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크게 관심 갖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나의 두 번 째 카메라'를 찾는 일입니다.
라이카 M9이 어느 새 일 년 가까이 굳건히 옆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 라고 말하지만 머지 않아 new M이 제 손에 들려 있기를 소망합니다 -
간편하게 휴대하며 '별 것 아닌 사진들'을 간편하게 찍을 수 있는 카메라를 꽤 오랜 시간동안 찾고 있어요.
든든한 메인 카메라를 뒷받침 해 줄 서브 카메라
저의 기준은 이랬습니다.
- 매일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작은 크기에
- 그래도 스타일이 괜찮아야 하고
- APS-C 이상의 이미지 센서
- 35mm 초점거리
- 그리고 무엇보다 저렴해야 한다
생각보다 까다로운 기준에 맞는 몇 대의 카메라가 후보에 들었고
- 사실 M9의 단점에 대한 불만도 일부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
그 중 현재 사용 중인 카메라는
라이카 X1과 후지필름 X100입니다.
두 제품 모두 저의 기준인 휴대성, 화질, 스타일에 35mm 초점거리까지 갖춘 데다
구형 기종인만큼 요즘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요즘같은 시대에는 너무나도 오래된 구닥다리 카메라지만,
저와같이 누군가에겐 꼭 필요한 카메라인 두 제품을
이제부터 몇 차례,
저와 같이 큰 카메라의 빈자리를 채워 '줄 두 번째 눈'을 찾는 분들을 위해
나름의 평가와 소감을 포스팅 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후지필름의 X100입니다.
2013년 출시한 두 번째 버전 X100s가 아닌 2011년 발매한 최초의 후지필름 X 시리즈, X100입니다.
벌써 3년이 지났으니 이 바닥에선 제법 중년으로 불릴 수 있는 나이네요.
사실 x100은 저와 인연이 깊은 카메라입니다.
상상 못했던 클래식 디자인의 이 카메라가 처음 발표된 순간의 설렘과
발매와 동시에 힘들게 구매한 인연,
그리고 1년 가까이 스타일과 편의성에 무척 만족하며 사용했지만,
결과물에 대한 불만 때문에 방출했었지요.
하지만, 라이카 X1을 사용하던 중에 우연히 저렴한 가격에 한정판인 블랙 에디션을 구하게 되어 다시 한 번 인연을 맺었습니다.
X100 블랙 에디션은 기존 실버 모델과 같은 디자인이지만 블랙 페인트 도장의 차이로 전혀 다른 카메라같은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두 모델 모두 사용해 본 소감으로, 외관의 만족감은 블랙이 더 높습니다.
사진으로 보는 디자인은 실버 모델이 좀 더 레트로 디자인의 매력을 잘 살렸지만, 실버 톤이 다소 푸른 빛을 띄고 있어 완벽한 클래식 디자인은 살리지 못하고 있더라구요.
게다가 서브 카메라를 자주 사용하는 환경, 이를테면 카페나 실내, 거리 스냅 촬영에서
새까만 카메라는 그만큼 주위 시선에서 보다 자유로워
서브 카메라 본연의 역할에 조금 더 충실하다고도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이 노인네 카메라의 사양을 살펴볼까요?
Fujifilm X100
- 1230만 화소 APS-C CMOS 이미지 센서
- 23mm F2 후지논 렌즈 (35mm 환산 약 35mm)
- 1/4000 - 30초
- ISO 200-6400
- 10fps 연사
- 매크로 10cm
- 1280 x 720 동영상
-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광학 + 전자식 혼용)
- 300장 촬영 가능한 배터리
제가 이 카메라를 염두해 두고 기준을 세운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x100의 다양한 것들은 현재 제가 원하는 서브 카메라에 가장 근접해있습니다.
대형 APS-C 이미지 센서의 고화질에 35mm 환산 35mm의 초점거리,
세련된 클래식 디자인과 M9의 단점을 상쇄해주는 고감도 촬영, 10cm 근접 촬영, 그리고 요즘 들어 저렴해진 가격들이
이 카메라를 '두 번째 눈' 후보로 선택하게 된 이유입니다.
Anytime, Anywhere
휴대성과 기동성
당연하게도 서브 카메라에게 모든 순간에서 라이카 M9을 대체할 만한 최상의 이미지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무겁고 큰 카메라를 챙길 수 없는 상황에서 가방에 혹은 클러치 백에 넣어두었다가
문득 마주친 멋진 장면 앞에서 스마트폰 카메라를 대신해 줄 수 있으면 됐죠.
물론, 사람 욕심이라는 게 이왕이면 같은 크기에도 좋은 이미지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에
APS-C 규격 이상의 이미지 센서를 기준으로 두었습니다.
후지필름 X100의 크기는 최근 크게 소형화 된 미러리스 카메라보다는 크고 묵직하지만
동일 규격의 이미지 센서를 사용하는 DSLR 카메라에 비해선 여전히 작고 가벼우며
남자들의 가방에 들어가기에도 큰 부담이 없는 크기입니다.
