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두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인 라이카 X2 폴 스미스 에디션의 발매 소식은 저를 극도로 흥분시켰습니다만
( http://mistyfriday.tistory.com/1340 )
M 시리즈 업그레이드에 밀려 아쉬움으로만 남았었습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이 매혹적인 카메라를 뒤늦게나마 손에 얻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 카메라라면 기능을 떠나서 그 가치만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곁에 둘 수 있겠다.'
라는 고민이 2년여만에 현실이 되었네요.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이자 위트 있는 클래식의 대명사인 폴 스미스와
세계 최고의 카메라 브랜드 중 하나인 라이카의 협업은 정말 흥미롭지 않을 수 없습니다.
라이카의 수 많은 한정판 중 제 눈에 들어온 유일한 한정판이기도 했죠.
물론 이 콜라보가 M 시리즈가 아닌 X 시리즈로 이뤄졌다는 점에선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오히려 폴 스미스 브랜드는 이 X 시리즈에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 컬러의 볼커나이트와, 상,하판의 강렬한 형광빛 오렌지, 라임 색상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이 카메라는
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워지는 폴 스미스 특유의 위트가 잘 표현되어 있죠.
총 1500대의 한정판이 제작되었으니
이제는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라이카 카메라, X 시리즈, 폴 스미스
이 셋을 모두 모르는 이들이 보아도 이 카메라는 흥미로운 물건입니다.
이런 컬러풀한 카메라를 우리는 쉽게 볼 수 없으니까요.
사양은 X2 물론 일반 버전과 동일합니다.
얼마 전까지 X1을 사용했던 저로서는 X1과의 차이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는데요
화소가 1600만으로 늘어났고 지원 감도 역시 최대 12500으로 상향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X1의 가장 큰 약점이었던 AF 속도가 기존보다 3배 가량 빨라졌다고 하는데요
- 물론 제조사 발표가 그렇다는 겁니다만 -
실제로 잠시 만져본 소감으로 X1보다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빨라졌습니다.
아직 조금 답답하긴 해도 X1 처럼 종종 촬영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군요
하지만 좌절을 안겨주는 2.7인치 저질 디스플레이가 X1과 동일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 외 저에게 다가온 몇 가지 변경점을 보자면,
광학 뷰파인더만 사용할 수 있었던 X1과 달리 외장 EVF를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아졌다는 점
별도의 접사 모드를 설정해야 했던 X1과 달리 최단 30cm 촬영을 일반 모드에서 바로 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두 가지를 들고 싶습니다.
24mm F2.8 엘마릿 렌즈야 이미 정평이 나 있고, 그 성능을 X1을 통해 경험해 봤으니 불만이 없습니다.
라이카의 여느 한정판 제품들이 그렇듯
폴 스미스 에디션 역시 패키지부터 감성이 묻어납니다.
일반 X2 패키지보다 큰 상자에 폴 스미스와 라이카의 협업을 나타내는 로고가 있고, 상단에는 봉투가 있는데요,
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남긴 메시지가 있습니다.
"이 멋진 카메라를 디자인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이 제품을 즐기기를 바란다."
정도가 될까요?
실제로 폴 스미스는 사진에도 관심이 많아 관련 작업들 역시 많이 해왔었죠.
가장 위의 상자를 열어 카메라와 만납니다,
인터넷을 통해 본 제품 사진에서는 이 매혹적인 색상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멀리서도 눈에 띌 듯한 강렬한 상,하판의 컬러는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컬러임에도 유머러스하게 표현되었고
레이싱 그린 색상의 볼커나이트가 중후한 느낌으로 멋진 조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정말 이렇게 아름다운 카메라가 얼마만인지!
상자식으로 되어 있는 패키지 역시 고급스럽습니다.
아, 이왕이면 렌즈 경통색상에도 디자이너의 위트가 들어갔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화려한 색상 때문에 빨간 라이카 로고는 이 카메라에선 그다지 돋보이지 못합니다.
이 빨간 로고가 이렇게 칙칙한 색이었나 싶은 생각도 드네요?
디자이너의 위트는 이 상판에서 정점을 찍는데요,
상단 플래시 위에 그려진 저 깜찍한 아이콘은 이 폴 스미스 '할아버지'가 어떤 디자인 철학을 갖고 있는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는 F1.7의 Summilux 렌즈가 탑재된 새로운 new X 시리즈가 발매되었지만
X1, X2를 통해 검증된 이 24mm F2.8 Elmarit 렌즈의 성능은 이 카메라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APS-C 규격 이미지 센서의 성능보다 이 엘마릿 렌즈가 화질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하는 분들도 많을 정도니까요.
최대 개방 조리개가 F2.8이라 저조도 촬영, 그리고 배경 흐림을 연출하고 싶을 때 다소 제약이 있지만,
최대 개방부터 무시무시한 해상력과 컴팩트한 크기 등의 장점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서브 카메라로서 이 카메라를 구입한 저에게는 오히려 뉴 X의 크고 밝은 렌즈보다 이 엘마릿 렌즈가 조금 더 매력이 있습니다.
폴 스미스 한정판에는 본체와 함께 폴 스미스가 디자인 한 특별한 케이스와 스트랩이 있습니다.
카메라의 색상과 디자인을 돋보이게 하는 No Color를 컨셉으로 제작된 이 케이스는 옅은 카키 브라운 색상으로 가죽 퀄리티와 제품 마감이 상당히 좋은 편에 속합니다.
카메라 디자인과도 잘 어울리고요, 물론 하판의 발랄한 라임색을 가린다는 점은 좀 아쉽습니다만.
하단에는 이렇게 로고까지
총 1500대가 제작된 X2 폴 스미스 에디션에는 이렇게 고유의 번호가 새겨져 있습니다.
제 카메라의 번호는 거의 최 후기에 해당하네요.
이어서 테스트로 찍어 본 X2의 경조흑백 사진 한 장
X 시리즈 사용자들이 사랑하는 이 경조 흑백은 강한 대비와 세련된 톤으로 보정이 필요 없는 멋진 흑백 사진을 만들어줍니다.
X1에서도 굉장히 만족하면서 사용한 기억이 나는데요,
테스트으로 몇 장 찍어본 사진에서도 역시 이 경조 흑백의 매력을 오랫만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화소가 높아서 그런지 X1보다는 조금 더 깔끔한 느낌이 듭니다.
역시나 렌즈의 해상력이 정말 우수한 것도 느껴지고요.
아마 이 카메라는 라이카와 폴 스미스의 만남이라는 그 의미와
이 카메라만이 줄 수 있는 패셔너블한 느낌, 그리고 경조 흑백 이미지 등으로
오랫동안 서브 카메라의 자리를 지킬 것 같습니다.
당분간은 M 대신 이 녀석과 좀 다녀봐야겠습니다
봄이 기다려지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