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를 막론하고 요즘 저의 여행 스케쥴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그 지역의 유명한 '빵집'을 찾는 것입니다.
부산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빵집 '옵스'가 이번 여행에선 그 '타겟'이었고, 숙소였던 해운대에 마침 옵스 해운대점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거리 가득 빵냄새 가득한 풍경을 기대했지만 실제 그렇지는 않았고, 해운대 시장을 지나 나오는 대로변에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인파가 대단하더군요.
다들 저같은 여행객은 아닌 것 같고, 부산 시민들에게도 꽤나 유명한가 봅니다.
작지 않은 매장이지만 이른 시간에도 사람이 가득했습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빵을 전부 구경하기조가 췹지 않게 좁은 빵 사이 통로가 사람으로 가득했어요.
옵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빵 종류가 정말 많다'는 것.
각 지방의 유명한 빵집은 대개 대표 메뉴 몇가지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식빵, 크림빵 등의 기본적인 메뉴가 몇 가지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긴 빵부터 케이크, 초콜릿, 쿠키까지 메뉴가 정말정말 많았습니다. -욕심쟁이-
빵 종류가 많은 만큼 신기한 빵도 많았습니다. 사과를 그대로 올린 빵부터 맛을 예측하기 힘든 색다른 종류의 빵까지.
맘 같아서는 전부 하나씩 먹고 싶었지만 하나씩만 사도 부산에 일주일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 또 골라봅니다. -빵덕후에게 빵 고르는 건 너무 어렵습니다-
제 철 맞은 딸기를 이용한 케이크들도 이렇게 다양하게 판매중이었어요. 요즘 여기저기 딸기가 참 인긴데, 여기도 그 인기가 대단합니다. 빵에 집중하기 위해 케이크는 사지 않았지만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봄을 찾아 온 부산에서 이렇게 또 봄을 발견하게 됐네요.
정신을 차려보니 이렇게
이렇게
욕심을 부리다 보니 빵이 꽤 많아졌습니다. 저에겐 놀랄 일도 아니지만 이 날 먹은 점심값보다 빵값이 훨씬 많이 나왔다죠?!
메뉴가 워낙 많아서 개중에 맘에 드는 것만 몇개 골라도 이렇게 상당합니다. -이것도 작전..?-
원래 달맞이 고개 산책을 다녀와서 간식과 야식으로 먹을 생각이었습니다만,
이 자태를 보니 도저히 두고 나갈 수 없어 1차 시식을 결정합니다.
슈와 초콜파이, 튀긴 빵과 이 곳의 대표 메뉴 중 하나인 학원전 이렇게 4개를 먼저 먹어봤어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학원전은 좀 실망이었습니다. 편의점에서 파는 카스테라 맛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맛과 다소간의 퍽퍽함(?) 때문이었는데요,
'학생들이 학원 가기 전에 먹는 빵'이라 이름 붙여진 학원전, 뭐든지 맛있게 먹는 학생들에게 저렴하고 든든한 간식거리가 되겠지만 저에게는 좀.
옵스의 슈는 크림이 무척 풍부해서 약간 '바삭'한 식감의 빵과 잘 어울렸습니다. 2천원으로 가격은 조금 비쌌지만 크기와 양을 보니 어느 정도 수긍이 가네요. 빵에 비해 크림이 많아서, 식빵이 있다면 발라 먹어도 될 정도. 요놈도 참 맛있었습니다. 식사 후 디저트로 하나 먹으면 달콤하고 깔끔하니 아주 좋겠어요!
하지만 이 날 먹은 많은 빵 중 저의 베스트는 이 초코파이였습니다. 요즘 자타공인 초콜릿 중독(?)인 제가 이번 빵 쇼핑에선 초콜릿 빵이 없어서 아쉬움에 마지막에 고른 빵이었는데요, 수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 넘치는 초코파이와 비슷한 모양에 빅파이보다 조금 큰 크기로 2000원이 넘는 가격에 비해 너무 비싼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먹고 나니 카카오의 풍미부터 안에 든 빵과 크림의 맛까지 아주 좋았습니다. 맛이 평범했다면 한 입에 털어 넣었겠지만, 입 안에 퍼지는 초콜릿 향이 너무 좋아서 조금씩 아껴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요거 강력 추천이요!
그리고 이 빵은 다음날 훌륭한 아침 식사가 되었습니다.
전 날 먹은 오징어 회와 상추를 이용한 간단한 회덮밥에, 디저트로 상큼한 딸기 생크림 빵과 크림치즈 빵
-빵보다 디저트가 더 많아 보이는 것은 그저 기분탓입니다-
하지만 이 딸기 빵은 기대에 비해 다소 평범했어요, 신선한 딸기 향이 강한 것도 아니었고 요즘 유행하는 생크림 빵처럼 크림이 부드럽고 포근하지도 않았습니다. 조금 뻣뻣한 빵이 딸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좀 들었구요. 가장 크게 기대한 빵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번 옵스 빵탐험에서 가장 아쉬웠던 빵이었어요.
하지만 옵스는 수준이 꽤 높았던 슈와 초코파이만으로도 다음번 부산 여행 재방문 확정입니다, 군산 이성당이나 서울의 몇 유명 빵집 못지 않게 만족했던 것 만큼 앞으로도 더욱 개성 있는 메뉴로 '부산'하면 떠오르는 빵집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단지 여기는 메뉴가 너무 많아서, 맛과 품질 관리를 위해 맛 없는 것은 과감히 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