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사랑스럽지만 매일 함께하기는 부담스러운 M을 대체할 서브 카메라를 찾아서 - 두 번째 이야기.
앞서 포스팅한 X100(http://mistyfriday.tistory.com/1901)에 이어 이번엔 두 번째 유력한 후보 라이카 X1입니다.
x100과는 출시 시기부터 이미지 규격, 초점거리, 디자인까지 닮은 점이 많아 오랫동안 시리즈를 거듭하며 라이벌로 비교되고 있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 그래도 라이카라 가격에서는 라이벌이 아닙니다만 -
어쨌든, 벌써 반 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는 저의 서브 카메라 X1에 대한 소감을 다시 간단히 포스팅 해 볼까 합니다.
출시 시기가 꽤 많이 지난 제품인만큼 세세한 화질 분석보다는
X1이라는 컴팩트 카메라, 그리고 그 안에 탑재된 1200만 화소 이미지 센서와 24mm 엘마릿 렌즈로
이런 사진들을 찍을 수 있구나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이카 X1 (LEICA X1, 2010)
1220만 화소 APS-C 타입 CMOS 이미지 센서
라이카 ELMARIT 24mm F2.8 ASPH (환산 36mm, 비구면 렌즈 1매)
ISO 100 - 3200
셔터 속도 1/2000 - 30초
P/A/S/M
2.7인치 23만 화소 LCD 디스플레이
초당 3매 연속 촬영
표준/비비드/내추럴/흑백/경조흑백
동영상 촬영 미지 원
약 260매 촬영 가능한 배터리
124 x 60 x 32 mm
286g
이바닥에선 할아버지 취급을 받는다는 2010년 출시 제품임을 감안하더라도 초라한 스펙
언제는 라이카가 성능으로 승부를 본 회사였냐만은
그래도 이 X1에 대해서는 이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상 APS-C 규격은 1200만 화소 대형 이미지 센서와
라이카 24mm 엘마릿 ASPH 렌즈를 빼 놓으면 10여만원짜리 똑딱이 디카 수준의 저성능으로
1/2000초의 셔터 속도와 동영상 미지원 등을 보면 한숨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도 앞서 많은 사용자들에게 검증 받았듯이
X1은 분명한 몇 가지 장점만을 위해 사용하는 카메라이며,
그 장점들이 워낙 매력적이라 이 깡통같은 성능에도 아직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 부담스러운 제품을 감히 서브 카메라로 사용하는 제 몫은
그 장점을 발견하고,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되겠네요.
- 물론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만 -
그나저나 앞선 x100과 비교하면 이 카메라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카메라라 일단 서브 카메라 용도로서는 10점 깎이고 시작합니다.
이 카메라를 서브 카메라로 선택하는 데 솔직히 저 로고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습니다.
- 아니 절반 가깝냐고 물으신대도 저는 쉽게 입을 열 수 없을 것입니다 -
X1의 디자인은 라이카 M 시리즈의 디자인과는 차이가 있지만
금속 바디와 가죽 그립이 만드는 투 톤 디자인을 공통 분모로 해 라이카 카메라 고유의 냄새는 충분히 풍기고 있습니다.
컬러는 스틸 그레이와 블랙 색상이 발매되었으며, 먼저 발매된 스틸 그레이 모델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 X2에서 실버 모델이 출시되었죠 -
전면 디자인은 심플 그 자체로 크게 흠 잡을 곳 없이 깔끔하지만 그렇다고 눈에 잘 띄지도 않습니다.
라이카 M9과는 함께 세워 놓으면 형제처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전면 디자인에서 클래식 카메라의 향수를 도무지 느낄 수 없다면 상단 조작계에서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습니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셔터속도 다이얼과 조리개 다이얼을 상단에 배치했는데요,
두 다이얼 모두 촉감과 조작감이 매우 좋은 편입니다. 한 손으로 조작하기에도 용이하구요
다만 두 다이얼 가운데 낀 전원 레버와 셔터 버튼이 다이얼에 비해 만족도가 크게 떨어집니다.
- 저 부분만큼은 옛날 삼성 블루 카메라 수준이라고 평가합니다 -
렌즈 크기가 작은 편이라 렌즈에 직접 조리개 링을 달지 못하고 다이얼로 조작하는 것이 전통적인 라이카 M 시리즈와의 차이입니다.
사실 이 렌즈의 돌출 정도가 서브 카메라를 선택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소위 '대형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컴팩트 카메라 시리즈'가 카메라 크기는 많이 소형화 되었지만
이미지 센서를 커버하기 위한 렌즈 소형화의 한계로 렌즈만 돌출된 기형적인 디자인을 가져 사실상 제가 원하는 서브 카메라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 대표적으로 소니 RX1이 있었습니다, 바디 크기와 이미지 품질만 보면 짱짱맨인데 렌즈 때문에 휴대성이 떨어지는.. 물론 비싸기도 하고... -
라이카 X1은 카메라 크기와 조화가 좋은 렌즈 크기로 작은 가방이나 클러치백에 넣기에 부담이 없었습니다.
아예 바디에 수납이 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만, 그건 아직까지 불가능하기에.
