다. 그저 단순한 '메모장' 정도였던 노트 앱이 이번엔 문서 편집 어플리케이션 못지 않은 화려한 모습으로 돌아왔는데요
에버노트 등의 앱을 보내버리려는 듯 서식 추가와 이미지/링크 추가 기능, 전반적인 디자인의 향상 등 전반적으로 상당히 미려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 새로운 노트 앱을 보면서 에버노트를 그만 써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키보드의 성능 향상도 개인적으로 가장 반가운 것 중의 하나입니다. 사실 그 동안 아이패드가 문서 편집이나 컨텐츠 제작 등의 '생산 도구'로서는 영 부족했었죠. 그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로 이 입력 방식의 열악함을 들 수 있는데요, 이번에 이 기본 키보드가 대폭 개선되고, 부가 기능이 추가되면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작업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문단 선택과 복사/붙여넣기 등의 작업이 키보드 단축키를 통해 한결 수월해져서 익숙해지면 랩탑 키보드 못지 않은 효율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실 이 새로운 키보드 기능은 시연이 너무 짧아서 제 큰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는데요, 실제 업데이트 후에 확실히 평가해 볼 계획입니다.
만족스러운 변화라면, 이제 맥북에어 11인치와는 이별을 해도 되겠죠.
그래서, 대체 언제 만납니까?
그렇다면 새로운 iOS 9은 대체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 애플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iOS 9를 설치하기 위해선 아직 한 달여를 더 기다려야 한답니다. 정식 버전의 배포가 7월로 예정되어 있고 이 날은 새로운 iOS를 '자랑'하는 시간이었던 것이죠. -마음이 점점 급해집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WWDC 2015 발표 직후 개발자들을 위한 iOS 9 베타 버전 배포가 시작됐다는 것입니다. 일반 사용자에게 적용될 정식 버전 이전 개발자들에게 배포한 베타 버전을 통해 피드백을 받아 완성도를 더욱 높이겠죠. 급하신 분들은 개발자 계정을 이용해 베타 버전을 올려 보셔도 좋겠습니다만, 워낙에 안정성이나 기능 구현이 부족한 베타 버전의 특성상 추천은 하지 않습니다.
바뀐 것이 크게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가장 많은 것들이 바뀐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애플의 iOS 9. 비쥬얼보다 실제 생활을 바꿔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인지 저도 빨리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만족도가 크면 다음 아이폰도 구입하게 되겠죠? 이러다 아마 아직까진 이해할 수 없는 애플워치도 손목에 채울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