이런 휴대성의 장점으로 카메라를 위한 일상이 아닌, 일상을 위한 카메라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자주 마주치게 되는 셔터 찬스에서
마냥 작지만은 않은 이 카메라를 챙기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하게 되는 것 만으로도
서브 카메라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해 내고 있다고 봐야겠죠?
이런 기동성 때문 에 요즘같이 더운 여름에는 라이카 M9을 한 달 가까이 집에서 쉬기도 합니다.
라이카 M9을 매고 다닐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X100의 셔터는 오늘도 가볍게 눌러지고 있고
다양한 장면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물론 그 무게와 메시지는 비교하기 어렵지만
오히려 가볍기에, 더 즐거운 순간들이 있지요.
over the first one
두 번째 눈만의 시선
현재 사용중인 M9의 가장 큰 아쉬움은 근접 촬영의 한계입니다.
RF 카메라의 50cm 이상의 근접 촬영은 일상의 다양한 사진들을 담기에는 부족한 면이 너무 많고
맛집 탐방과 그 외 좋아하는 것들을 찍기 위한 서브 카메라에서 실제로 유심히 본 것 중의 하나가 근접 촬영 성능입니다.
X100의 접사는 최대 10cm로 매우 우수한 편입니다.
기대 이상으로 가깝게 찍을 수 있는 성능 때문에
메인 카메라로는 찍을 수 없는 환경에서
종종 더 큰 사랑을 받기도 하죠.
사실 라이카 X1이 많은 면에서 서브 카메라로 합격점이지만 근접 촬영 성능이 30cm로 x100보다 크게 떨어져
개인적으로 두 카메라 사이에서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colour by Fujifilm
사랑스러운 컬러
서브 카메라에게 요구되는 '빠르고 간편한 매력'은
사진을 찍는 순간 뿐 아니라 찍은 사진을 감상하고 활용하는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모든 사진을 RAW 파일로 촬영해 주제에 맞게 후보정 하는 M9과 달리
서브 카메라는 JPG 촬영에서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기준이었는데요,
후지필름은 특유의 맑고 화사한 색과 안정적인 화이트 밸런스 때문에
다소 조련이 필요한 X1보다 쉽게 찍고 쉽게 볼 수 있었고
프로비아, 벨비아, 아스티아 이 세가지 필름 시뮬레이션을 활용해서 비교적 다양하게 장면을 연출할 수도 있었습니다.
저는 맑고 옅은 아스티아의 색이 가장 이 카메라 답다고 생각해서
대부분 아스티아로 촬영하고 있습니다. 채도도 한 단계 낮춰서 부드러운 느낌을 내려고 하고 있지요.
through the scene
하이브리드 뷰 파인더의 존재
제가 서브 카메라로서 경쟁 제품인 라이카 x1과 비교해 x100에 가장 큰 점수를 주는 이유는 이 뷰파인더의 존재입니다.
광학 뷰파인더와 전자식 뷰파인더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이 하이브리드 뷰파인더는
X1의 단점인 '뷰파인더 존재의 아쉬움' 따위는 한참 뛰어넘어, 그 자체로 이 카메라 전체의 만족감을 끌어올리는 말 그대로 굉장히 나이스 한 시스템입니다.
작은 크기에도 촬영의 본질인 '순간, 그리고 보는 즐거움'을 그대로 가져가고 있으며, 야외에서 시인성이 극도로 떨어지는 LCD 촬영의 장점을 비웃어 주고 있습니다.
같은 파인더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전자식 뷰파인더 역시 결과물을 촬영 전에 확인하거나 노출 변경에 따른 변화를 즉시 확인할 수 있어 종종 유용하게 활용되구요.
빛이 강한 야외에서,
혹은 거리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들을 광학 뷰 파인더를 통해 감상하고 있다 보면
이미지의 아쉬움 쯤은 조금 감수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X100은 카메라 자체로서의 즐거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와서 이 할아버지 카메라가 재조명 받아야 할 이유?
이제 많은 것들을 놓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생각보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에서 기대 이상의 멋진 장면들을 꽤나 많이 마주치게 되며
그 순간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은 마음을 굳게 먹고, 무거운 짐을 챙긴 촬영지의 장면보다 종종 더 큰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게 계속해서 더 좋은 카메라를 강요하는 것도 이런 기대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누구에게라도 소중한 그 장면 앞에서
저에게 서브 카메라는 집에 있는 단짝 카메라와 손 안의 스마트폰, 그 사이를 채워 주는 가방 속 카메라이며
가장 은밀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라이카 M9을 메인 카메라로 선택하는 것보다
몇 배나 더 긴 시간과 많은 고민을 하고 있겠죠.
뛰어난 스타일과 풍부한 화질
그리고 후지필름 X만의 사용자 경험으로
현 시점에서 너무나도 매력적인 카메라로 다시 주목해야 할 X100
몇 가지 단점과 아쉬움에도
요즘 저를 가장 즐겁게 해 주는 '두 번째 눈'으로 선택한 이유는
오직 x100이어야 할 때와 비교해
많은 것들을 양보할 수 있게 되었고
이 카메라만의 장단점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후보인
라이카 X1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