후면 디자인은 그야말로 '고리타분함'이 느껴지는 옛날 스타일입니다.
이제는 작게 느껴지는 2.7인치 LCD는 해상도마저 좌절스러운 23만 화소로 이미지 확인은 물론, 한글 메뉴 표시까지 열악합니다.
PC에서 보는 이미지가 만족스러우니 쓰는거지 이 디스플레이는 그냥 구도 확인 정도만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게다가 밝은 낮에는 보이지도 않아요 -
후면 버튼은 그나마 조작감이 나쁘지 않지만 오른쪽 두 개의 다이얼은 조작감은 물론 내구성도 좋지 않아
요즘은 제대로 동작이 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 역시 라이카의 '저가형 카메라'가 맞습니다 -
서브 카메라로서 비교 대상이었던 후지필름 X100과 비교하면 x1쪽이 전체 크기가 더 작아 휴대성에서 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버튼 및 외부 다이얼 인터페이스는 전체적으로 x100 쪽이 보다 친절하고 편하며, 하이브리드 뷰 파인더가 그야말로 넘을 수 없는 압도적인 매력입니다.
만약 두 제품의 다른 요소들이 모두 동일하다면 뷰파인더 존재만으로 망설임 없이 x100을 선택할만큼 서브 카메라에서도 뷰파인더에 대한 갈증은 똑같습니다.
디자인과 하드웨어 완성도에 대한 불만을 실컷 털어놓았지만 사실 X1에 기대했던 것은 바로 이 '이미지 하나'였던 만큼
손에 쥐어지는 느낌이나 AF 속도, 동영상 촬영 등은 거의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진가들이 사랑하는 35mm의 시선
그리고 이름만으로 신뢰를 주는 라이카의 엘마릿 렌즈
- 사실 x1,x2 가격의 대부분은 이 엘마릿 렌즈 값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죠 -
그리고 라이카 이미지 프로세싱이 가미된 1200만 화소의 CMOS 이미지
이 셋이 만드는 이미지는 '서브 카메라로서 과분하다'라는 소감 혹은 '굳이 서브카메라가 아니더라도 좋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서브 카메라라 많은 이미지들이 RAW 촬영 후 후보정을 거쳤습니다.
소니의 구형 CMOS 이미지 센서를 사용했지만 라이카 X1의 이미지는 생각보다 훌륭합니다.
특히나 RAW 촬영 후의 후보정 관용도가 동급 카메라보다 좋아서
하이 아마추어급 사용자의 서브 카메라로서 최적화 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이 카메라는 저처럼 M 시리즈를 사용하는 분들의
MF에 대한 피로, 고감도 이미지에 대한 불신, 크기와 무게에 대한 부담을 채워줄 제품으로
애초부터 그렇게 기획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시, 35mm의 힘
알아갈수록 오묘하고, 그래서 더 매력적인 35mm
x1의 엘마릿 렌즈는 24mm로 APS-C 규격 이미지 센서에서 환산 약 36mm 초점거리를 갖습니다.
사진의 기본이자 가장 많은 사진가들이 활용하는 35mm 표준 촬영은
때로는 넓은 듯, 때로는 좁은 듯 그렇게 아쉬움으로 사용자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밀당해가며 사진가를 길들이는 화각입니다.
표준 초점거리인만큼 눈 앞의 장면을 가장 편안한 느낌으로 담아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특별한 연출이 가미되지 않는 서브 카메라 용도로서는 가장 적합한 사양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50mm를 좋아하지만 전천후로 사용하기에는 종종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X1으로 촬영한 이미지는 편안하고 수수한 느낌을 줍니다.
가볍게 휴대하며 어디서든 가방에서 꺼내 한 두번 셔터를 끊어내기에 적절하죠.
뭐 이 초점거리는 x1과 x100이 같으니, 특별히 우열을 가리기 힘듭니다.
다만 X100은 최대 개방 F2.0을 지원해 저광량 촬영에서 조금 더 유리하지만 왜곡이 상대적으로 심하고 개방 화질 역시 불안정하여
F2.8이지만 X1의 엘마릿 렌즈가 훨씬 믿음직스러웠습니다.
탁월한(?) 고감도 이미지
지금은 라이카 M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전에 사용했던 M8, M9는 고감도 촬영을 제대로 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서브 카메라에서 이 단점을 최대한 보완해주길 바라기도 했는데요
위 이미지는 야간에 ISO 800으로 촬영한 이미지입니다.
확대 이미지에서는 개방 촬영에서 강한 광원을 마주할 때 생기는 수차가 다소 보이지만 노이즈 억제력 등의 이미지 품질은 우수한 편입니다.
물론 요즘 세상에 ISO 800으로 카메라를 평가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는 알지만
제가 원하는 실용 감도인 ISO 800-1600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에 이 테스트에서는 괜찮은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물론 고감도 이미지 품질 자체는 X1에 비해 X100이 크게 좋은 편입니다.
특히나 이미지 프로세싱이 적용되는 JPG 이미지에서 그 편차가 더 크게 나타나구요.
X1의 최대 지원 감도는 ISO 3200이지만
촬영하다보면 ISO 1600, 3200도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스팟 측광을 활용하거나 노출을 언더로 촬영해서 후보정으로 해결하기도 합니다.
X1을 사용하면서 종종 X100이 생각나는 순간이 있었는데
밝은 낮 LCD 확인이 불가능 할 때의 하이브리드 뷰파인더에 대한 갈구,
그리고 야간 촬영에서의 고감도 활용입니다.
- 말해놓고 보니 낮에도 밤에도 생각했네요 -
30 cm 접사
접사 모드가 있는 것이 어디겠냐만은, 30cm는 접사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은 애매한 성능입니다.
물론 M 카메라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근접 촬영을 해결해 주는 점은 박수칠 만한 일이지만,
그래도 정작 접사를 위해 카메라를 들이 댔다가 조금씩 뒤로 밀려날 때의 그 아쉬움이란.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음식 사진 찍기에는 30cm도 아쉬운대로 괜찮습니다. :)
하지만 접사에서는 누가 뭐래도 X100 편을 들 수 밖에 없겠습니다.
10cm 근접 촬영이 가능한 X100의 접사 성능은 동급 카메라들 중에서도 월등하고,
조리개를 충분히 조여주면 화질도 매우 좋아서 근접 촬영하기 정말 좋았습니다.
언제나 x1의 평가 앞에는 '아쉬운대로'가 붙는 느낌이네요.
비장의 무기, 경조 흑백
쟁쟁한 카메라를 두고 X1, X2를 들고 나오신 분께 이유를 물어보면 열에 셋은 답으로 듣게되는 이 '경조 흑백'의 존재
라이카 X 시리즈 최고의 경쟁력이자, 다른 카메라로는 얻을 수 없는 매력적인 흑백 사진 앞에 많은 분들이 기뻐하셨죠
저도 웹상에서 샘플 이미지로만 보다 직접 겪어본 이 경조 흑백의 매력은 그야말로 '명불허전'.
특유의 강한 대비가 엘마릿 렌즈의 섬세한 표현과 만나 많은 장면에서 특별한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X1의 이미지에서 만족을 느낀 요소 중 빼놓을 수 없는 한가지로 이 경조 흑백의 매력을 꼽겠습니다.
사실 후지필름의 3가지 필름 시뮬레이션도 다양한 컬러 사진의 느낌을 얻을 수 잇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이 경조흑백 하나만으로 x1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그래서 저는 x1의 촬영 설정을 항상 RAW+JPG 촬영으로, JPG 설정은 경조 흑백으로 놓고 찍고 있습니다.
물론 X1의 측광이 들쑥날쑥 할 때가 많아 노출이 조금만 틀어져도 경조 흑백의 이 세련된 톤이 저멀리 사라지지만
가끔 뽑아내는 그 느낌들이 너무나도 사랑스럽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상의 기록
사실 많은 것들을 언급했지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서브 카메라로서 얼마나 많은 장면에 빠르고 쉽게 대응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x100과 많은 공통점이 있음에도 X1은 APS-C 규격 카메라로서는 컴팩트한 외관,
그리고 35mm의 힘을 충분히 보여주는 엘마릿 렌즈, 후보정이 용이한 RAW 이미지 등으로
결국에 x100보다 오래 남은 서브 카메라가 되었습니다.
저에게 X100이 접사와 뷰파인더, 간편하고 쉬운 촬영 등으로 확실한 서브 카메라로 남았다면
X1은 그보다 불편하고 불안하지만 종종 메인 카메라 못지 않은 결과물을 보여주는 재미난 카메라였습니다.
아무래도 할 이야기가 너무 많은
그래서 아직도 좋은 카메라
벌써 4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그래서 이제는 너무 후진 카메라가 되었지만
X1이 그토록 집중했던 이미지의 기본 - 대형 이미지 센서와 렌즈, 이미지 프로세스 - 은 세월이 지나도 그 가치를 잃지 않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저렴해진 가격에도 여전히 이 카메라는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이젠 가격 이상의 가치를 하는 카메라가 되었습니다.
X1과 X100, 닮은 점도 다른 점도 많은 두 카메라를 사용해보면서 제가 선택한 제품은
이미지의 기본에 대한 신뢰로 라이카 X1이 되었으며
이 카메라의 어려움과 불편함은 저와 이 카메라가 서로 길들여지며 조금씩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라이카 X1의 장점
- 신뢰감 있는 1200만 화소 CMOS 이미지 센서의 품질
- 이름만으로 힘이 느껴지는 라이카 엘마릿 렌즈의 존재
- 경조 흑백
라이카 X1의 단점
- 그 외 모두
후지필름 X100의 장점
- 상대적으로 우수한 고품질 이미지
- 10cm 접사의 활용
- 하이브리드 뷰파인더의 존재
- 동영상 촬영 (된다는 게 어디임?)
후지필름 X100의 단점
-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렌즈 성능
때로는 오래된 것이 새로운 것 못지 않은, 어쩌면 더 좋은 것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X1을 통해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카메라는 어쩌면 제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 곁에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 이제 X값 되어서 팔기도 아까우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